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데이비스(Mike Davis)는 미국 노동운동사를 다룬 명저 《미국의 꿈에 갇힌 사람들》(창작과비평사)로 국내에 널리 알려져 있는 미국 거주 사회주의자이다. 도시 환경 문제를 다룬 논문 “슬럼투성이 지구”(《창비》 2004년)도 번역돼 있다. 최근에는 《문턱까지 온 괴물: 조류독감이라는 전 세계적 위협》(The New Press)과 《빈민가 행성》(Verso)을 출판했다.


이미 첫번째 인도기러기떼가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 주(州) 코베리강 근처 월동지에 도착했다. 앞으로 10주에 걸쳐 10만 마리가 넘는 기러기, 갈매기, 가마우지 들이 여름 서식지인 중국 서부 칭하이 호수를 떠나 인도, 방글라데시, 미얀마, 그리고 결국에는 호주로 향할 것이다.

셀 수 없이 많은 이 아름다운 철새들이 H5N1[인간에게 감염될 수 있고 치명적인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한 형태]을 옮길 것이다. 동남아시아에서 61명을 사망하게 해 세계보건기구(WHO)가 두려워하는 이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1918년 가을 5천만∼1억 명의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과 비슷한 유행성 전염병 형태로 변이할 가능성이 높다.

새들이 남아시아의 습지에 도착하면 바이러스를 물 속에 배출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유럽에서 이동해 온 물새들뿐 아니라 가금류에게까지 바이러스를 옮길 위험이 있다. 최악의 경우 이런 가금류는 다카·콜카타·카라치·뭄바이 등의 인구가 밀집한 빈민가 문턱까지 조류독감을 들여오게 될 것이다.

칭하이호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한 사실은 4월 말 중국 야생생물 관리들이 처음 확인했다. 애초에 조류독감은 그 거대한 염수호의 한 작은 섬에 한정돼 발생했는데, 그 곳에서 기러기들이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더니 쓰러져 죽기 시작했다. 5월 중순에 이르자 호수의 모든 새들에게 조류독감이 퍼졌고 수천 마리가 죽었다. 한 조류학자는 그것을 두고 “야생 조류에서 관찰된 것 가운데 가장 심각하고 광범하고 치명적인 조류독감 사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 과학자들은 새로운 바이러스의 독성 때문에 충격을 받았다. 새로운 변종에 감염된 쥐는 현재 베트남에서 농민들과 그들의 아이들을 죽이고 있는 무시무시한 H5N1 변종인 ‘Z 유전자형’ 바이러스를 주입했을 때보다 훨씬 더 빨리 죽었다.

1997년부터 전염병 위협과 싸워 온 유명한 조류독감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이구안(Yi Guan) 박사는 7월 영국 신문 〈가디언〉에 칭하이호에서 발생한 전례 없는 생물학적 재난에 대한 중국 당국의 성의 없는 대응을 고발했다.

“그들은 발병을 막기 위해 거의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그들은 국제적 지원을 요청했어야 했다. 이 새들은 인도와 방글라데시로 갈 것이고 거기서 유럽에서 온 새들과 만나게 될 것이다.” 이구안은 야생조류 전염병을 감시할 국제적 대책팀을 창설하고 중국의 발병 지역으로 외국인 과학자들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을 막는 법률을 완화하라고 요구했다.

영국 과학잡지 《네이처》에 실린 한 논문에서 이구안과 그의 동료들은 공식적으로 보고되지 않은 최근 중국 남부의 조류독감 발생 사건이 칭하이호 변종과 관계가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전에도 중국 당국은 전염병 발생 사실을 은폐했다는 비난을 받곤 했다. 그들은 2003년 광둥에서 발생해 급속히 25개 나라로 확산된 사스(SARS :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위험성과 확산 범위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 중국 관료는 사스 누설자들에게 한 것처럼, 이제 조류독감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 애쓰며, 산터우 대학에 있는 이구안의 연구실 한 곳을 폐쇄하고 보수적인 농업부에 연구 통제 권한을 새로 부여하려 한다.

조류 독감을 우려한 인도 과학자들이 아대륙 전역[인도·파키스탄·스리랑카 등등]의 조류보호구역을 감시하는 동안, H5N1은 티베트의 수도 라싸의 교외, 몽고 서부, 더 불안하게는 시베리아의 중심도시 노보시비르스크 근처의 닭과 들새들에게까지 확산됐다.

정신 없이 현지 가금류를 죽이는 노력을 벌였음에도 러시아 보건부 관리들은 우랄산맥의 아시아쪽 지역에서도 조류독감이 발생할 수 있다는 비관론을 표명했다. 시베리아의 들새들은 매년 가을 흑해와 서유럽까지 이동한다. 또 다른 비행경로는 시베리아에서 알래스카와 캐나다로 이어진다.

