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8일 어버이날, 곳곳에서 노동자들이 중대재해로 사망했다. 현대중공업 울산공장에서는 하청 노동자가 20미터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는 정규직 노동자가 철제 빔 사이에 머리가 협착돼 사망했다.

이들은 한 가정의 아들이자 남편이자 아버지였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출근했다. 그러나 아침에 ‘회사 다녀오겠다’는 인사가 마지막 말이 됐다.

현대중공업 사측, 검찰, 경찰, 노동부는 하나같이 사고의 원인이 불분명하다면서 유가족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노동부는 원인이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사고 즉시 해당 작업을 중지하지도 않았다. 나중에 작업 중지가 된 후에도 사측은 작업을 재개하려다가 정규직 활동가들이 반발하자 중단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재해자는 20미터 높이에 있는 원통형 출입구의 사다리에서 이동하다 떨어진 듯하다. 배 상부에서 이동하려고 아래를 쳐다보면 오금이 저린다. 이런 곳을 이동할 때 사람들은 보통 필요 이상으로 힘을 많이 준다. 그만큼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해자의 신발은 닳아 있었다. 미끄러질 위험이 컸다. 회사가 노동자들에게 강조하는 추락 방지용 안전벨트도 손상돼 있었고 작업장의 조명은 기준치보다 많이 어두웠다.

배 위에서 내부로 들어가는 원통형 입구 ⓒ제공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재해자는 맨 위에 있는 사다리에서 바닥으로 추락했다 ⓒ제공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고 현장의 낡은 안전벨트 ⓒ제공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추락 사고를 예방하려면 사다리에 등받이나 그물망 등을 설치해야 한다. 이미 노사 합의로 이런 안전시설을 설치하기로 했었지만 사측은 사다리 자체 길이가 7미터 이하라는 이유로 시행하지 않았다.

재해자는 단기 계약직인 물량팀 노동자였다. 사측은 안전교육도 하지 않았고 작업지시서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 밀폐된 공간에서 위험한 용접 작업을 했는데도 안전관리자 한 명 배치되지 않았다.

이렇듯 사고 정황이 명확한데도 검찰과 경찰은 재해자를 부검하려 한다. 노동자 개인의 잘못으로 몰아가려고 한다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 많은 노동자들이 부검하는 것에 대해 “사람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큰 철제 블록이 이동 중 넘어지는 사고가 났다. 주변에 사람이 있었다면 인명피해가 났을 수도 있었다. 그때 노동부가 작업중지를 하고, 사측을 강력하게 질타하면서 회사 안전 상태를 점검했어도 사고가 났을까?

이윤이 아니라 생명이다

현대제철에서 일어난 사고도 근본 원인은 비슷했다. 재해자가 숨진 곳은 평소에도 협착 위험이 커서 노동자들이 안전 조처를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사측은 이를 무시했다.

즉시 동일 작업에 대한 작업 중지가 실시돼야 했지만, 노동부는 사고 다음 날 저녁까지도 중대재해 발생 장소에 작업 중지 명령서를 부착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부와 사용자들이 노동자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하면서, 곳곳에서 노동자들이 쓰러지고 있다. 정부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누더기로 통과시킨 것으로도 모자라 자본가들의 요구를 수용해 더 개악하려고 한다.

얼마 전 평택항에서 산재로 숨진 청년 노동자 고 이선호 씨의 아버지는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할 때, 나는 세상이 디비질(뒤집어질) 줄 알았습니다. 산재 사망사고 없앤다고, 비정규직 없앤다고 도대체 뭐 하셨습니까? 얼마나 더 죽어야 됩니까?”

자본가들은 항상 사고의 원인을 노동자 개인의 탓으로 돌리려고 한다. 얼마 전 현대중공업 사장 한영석은 청문회에서 “산재 사망사고의 원인은 안전하지 않은 작업자의 행동”이라고 노골적으로 말했다.

이것은 비겁한 책임 전가다. 기계도 오작동하는데 노동자들이 실수할 수도 있고 오판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다.

이런 일에는 돈이 많이 든다. 노동자들이 단결해서 안전에 투자하라고 요구하며 투쟁해야 한다. 이윤 말고 인간의 생명이 중심인 사회를 만들 때 진정 노동자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