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바이든과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은 자기들이 기후 변화 대응을 선도하고 있으며, 빌 게이츠가 이를 돕고 있다고 한다. 지배자들이 정말로 환경 친화적으로 변한 것인지 에이미 레더가 살펴본다. 레더는 《자본주의와 식품의 정치》(국내 미출간)의 저자다. [ ] 안의 내용은 〈노동자 연대〉 편집팀이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첨가한 것이다.


미국 대통령 바이든은 4월 말 40여 개국 지도자들을 초청해 기후 위기 문제를 논의하는 화상 정상회담을 열었다. ‘지구의 날’을 맞아 열린 이 회의는 11월로 예정된 유엔기후협약 26차 당사국 총회(COP26)를 앞두고 이를 준비하는 성격의 중요한 회의였다. 이 회의에는 또한 미국이 세계 기후 정치로 재진입한다는 의미도 있었다.

바이든은 도널드 트럼프의 기후 변화 부정론과 단절하고 환경 위기 대처를 정부 정책의 중심으로 삼았다. 위에서 언급된 기후 정상회담에서 바이든은 자신의 기후 위기 대응 계획의 골자를 발표했고,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했다. 바이든은 향후 10년 안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일 강력한 조처에 동참해 달라고 다른 지도자들에게 호소했다.

주요 목표치들은 대단해 보인다. 회담 직전에 백악관은 미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50~52퍼센트(2005년 배출량 기준)로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은 미국의 새 목표치가 2050년까지 배출량을 ‘넷제로’[net-zero, 흡수량으로 배출량을 완전히 상쇄한다는 뜻]로 만드는 것이니 다른 나라들도 목표치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4월 22일 화상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 바이든은 기후 변화 대응을 내세워 미국의 세계적 지위를 회복하고 중국을 견제하려 한다 ⓒ출처 백악관

이에 뒤질세라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이 재빨리 응수했다. 영국은 11월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에서 열릴 COP26의 주최국으로, 여당인 보수당은 야심 찬 감축 목표를 채택하려고 외교적 노력을 시작했다. 다른 나라들이 영국을 따라오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기후 정상회담 기간에 존슨은 자문기구인 영국 기후변화위원회(CCC)의 권고를 공개 수락했다. 기후변화위원회는 영국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68퍼센트, 2035년까지 78퍼센트 감축해 2050년에는 ‘넷제로’에 도달한다는 목표치를 제시해 왔다.

야심 찬 목표

야심 찬 배출량 감축 목표 설정은 분명 필요하다. 지구 기온은 이미 1도 올랐고 지금대로라면 2050년까지 3도 오를 전망이다. 몇몇 과학자들은 그보다 더 오를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현재 수준의 온난화로도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전례 없는 폭풍·가뭄·홍수 등 기후 관련 재난에 시달리고 있다.

2020년이 밝자마자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대화재가 났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상당 부분이 물에 잠겼다. 초대형 사이클론 ‘암판’이 방글라데시와 인도 서(西)벵골을 덮쳐, 약 250만 명이 집에서 대피했다. 2020년은 역사상 가장 더운 해이기도 했다. 7월에 북극권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해수면 온도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기후 재앙의 증거들이 매일같이 새로 나타났다.

기후 위기 심화에 더해 코로나바이러스까지 창궐하게 된 것은 농업 기업들이 산업형 농업을 하고 자연 환경을 파괴한 결과다. 지금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에서 이미 300만 명 넘게 목숨을 잃었다. [2021년 6월 초 현재 약 358만 명이다.]

현재는 가장 가난하고 취약한 사람들 일부가 온난화의 효과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지구 온도가 예측대로 계속 높아지면 그런 세계에 인류가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인류의 존립 자체가 걸린 문제다.

전 세계 사람들은 분명 엄청나게 큰 환경 위기가 오고 있고 대응이 시급하다고 느끼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약 400만 명이 참가한 2019년 9월 시위를 비롯한 2019년의 기후 항의 행동 덕에 기후 문제는 정치적 의제가 됐다.

물에 잠긴 인도네시아 자바 시 수십 년 안에 많은 도시들이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출처 인도네시아 국가재난관리청

그러면, 바이든의 기후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선언들은 대중 행동으로 정치인·정부·기업들을 압박한 끝에 실질적인 조처를 쟁취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까?

바이든과 존슨은 야심 찬 목표치를 제시했을 뿐 아니라 “친환경 재건”도 약속했다. 바이든은 ‘미국 일자리 계획’을 발표해, 기후 위기 대응을 비롯해 미국 사회의 여러 분야에 2조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존슨은 세계 지도자들에게 “진지하게” 기후 회담에 임하라면서, 야심 찬 목표치와 계획을 수립한 후 COP26에 참가하라고 촉구했다.

