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부동산 세금 감면안을 발표한 데 이어 정부·여당 내에서도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세금 감면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부동산 재산세 감면 기준을 공시가격 6억 원에서 9억 원(시가 13억~14억 원)으로 올리기로 했고, 종부세 과세 기준도 공시가격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올리거나 종부세 부과 대상을 2퍼센트 내로 축소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경제부총리 홍남기도 종부세 대상 기준을 상향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부는 올해 2월 집값을 잡겠다며 종부세 인상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를 본격 시행하기도 전에 세금 감면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율은 OECD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 서울 성동구 응봉산에서 한 시민이 강남구 일대 아파트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조승진

여당과 보수 야당은 종부세 대상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그 대상을 축소해야 한다고 말한다.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지난해 66만 명에서 올해 83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올해 전체 공동주택 중 3.7퍼센트가 종부세 대상이다.

그러나 고가 주택을 가진 사람들은 앉은 자리에서 수억 원씩 자산이 불어난 상황에서 종부세 대상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집값 폭등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이 커지는 것은 나 몰라라 하더니 고가 주택 소유주들의 세금 감면 요구에는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을 보면 정부·여당의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보수 언론들도 종부세 폭탄 운운하며 엄살 섞인 보도들을 내놓지만 실상 문재인 정부가 다주택자들에게 막대한 세금 혜택을 줘 왔다는 것은 언급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에게 막대한 세금 특혜를 주는 주택임대사업자 제도를 실시해 왔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여도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종부세를 단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전국에 등록된 160만 채 임대주택 대부분이 이런 ‘종부세 0원’의 특혜를 누려 왔다.

이에 대한 비판이 일자 정부는 지난해 아파트에 대한 임대사업자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의무임대기간이 끝날 때까지는 감세 혜택이 유지되기 때문에 상당수 사업자들은 여전히 혜택을 누리고 있다.

막대한 기업 특혜

기업들이 받아 온 혜택은 더 크다.

대기업을 포함한 법인이 보유한 빌딩과 사업용 건물은 아예 종부세 부과 대상이 아니다.

게다가 올해 2월 17일 정부는 건설회사들을 위한 세금 감면안을 통과시켰다. 건설회사에게 종부세 감면 혜택을 주는 임대주택 공시가격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상향하고, 전용면적도 85제곱미터에서 149제곱미터로 늘려 줬다.

정부는 부동산 보유세를 높인다면서 공시지가의 시세 반영률을 올해 68퍼센트로 높였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경실련 조사를 보면, 올해 시세 반영률은 31퍼센트에 불과했다. 문재인 정부 초기의 39퍼센트보다 더 낮아진 것이다. 특히 1000억 원 이상하는 빌딩의 공시지가도 실거래가의 40퍼센트에 그쳤다. 덕분에 대기업들은 매년 수백억 원에 이르는 감세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은 0.16퍼센트로, OECD 주요 8개국 평균 0.54퍼센트에 견주면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2018년 기준, 조세재정연구원)

따라서 종부세 감세를 할 것이 아니라 이제까지 특혜를 누린 기업과 부자들에 대한 세금 혜택을 폐지해야 한다. 최근 K자형 회복 속에 대기업들이 벌어들이는 이윤은 증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커지며 기업들의 법인세를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다. 기업들에게 주는 부동산 세금 혜택을 철회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제대로 된 공공임대주택 확충을 위한 재원으로 써야 한다.

투기 부추기는 부동산 정책, LH 사태 반복될 것

정부·여당의 부동산 대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여당이 종부세 기준 상향을 추진하는 것뿐 아니라 국토교통부 장관 노형욱은 민간의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겠다는 방향을 밝혔다. 이를 위해 건설 규제 완화 등이 추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주택 공급에서 시장 지향성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여당 대표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90퍼센트로 완화하겠다고 언급하는 등 투기를 부추길 대출 규제 완화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부 정책과 민간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하겠다는 서울시장 오세훈의 정책 등이 맞물려 최근에도 주택 가격은 계속해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2의 LH 부패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LH 사태를 계기로 고위 공직자들의 땅 투기와 부패 문제가 떠들썩했지만, 여전히 국회의원 소유 부동산에 대한 전수조사조차 진행되지 않았다.

정부는 LH를 자회사로 쪼개는 개편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정부의 정책과 수익성을 추구하는 LH의 운영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이런 개편으로 고위 공직자들의 투기와 부패 문제가 줄어들 리 없다.

기업·부자들의 이익을 우선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속에 불평등과 함께 정부에 대한 냉소와 환멸이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