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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선호 씨 추모 문화제:
“비용절감으로 벌어진 죽음이었다”

5월 13일 오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고 이선호 씨 추모문화제에서 고인의 아버지 이재훈 씨가 헌화한 뒤 아들의 사진에서 무릎을 꿇고 오열하고 있다 ⓒ조승진

평택항에서 사망한 고 이선호 청년 노동자의 비극적 죽음을 추모하는 문화제가 5월 13일 열렸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가 주최한 추모 문화제에는 노동자들과 이선호 씨 또래의 청년·학생들이 참가했다.

이 자리에서 고 이선호 씨 아버지 이재훈 씨는 어지러움이 심해 부축을 받으며 말을 이어갔는데, 울분이 가득했다.

(이번 죽음에) 제 아이의 실수가 조금도 보이지 않더라. 죽었어도 바보라는 소리는 안 들어야 한다. 원청에서 비용절감 (위해) 인건비 좀 줄여보겠다고 적정인원을 투입하지 않았다. 일하러 가는 작업장이 아니고 도살장이었다.”

이재훈 씨는 그동안에도 “안전요원 부재가 사건의 본질”이라며 “이윤 욕심에 벌어진 사고”라고 비판해 왔다.

고인의 아버지 이재훈 씨가 추모문화제에서 발언하고 있다 ⓒ조승진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이자 김용균재단 대표 김미숙 씨도 노동자들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정부와 기업주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된 지 4개월이 훌쩍 지났음에도 오히려 반복되는 사망사고에 참담하다. (이선호 씨의 죽음이) 용균이의 사고와 너무 흡사해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산재사고 사망, 재난이 일어날 때마다 사건을 파헤쳐 보면 대부분 인재였음이 여실히 드러남에도 국가는 아무도 책임 안 진다. 형편없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통과시켜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데, 경영계는 (이마저도) 의무·책임을 축소하려 한다.”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고 이선호 씨 추모문화제에서 발언하고 있다 ⓒ조승진

지난 5월 12일, 이선호 씨가 일하던 하청업체의 원청사인 동방은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러나 그것은 유가족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가 아니었다. 사고의 핵심 원인으로 꼽히는 업무 통폐합, 하청 구조 등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동방 측은 불법파견 소지로 고용노동부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는데, 대국민 사과 ‘시늉’으로 잠시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식인 듯하다.

추모 문화제가 열린 이날 오후, 대통령 문재인은 고 이선호 씨의 빈소를 방문했다. 사회적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이다. 정부·여당은 TF를 꾸려 현장긴급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산업안전보건청 신설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에도 말로는 노동자들과 그들의 안전을 위하는 척 했지만, 실제로는 기업주들의 손을 들어 줬다. 일례로, 고 김용균 씨가 사망했을 때도 정부·여당 정치인들이 빈소를 찾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약속했었다. 그러나 결국 책임자들은 단 한 명도 처벌받지 않았고, 생명과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외주화 금지,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의 조처도 취해지지 않았다. 당시 통과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은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라고 비판을 받을 정도였다.

“내 새끼 집에 같이 가야하는데” 고인의 아버지 이재훈 씨가 시민들의 추모 행렬을 보며 오열하고 있다 ⓒ조승진

정부가 안전 규제를 대폭 강화하지 않고 하청·외주화를 유지하는 동안, 비극적 죽음도 계속돼 왔다. 문재인은 산재 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던 약속을 저버린 지 오래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누더기로 통과됐고, 지금도 정부는 재계의 눈치를 보며 그조차 더 난도질하려 한다.

따라서 이선호 씨의 비극적 죽음을 만든 것은 (원청) 사측과 정부이다. 원청 ‘동방’과 정부는 유가족들의 요구, 즉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대책 마련 등을 시행하라.

고 이선호 씨 추모 문화제에서 고인의 아버지 이재훈 씨와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조승진
고 이선호 씨 추모문화제가 5월 13일 오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리고 있다. 참가자들은 붉은 장미 조화를 들고 있다 ⓒ조승진
고인의 아버지 이재훈 씨 아들의 사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조승진
고인의 아버지 이재훈 씨(가운데)가 헌화한 뒤 아들의 사진 앞에서 오열하자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오른쪽)이 위로하고 있다 ⓒ조승진
고 이선호 씨 추모문화제에 참가한 학생들이 고인을 추모하며 헌화하고 있다 ⓒ조승진
고 이선호 씨 사진 앞에 붉은 장미 조화들이 가득하다 ⓒ조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