조류독감의 세계 여행에서 다음 번에 올, 어쩌면 피할 수 없는 국면을 예상해 모스크바에서는 가금류 개체군을 추적하고 있다. 알래스카 과학자들은 베링해협을 건너 이동하는 새들을 연구하고 있고, 심지어 스위스도 유라시아에서 도착하는 댕기흰죽지와 흰죽지를 주시하고 있다.

H5N1의 인간 진원지도 늘어나고 있다. 7월 중순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카르타 교외의 부유층 거주지역에서 남성 한 명과 그의 두 딸이 조류독감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알려진 바로는 우려스럽게도 그 가족이 가금류와 어떠한 접촉도 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뒤이어 언론이 사람간 전염 가능성에 대해 추측하면서 주변 지역에서는 거의 공황에 가까운 사태가 벌어졌다.

같은 시기 태국에서 가금류의 신규 발병이 다섯 건 보고돼, 태국이 조류독감을 근절하기 위해 벌이던 광범하고 대대적인 캠페인에 일격을 가했다. 한편, 베트남 당국자들은 국제 원조를 더 많이 해 달라고 다시 호소하기 시작했다. WHO가 여전히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나라인 베트남에서 H5N1은 새로운 희생자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었다.

요컨대 조류독감은 아마도 동남아시아 가금류 사이에서 뿌리뽑을 수 없는 풍토병이 된 듯하고 이제는 철새들 사이에서 전염병 속도로 퍼지고 있으며 내년이면 지구상의 대부분 지역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H5N1이 새롭게 자리잡는 곳에서는 어디서든 ― 시베리아의 오리들 사이에서든, 인도네시아 돼지들 사이에서든, 아니면 베트남 사람들 사이에서든 ― 이 빠르게 진화하는 바이러스는 대량살인자가 되는 데 필요한 유전자 변이나 단순한 단백질 돌연변이를 할 수 있는 더 좋은 기회를 잡는다.

위험 지역과 소리 없는 보균자들(감염은 됐지만 증상은 없는 오리들처럼)의 급격한 증가 때문에 최근 몇 달 동안 과학자들과 공중보건 당국자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부들은 이구동성으로 집요하게 경고를 내보냈다.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마이크 리빗은 8월 초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독감 전염병은 이제 “완전히 확실”하다며, 그것은 “피할 수 없다”던 WHO의 거듭된 경고를 되풀이했다. 《사이언스》도 조류독감의 전 세계적 발발 가능성을 “1백 퍼센트”로 보는 전문가 의견에 주목했다.

똑같이 절망적인 심정으로 영국 언론은 당국자들이 조류독감으로 70만 명에 달하는 영국인들이 사망할 수 있다는 관계기관의 두려움에 근거해 대규모 매장지로 적합한 장소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다고 폭로했다. 블레어 정부는 이미 전염병 발생이라는 비상사태의 모의실험(‘북극해 작전’)을 하고 있고 ‘코브라’ ― 최근의 런던 폭탄테러와 같은 국가적 비상사태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응을 비밀 작전실에서 조정하는 각료 수준 실무 그룹 ― 가 조류독감 위기에 대처할 준비가 됐다는 보고를 받았다.

워싱턴에서는 이런 처칠식 결단마저도 보이지 않는다. 미국 국립보건원이 극도의 절박감을 느끼고 있음이 명백하고, 국립보건원 전염병 대책 담당자 앤서니 파우치 박사가  [조류독감이] “모든 신종 전염병의 어머니”라고 경고하고 있음에도 백악관은 이 이동하는 역병보다 이라크에서의 무자비한 학살에 훨씬 더 신경 쓰는 듯하다.

대통령이 텍사스에서 긴 휴가를 보내려고 짐을 챙기고 있을 때, 미국건강신탁(TAH)은 자국의 전염병 대비책이 영국이나 캐나다가 벌이고 있는 열의 있는 조처에 훨씬 뒤처져 있고 행정부가 “응집력 있고, 신속하고 명확한 전염병 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점점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빌 프리스트는 이미 6월 초에 하버드 대학에서 뜻밖의 (그리고 보도되지 않은) 연설을 하면서 행정부를 비판했다. 워싱턴이 중요한 항바이러스제 오셀타미비르(또는 타미플루) 적정량을 비축하지 못한 것을 언급하면서, 프리스트는 “항바이러스 약품을 더 얻기 위해 우리는, 수천만 회분을 주문한 영국·프랑스·캐나다, 그 밖의 다른 나라들 뒤에 줄을 서게 될 것”이라고 비꼬았다.

