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바이든 정부는 대북 정책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설명하려고 북한에 만남도 제안했다고 한다.

5월 10일 문재인은 취임 4주년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싱가포르 선언의 토대 위에서 외교를 통해 유연하고 점진적·실용적 접근으로 풀어 나가겠다는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을 환영한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다.

그렇다면 바이든 정부의 새 대북 정책으로 중단된 북·미 대화가 재개되고 ‘평화 프로세스’도 진전될 수 있을까?

바이든 정부 관계자들은 자신들의 정책이 트럼프나 오바마 때와는 다를 것이라고 말해 왔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 때처럼 ‘전부 아니면 전무’ 식의 일괄 타결을 추구하지도, 오바마 정부 때처럼 북한과 거리를 두고 대화하지 않는 “전략적 인내”도 하지 않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단계적 접근”을 모색할 것이다.

그러나 북·미 관계의 돌파구가 열리기는 쉽지 않다. 미국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바이든 정부가 북한과의 외교를 말하지만 이를 위한 구체적 실행 계획은 없는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일례로 바이든 정부는 취임 100일이 넘도록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를 임명하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 인권 문제를 담당할 특사가 임명될 것이다.(〈워싱턴 포스트〉, 5월 5일자)

무엇보다, 대외 정책에서 바이든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따라서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은 미·중 경쟁이라는 전략적 문제에 연동될 수밖에 없다. 바이든 정부하에서 제국주의적 경쟁이 키우는 한반도 불안정이 근본에서 해소되기 어려운 까닭이다.

한·미·일

바이든 정부는 북한과 대화로 문제를 풀겠다고 말하지만, 전임 정부들과 마찬가지로 군사적 위협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 두고 있다.

4월 28일 바이든은 의회 연설에서 이란과 북한을 한데 묶어 두 국가의 핵 프로그램이 “큰 위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외교와 엄중한 억제”를 통해 그 위협에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외교를 말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북한을 ‘위협’으로 규정하고 대응하는 억제도 강조한 것이다.

그리고 외교 면에서도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 시도보다 동맹국들과의 외교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 5월 5일 한·미·일 외교장관들이 런던에서 회담을 해, 북핵 문제에 대한 3국 협력을 논의했다. 이 회담 다음에 바로 한·일 외교장관들이 회동했는데, 이 회동은 미국의 촉구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에 도쿄에서는 한·미·일 3국 정보기관장 회담이 예정돼 있고, 6월 4~5일 싱가포르 아시아 안보회의에서는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이 열릴 공산이 크다.

이처럼 바이든 정부는 한일 관계 개선을 포함한 한·미·일 3각 협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거기서 북한 ‘위협’ 대응은 유용한 명분이 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궁극적으로 북한뿐 아니라 중국도 겨냥한다.

바이든 정부가 밝히는 북한과의 외교는 여전히 구체적이지 않지만, 억제 면에서는 확실하고 실행되는 게 있다. 일례로, 바이든 정부 관리들은 대북 제재는 계속 유지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그리고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학교 교수는 바이든이 말한 “엄중한 억제”가 핵무기 사용 위협을 명확히 밝힌 것이라고 지적했다.(〈프레시안〉, 5월 6일자)

4월 30일 백악관 대변인 젠 사키도 북한에 대해 “조정된 실용적인 외교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기자들에게 설명하면서 미국, 동맹국, 현지 주둔 미군의 안보를 증진하는 “실용적 진전”도 추진한다고 했다.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는 한편으로, 북한 ‘위협’을 빌미로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군사력을 강화하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이미 바이든 정부는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군사력 전진 배치와 강화를 실행하고 있다. 지난 3월 주한미군 사령관 로버트 에이브럼스는 북한의 ‘위협’ 때문에 미국 미사일방어청(MDA)이 “세 개의 ‘특정한 역량’을 배치하는 중”인데 그중 하나는 이미 한국에 있고 나머지 두 개도 올해 안에 배치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특정한 역량”에 성주에 배치된 사드(THAAD)의 성능 개량이 포함돼 있다고 추측한다.

사드

바이든의 대북 정책이 알려지면서 북한도 실망감을 드러내 왔다. 5월 2일 북한 외무성은 바이든의 의회 연설을 비난하는 담화를 냈다.

물론 우여곡절 끝에 미국과 북한 외교관들이 대화 테이블에서 만날지 모른다. 그러나 단계적 접근이든 일괄 타결 방식이든, 북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길은 좁고 온갖 장애물로 가득할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한반도 평화 협상들이 성사됐다가 끝내 좌절되는 지난한 과정에서 확인했듯이 말이다. 문재인이 강조한 2018년 북·미 싱가포르 합의가 중도에 좌초된 일은 그 최근 사례일 뿐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미국은 동맹 강화와 군사적 위협을 비롯한 대북 압박 카드를 계속 손에 쥐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점이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제국주의적 경쟁 심화와 맞물려 한반도와 그 주변 정세에 악영향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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