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와 팬데믹은 오늘날 인류 전체가 겪는 위기다. 최근 이 두 쟁점을 함께 다룬 책이 나왔다.

저자인 최병두 교수는 도시학자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르크스주의 학자인 데이비드 하비의 저작을 국내에 소개해 왔다.

책은 크게 3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1부에서는 최근 기후 위기와 관련해 뜨거운 쟁점 중 하나인 “인류세” 논의를 다룬다. 2부와 3부에서는 코로나 팬데믹과 국가, 인권 문제를 다룬다.

“인류세”의 “세”는 지질시대를 구분하는 개념 중 하나로 중생대·신생대의 “대”, 쥐라기·백악기 등의 “기”에 이은 하위 개념이다. 인류세 논의는 인류가 자본주의 산업 혁명 이후 자연에 영향을 엄청나게 끼쳤으므로, 현재를 새로운 지질 시대로 구분돼야 한다는 논의다. 문명 또는 체제 비판적인 담론이다.

독특하게도 최병두 교수는 인류세를 생태계가 파괴된 현 상태가 아닌 인류가 나아가야 할 미래 사회를 뜻하는 용어로 쓰자고 제안한다. 최 교수는 사회와 자연의 관계에 관한 인식을 전환하고, 자본주의 사회경제 체제를 다른 무언가로 전환해야 그런 인류세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류세와 코로나 팬데믹 최병두, 한울아카데미, 312쪽, 29,500원

1부는 인류세에 관한 국내외의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고 있어, 관련 논의들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듯하다. 다만 여러 주장이 너무 압축적으로 다뤄져, 인류세 논의가 생소한 독자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2부에서는 코로나19와 관련된 논의들을 다루는데, 코로나19를 자본주의적 환경 파괴가 낳은 산물로 규정하고 ‘탈성장’ 사회로의 전환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코로나 팬데믹이 사회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고통을 줬다고 지적한다. 지금의 경제 불황도 단지 팬데믹이 낳은 결과가 아니고 그 이전부터 계속돼 온 경제 불황의 연장선에 있다.

반면, 각국 정부의 재정 지출로 유동성 과잉이 생겨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고 인플레 우려가 생기고 있다. 팬데믹이 끝나도 ‘정상’ 상태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저자는 한국 정부가 발표한 ‘한국형 뉴딜’이 이명박의 녹색성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비판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은 생태주의자들의 ‘탈성장’ 주장과는 다소 달라 보이지만 절충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생태주의자들의 ‘탈성장’론은 과학적 근거도 빈약하고, 기후 위기를 멈추기 위한 운동의 핵심 세력이 돼야 할 노동계급과 빈국 사람들을 고려하지 않는 구호다. 더 가난해지기 위해서 싸우자고?

최병두 교수는 지난해 3월 문재인 정부가 신천지 교회 신자들에게 코로나19 유행의 책임을 떠넘기고 낙인찍듯 몰아세운 것을 비판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단적 종교 지도자들의 방종’도 비판한다. 그런데 이처럼 기독교 주류의 ‘이단’ 규정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 신자들에게도 낙인 효과가 생기는 것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3부에서는 방역 문제로 국가가 기본권을 제약하는 경향을 지적하며 비판한다. 지난 수십 년간 신자유주의가 낳은 효과로 방역과 의료 체계 등이 손상된 상황에서 이런 조처들이 도입되다 보니 국가의 권위주의적 성격만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다만 저자는 국가의 방역 정책이나 국가 간 경쟁과 갈등 문제에 대해 다소 추상적인 대안을(인간안보, 생태안보 등) 제시하는 데 그친다. 이는 자본주의 국가의 본질에 관한 모호한 규정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환경 문제와 팬데믹에 관한 학계의 다양한 견해들과 그에 관한 비판을 참고하고자 하는 독자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 볼 만한 책이다. 비싼 가격을 고려하면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해서 빌려 보는 것이 좋은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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