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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와 함께 산재 승인 투쟁을 하며 느낀 점

2014년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에서 민주파가 다시 지도부로 당선된 뒤,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많이 생겼다. 나도 그중 하나다.

이런저런 활동을 하다 보니 우호적으로 대하는 하청 노동자들이 많아졌다. 몇몇 노동자들과는 일하다 마주치면 서로 반갑게 인사하며 지내기도 한다.

어느 날 인사하며 지내는 한 하청 여성 노동자가 내 전화번호를 묻더니 나중에 연락하자고 했다. 통화해 보니 자신이 계약 기간이 끝나서 해고당하게 됐는데 이것을 막을 방법이 없는지, 일하다 다쳤는데 산재 신청이 가능할지 물었다.

나는 노동조합에 오시라고 해서 산재·법률 담당자와 상담할 수 있도록 도왔다. 상담한 결과, 해고는 어쩔 수 없지만 산재 신청은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때부터 그 하청 노동자는 회사를 상대로 싸우기 시작했다. 산재 신청은 하청지회가 중심이 돼 진행했다.

남성이 대다수인 사업장에서 나이 많은 여성 노동자의 자신감은 낮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산재 승인을 받는 게 쉬운 게 아닌지라 투쟁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그분은 회사가 크고 작은 조처를 취할 때마다 나에게 상담하는 전화를 했다. ‘회사가 출입증 말소했어요’, ‘회사가 산재 불인정했어요’ 등의 말씀을 하실 때 정말 화가 났다.

나는 그때마다 그분에게 힘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잘하고 계신다’, ‘회사가 이모님을 괴롭히는 것 같지만 사실 이모님이 회사를 괴롭히는 것이다. 자랑스럽다. 힘내시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라며 응원했다.

점심 시간에 해당 업체 사무실이 있는 건물 앞에서 마이크 잡을 일이 있으면 목청껏 업체 사장을 비판했다. 하청지회에서도 회사를 비판하는 노보도 내면서 함께 투쟁했다. 그렇게 투쟁하다 보니 산재가 승인됐다는 연락이 왔다. 정말 기뻤다.

게다가 회사 측은 그분이 2년 계약이 끝나서 해고했다고 했지만, 날짜를 계산해 보니 2년 넘게 일한 다음 해고한 것을 알게 됐다. 이를 이용해 복직 투쟁도 할 계획이다.

이번에 산재 승인 투쟁을 함께하다 보니 산재 시스템에도 너무나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일하다 다치면 산재가 당연한데 이를 인정 받는 데에 이렇게 스트레스 받아야 하는가? 또한 시간도 너무 오래 걸렸다. 이런 상황이 노동자에게는 큰 고통이다.

처음 상담하러 찾아온 하청 노동자의 얼굴은 너무 어두웠다. 이전에 직장을 옮기고 싶어 하는 이주 노동자가 나에게 도움을 청했을 때, 해고 위기에 몰린 노동자가 나에게 도움을 청했을 때도 비슷했다. 그 모습은 과거에 취업과 진로 문제로 걱정하던 내 모습과 비슷했고 주변 노동자들이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겪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도움을 주겠다는 말과 작은 행동으로도 큰 힘을 줄 수 있다.

내 주변의 노동자가 힘낼 수 있도록,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모든 노동자들이 근심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내가 활동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