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등 이른바 ‘코인’(이른바 ‘암호화폐’) 투기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실물경제가 망가진 와중에도 비트코인 가격은 올 4월에 1개 6만 5000달러를 오가는 등 1년 사이에 10배 이상 폭등했다. 주식·부동산의 가격 급등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이에 따라 일확천금을 노리고 코인 투기에 뛰어드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

금융위원회가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국내 4대 코인 거래소(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의 신규 가입자는 249만 5000여 명(중복 포함)이나 됐다. 불과 석 달 만에 이용자가 거의 갑절(511만 4000여 명)이 된 셈이다. 특히 20~30대가 1분기 신규 가입자의 3분의 2(158만 5000여 명)나 됐다.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유명한 코인 외에도 온갖 코인이 우후죽순처럼 생겨 세계적으로 거의 1만 종류에 이를 정도다. 이 중 한국의 코인 거래소들에서 거래되는 코인만 200여 개에 이른다. 새로 만들어진 코인의 판매 과정에서는 노골적인 사기 행각도 벌어지는 듯하다.

최근에는 테슬라 사장 일론 머스크의 말 몇 마디에 각종 코인 가격이 급등락하면서 코인 투기판의 광기적 실체를 보여 주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테슬라 CEO)는 암호화폐 거래가 부자들에게만 유리한 도박임을 보여 줬다 ⓒ조승진

이처럼 코인 투기 광풍이 일자, 한국은행·금융위원회·정부 당국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암호화폐는 투기성이 강한 내재가치가 없는 가상자산”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관료들은 투기판에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는 훈계조의 말만 늘어놓을 뿐 실질적인 규제에는 전혀 나서지 않고 있다. 코인 거래소들과 각 코인의 위험성을 은행들이 알아서 평가하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면서도 내년부터 코인 거래로 얻는 수익에 정부가 과세한다는 방침은 재확인했다. ‘도박판에서 자릿세나 걷겠다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정부가 코인 투기와 거품을 경고하면서도 이를 적극 규제하지 않는 것은 ‘코인 투자 시장’이라는 신산업을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도 강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암호화폐 시장의 안정성과 투명성을 높여 투자자들을 보호하고 나아가 신산업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이런 의도를 드러냈다.

투자자 보호를 명목으로 위험천만한 투기 공간을 더 열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투기를 부추기는 세태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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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자본주의가 경기 침체에서 근본적으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불평등과 실업이 만연하다.

자연스레 노동자와 청년들은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며 살 수밖에 없다. 취업도 걱정, 취업해도 고된 노동과 적은 임금, 고용 불안이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이들 중 적잖은 수가 비트코인 거래와 같은 거대한 도박장에 뛰어들어 일확천금을 노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코인 투기 광풍이 불안감과 걱정을 자아내긴 하지만, 따져 보면 자본주의 사회의 ‘정상적’ 돈벌이라는 주식·파생금융상품·외환 투기 등과 크게 다를 것도 없다.

별 쓸모도 없는 코인을 ‘채굴’하는 데에 막대한 전기가 사용되는 일이 어처구니없는 낭비인 것은 맞지만, 기후 위기 시기인데도 심해와 암석 사이에서 석유를 시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이상으로 비이성적인 것도 아니다.

이처럼 자본주의 생산양식은 돈벌이를 위해서라면 비이성적 과열도 조장하고, 평범한 사람들을 위험한 도가니 속으로 끌어들이는 불합리하고 비도덕적인 체제다.

먹고살려면 단조롭고 소외된 노동을 반복해야 하고, 풍족한 삶을 살려면 어쩌다 정말정말 운좋게 대박이 터지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사회를 근본에서 변화시켜야만 비이성적 과열이 반복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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