〈뉴욕 타임스〉 7월 17일치 사설과 《네이처》 4월 26일치 특별호, 그리고 《포린 어페어즈》 7/8월 호에서는 희귀한 항바이러스제를 충분히 비축하지 못하고 ― 현재 보유량은 미국 인구의 1퍼센트에도 못 미친다 ― 백신 생산을 현대화하지 못한 워싱턴을 향한 비판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심지어 유명한 민주당 상원의원들 몇 명은, 비록 프리스트가 하버드에서 그런 것만큼 대담하게는 아니지만, 행동에 들어갔다.

이에 대응해, 보건복지부는 최근에 백신 연구와 항바이러스제 비축 비용을 늘려서 비판을 잠재우려 애쓰고 있다. 또, 정부와 언론은 실험용 조류독감 백신이 8월 초 실험에서 일련의 성공을 거뒀다는 발표를 떠들썩하게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역유전공학’으로 만들어진 H5N1형 바이러스의 변종에 기초한 그 백신 시제품이 상이한 유전자와 단백질을 가진 유행성 변종에 실제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전혀 없다. 게다가, 실험 성공은 2회분의 약과 함께 효능촉진제까지 투약해서 거둔 것이다. [미국] 정부는 거대 제약회사 사노피 파스퇴르(Sanofi Pasteur)에 고작 2백만 회분의 백신을 주문했으니, 그것으로 45만 명은 보호해 줄지도 모른다. 한 연구자가 《사이언스》에 말한 것처럼, “그것은 행운의 소수를 위한 백신이다.”

대량 생산 채비를 갖추는 데만 적어도 수개월이 걸릴 테지만, 노후한 백신 제조 기술 때문에 생산 자체가 제한되는 데다 그것은 취약하고 한정된 유정란[수정된 계란] 공급량에 의존하고 있다. 아마도 이것은 또한 종종 많은 노인들의 생명을 지켜 주는 겨울철 독감 백신의 생산 축소를 수반할 것이다.

게다가 프리스트가 예언한 것처럼, 워싱턴의 항바이러스제 신규 주문은 스위스에 있는 로슈의 하나뿐인 타미플루 공장의 다른 고객들 뒤에 줄서서 기다려야 할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백신 실험이 성공적이었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지만, “백신과 항바이러스 약품은 한줌밖에 안 되는 사람들만을 보호할 수 있을 만큼 부족하고, 이런 약품을 빠르게 대량 생산할 산업생산력도 없다”는 〈뉴욕타임스〉의 판단을 뒤집을 만한 것은 아니다.

더욱이, 역사가 보여 주듯이, 전염병으로 특히 심각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큰 남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빈국들을 포함한 전 세계의 대다수 사람들은 값비싼 항바이러스제와 희귀한 백신을 만져 보지도 못할 것이다. 심지어 WHO가 최초 발병에 대응할 최소한의 약품을 보유하게 될지도 의심스럽다.

최근 애틀랜타와 런던의 수리 전염병학자들의 이론 연구는 만약 1백만∼3백만 회분의 오셀타미비르(타미플루)를 초기 발생지역 주변 안전반경 내의 발병 진화에 쓸 수 있다면 전염병을 그 순간에 막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WHO는 수 년 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겨우 약 12만 3천 명분의 타미플루를 확보했을 뿐이다. 로슈는 더 많은 양을 제공하기로 약속했지만 타미플루를 쌓아두려는 부국의 간절한 주문이 쇄도하고 있기 때문에 WHO 비축물량은 뒷전으로 밀려날 것이 뻔하다. 

보편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세계적 백신”은 부국, 특히 미국에서 새로 수억 달러를 약속하지 않는 한 계속 공상으로 남아있을 테지만, 설령 그렇게 됐을 때도 십중팔구 너무 늦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것[약]을 구할 수 없을 뿐이다.” 미네소타대학 전염병연구소장 마이클 오스터홀름(Michael Osterholm) 박사는 최근 이렇게 불평했다. “만약 백신과 약품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당장 맨해튼 프로젝트[제2차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핵무기 개발 계획] 식으로 대응한다면, 최소한 몇 년 동안은 큰 장애를 겪지 않고 세계적 규모의 전염병에 충분히 대처할 필수적인 생산품을 이용할 수 있다.”

‘몇 년’은 워싱턴에서 이미 남발하고 있는 아무 소용없는 말이다. 기러기들이 동서로 향하고 있는 지금, 우리가 시간을 거의 다 써버렸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WHO 서태평양 사무처장 시게루 오미가 7월 초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유엔 회의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 앞에는 내리막길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