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8일 현대중공업에서 하청 노동자가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관련 기사: ‘현대중공업·현대제철 산재 사망: 어버이날에 돌아오지 못한 노동자들’) 며칠 뒤 고용노동부는 현대중공업 일부 도크(배를 건조하는 공간)의 고소 작업(높은 곳에서 하는 작업) 일체를 중지했다.

노동부는 5월 17일부터 특별근로감독을 시작한다고 했다. 그런데 5월 18일에 작업중지 명령이 떨어진 도크장에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이 발견됐다. 높은 곳에서 작업중지 대상인 곤돌라(승강 장치)를 타고 그것을 점검하는 일이었다.

문제가 된 곤돌라 고소 작업 모습 노동부와 사측은 사망사고가 나고 위험해서 작업이 중지된 현장에 노동자를 비공식적으로 투입했다 ⓒ김동엽

노동조합이 확인한 바로는 노동부가 이 작업을 직접 승인했다고 한다. 노동조합은 물론이고 현장에 나와 있는 특별근로감독관도 몰랐던 일이었다. 사측과 노동부가 은밀히 소통해 벌인 짓이었다.

사측은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서 작업을 승인했다고 말했다. 얼핏 그럴듯한 말이다. 하지만 10~30미터 상공에 있는 곤돌라를 점검하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

곤돌라를 점검하는 노동자들도 황당함을 느꼈다. “다른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다지만, 우리에게는 점검이 곧 작업인데 작업중지 기간에 왜 작업을 해야 하는가?”

그런데도 사측이 점검 작업을 밀어붙이자 곤돌라 점검 업무를 하는 활동가들이 작업을 하루 거부했다. 그중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작업지시서도 없이 위험하게 일했습니다. 이런 일을 조금씩 허용하다 보면, 사측은 안전을 핑계로 작업 재개를 더 확대할 겁니다.”

물론 곤돌라 점검은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점검 작업 또한 안전해야 한다. 그러려면 작업중지 해제 조건으로 곤돌라·고소 작업에 대한 점검을 공식화하고, 안전관리자의 입회 하에 해야 한다.

그러나 사측과 노동부는 이런 필수적인 과정을 무시했다. 이윤을 우선해서 점검을 서두른 듯하다. 미리 점검을 해 놓으면 작업중지 해제 이후 곧바로 노동자들을 현장에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런 식의 졸속 점검은 작업중지 해제를 더 앞당기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정부에 대한 불신

노동부가 특별감독을 하고 있지만 과연 소용이 있을지 의문을 가지는 노동자들이 많다. 지난해에도 노동부 감독이 끝난 바로 다음 날 산재 사망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에서 고소 작업이 문제가 된 가운데, 공교롭게도 5월 20일 삼성중공업에서도 하청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하는 슬픈 일이 발생했다. 그런데도 노동부가 현대중공업에서 작업중지를 어기고 고소 작업을 허용한 것을 보면, 문재인 정부는 산재 근절에 별로 의지가 없어 보인다.

노동부와 사측이 작업중지 범위를 도크장에서의 고소 작업으로 한정한 것도 문제다.

사실 지금의 작업중지 상황을 보며 많은 노동자들이 문재인 정부 초기와 비교하며 의아해한다. 그때는 사망사고가 일어나면 전 공장에 대한 작업중지가 내려졌는데, 지금은 사고가 일어난 곳과 관련 작업만 멈추게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작업중지 수위가 약해진 것은 문재인 정부가 기업의 이윤을 위해 작업중지 요건과 범위를 개악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자화자찬한 누더기 ‘김용균 법’(개정 산업안전보건법)과 그 시행령을 통해 이런 일을 했다.

정부는 작업중지 개악도 모자라, 이번에는 작업중지 도중에 일부 작업을 승인해 노동자들을 위험한 일에 투입시켰다. 노동부와 회사는 규탄받아 마땅하다.

현장 활동가들이 사측과 노동부가 하는 일을 감시하고 부당한 일에 맞서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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