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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팔레스타인 저항을 되레 키운 이스라엘의 전략

이스라엘의 거대한 전쟁 기구가 가자지구에 무시무시한 죽음과 파괴를 몰고올 수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저항 같은 민족해방 투쟁에서는 정치가 군사력보다 압도적으로 중요하다.

질로 폰테코르보 감독의 걸작 영화 〈알제리 전투〉를 본 사람이라면, 1956년 동명의 전투에서 프랑스군이 승리한 것을 알 것이다. 그러나 결국 끈질긴 투쟁은 알제리를 식민지로 붙들고 늘어지려는 프랑스 지배계급의 의지를 꺾었다.

최근 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이스라엘의 부패한 우익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잠재웠다고 자랑할 수 있었다.

네타냐후는 이란 이슬람공화국에 대한 공통된 증오를 이용해 극도로 부유한 페르시아만 연안 왕국들과 관계를 좁혀 왔다.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에 힘입어 2020년 네타냐후는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과 “아브라함 협정”을 맺었다. 네타냐후는 이와 유사한 평화협정을 페르시아만 연안의 최고 실세인 사우디아라비아와도 맺고 싶어 했다.

부패

이슬람주의 운동 하마스는 가자지구라는 감옥에 갇혔다.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을 명목상 통치하는 부패하고 무능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는 하마스가 또 이길까 봐 선거를 취소했다.

네타냐후는 점령지 일부를 이스라엘로 병합하겠다고 거듭 위협했다.

그러다가 네타냐후는 자기가 판 함정에 빠졌다. 총리직을 유지하는 한편 감옥행도 피하려 고군분투하던 네타냐후는 자신의 극우 동맹들을 부추겨, 동예루살렘 셰이크 자라 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을 퇴거시키는 시도에 박차를 가하게 했다.

이 시도가 네타냐후를 곤경에 빠뜨렸다. 팔레스타인인들은 반격했다. 이스라엘이 보인 오만과 무자비함에 분노해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인들도 거리 시위를 벌였다. 무엇보다, 이스라엘 시위 진압 경찰은 이슬람 최고 성지의 하나인 알아크사 모스크를 여러 차례 침입했다.

이스라엘 공식 국경 내에 사는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 인구의 5분의 1을 차지한다. 최근 스스로 “유대 민족 국가”임을 명시적으로 선포한 이 나라에서 팔레스타인계 이스라엘인은 이등 시민 취급을 받는다.

우익 유대인 정착민들이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인들을 짓밟으려 하자 시위는 요르단강 서안지구로도 번졌다. 그러자 하마스도 로켓 공격으로 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인들을 지지하는 데에 가세했다.

이스라엘 전 총리 에후드 올메르트는 이렇게 논평했다. “성공과 실패를 어떻게 가늠할까? 한편에는 중동 일대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 제국이, 다른 한편에는 가진 것이라고는 조잡한 로켓뿐인 테러 조직 하마스가 있다. 그런데 하마스가 온 나라를 위협하는 데에 성공했다.”

무리수를 둬 모순을 자초한 이스라엘의 부패한 우익 총리 네타냐후 ⓒ출처 Ukraine 정부

네타냐후가 가자지구로 지상군을 투입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2014년 전쟁 때처럼 이스라엘방위군(IDF)에서 사상자가 생길까 봐 두려워했음이 틀림없다. 한 전문가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이렇게 말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들어가고 싶어 하지 않아 했다. 그랬다가는 피를 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막대한 사상자를 내거나 주택가에서 시가전을 벌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하마스와 이스라엘방위군의 군사적 교착 상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반란

한편, 하마스는 가자지구가 [이스라엘의 공격을] 견뎌 낼 능력이 있음을 입증했고, 나머지 지역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이끈다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권위를 위협했다. 한 논평가가 말했듯, “하마스가 가자지구라는 감옥에서 탈출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팔레스타인인들이 그들을 짓밟고 분열시키려는 이스라엘의 시도에 하나 돼 저항했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은 이스라엘을 가까이하기가 훨씬 어려워졌다. 사우디아라비아 왕가는 이슬람 성지의 수호자를 자처한다. 알아크사 모스크에서 벌어진 신성모독을 무시하면 역내 경쟁자인 이란과 터키에 득이 될 뿐이다.

네타냐후의 전략도 장기적으로는 파멸을 자초하는 길이다. 네타냐후는 1990년대 초 미국 정부의 후원을 받아 시작된 “평화 프로세스”가 설 자리를 잃게 만들어 왔다. 특히,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의 점령지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이스라엘과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허물고 있다.

네타냐후가 여기에 성공할수록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하나의 선택지만 남게 된다. 바로, 역사적 팔레스타인 땅 전체에 민주적 단일 국가를 세우기 위해 싸우는 것이다.

이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고 중동 전체의 격변 없이는 승리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페르시아만 연안 왕국들과 이집트 군사 독재가 이스라엘을 가까이할수록 반란의 불길에 기름을 붓게 될 것이며, 그 불길은 언젠가 그들을 집어삼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