실상

그러나 찬찬히 뜯어보면, 그들이 제안한 조처들은 위험하리만치 불충분하다. 살펴봐야 할 문제들이 많다. 첫째, 야심 차다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치 자체가 낮은 수준이다. 둘째, 그들이 제시한 목표치 중 어느 하나도 구속력이 없다. 그들이 제안한 내용과 실제로 이행될 구체적 조처 사이에 심연이 놓여 있는 것이다. 셋째, 그들의 제안은 시장에 의존하며 기존의 화석연료 기반 경제와 결별하지 않는다.

먼저, “넷제로”라는 표현 자체가 진실을 호도하며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기 쉬운 용어임을 눈여겨봐야 한다. ‘넷제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제로라는 뜻이 아니라, 나무 심기 등의 조처로 ‘상쇄’되는 만큼 온실가스 배출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러니 실제 배출량이 늘어나도 ‘넷제로’를 달성했다고 주장하고, 계속해서 시장 메커니즘을 기후 변화 해결책으로 내세울 수 있다. ‘탄소 시장’이 부자들의 부를 더 늘릴 것임은 뻔하다.

겉으로는 대담하고 야심 차 보이는 목표치는 실제로 필요한 수준에 전혀 못 미친다. ‘멸종 반란’[2019년 영국 등 여러 나라에서 일어난 기후 위기 항의 운동]의 핵심 요구 하나는 영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급격히 줄여 2025년까지 ‘넷제로’에 도달하라는 것이었다. 존슨이 약속한 것은 이보다 25년이나 느린 것이다.

실패한 파리협약

이전에 각국 정부들이 합의한 것들을 살펴보더라도 이런 목표들이 매우 불충분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대목에서 2015년에 체결된 파리 기후변화협약(이하 “파리협약”)을 살펴봐야 한다. 파리협약은 제21차 유엔기후협약 당사국 총회(COP21)에서 196개 나라가 조인한 것으로, COP26에서 이뤄질 논의도 대부분 파리협약을 기초로 삼을 것이다.

파리협약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기준 2℃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1.5℃ 미만으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파리협약에 서명한 나라들은 모두 2030년까지의 자국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치”(NDC)를 설정했다.

문제는 2015년에 처음 내놓은 NDC 목표치가 기온 상승폭을 1.5도는커녕 2도 이하로 맞추기에도 미흡했다는 것이다. 당시 국제기후에너지정책센터 소장 스티븐 칼베켄은 각국 정부들이 약속을 모두 지켜도 기온이 2.7~3.7도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파리 협약은 5년마다 각국이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도록 하는 “역행금지” 조처를 담고 있다. 따라서 지난해 12월에 새로운 목표치가 제출돼야 했다. 많은 나라들이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이를 제출하지 못했고 유엔은 이제 각국에 새 NDC를 제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그래야 COP26 회의 전에 이를 검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UN이 평가한 바에 따르면, 현재의 NDC로는 2030년까지 배출량을 1퍼센트밖에 줄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파괴적인 폭염·산불·홍수를 막으려면 2030년까지 배출량을 절반 가까이 줄여야 한다고 경고해 왔다.

이런 맥락에서 바이든과 존슨은 자신들이 얼마나 친환경적인지 세계 무대에 보여 주려 하는 것이다. 그들은 야심 찬 목표치를 제출해 다른 나라들이 자신들을 뒤따르기를 바랐다.

사실, 바이든이 제시한 미국의 새 목표치는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억제한다는 파리협약의 목표에도 미치지 못한다. 미국이 그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7~63퍼센트 감축해야 한다고 국제 환경단체 기후대책추적(CAT)은 지적한다. 싱크탱크 파워시프트아프리카(PSA) 소장 무함마드 아도우는 이렇게 말했다. “진실을 말해야 한다. [바이든이 제시한 목표치는] 지구 기온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줄이기 위해, 역사적으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한 나라이자 가장 부유한 나라에 요구되는 목표치에 한참 못 미친다.”

이처럼 목표 자체가 기온 상승을 억제하는 데 불충분하다. 게다가 파리 협약과 NDC에는 또 다른 문제도 있다. 바로 모든 목표치가 자발성에 기댄다는 것이다. 각국 정부는 어떤 법적 구속도 받지 않는다. 게다가 애초의 파리협약이 2020년까지 어느 나라에도 실제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요구하지 않았다. COP26을 앞두고 각국은 온실가스 배출량 대폭 감축을 더 호기롭게 약속할지라도, 그런 약속의 실효성은 거의 없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 올해 세계의 이산화탄소 배출 에너지 사용량은 201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 록다운[코로나19로 인한 대규모 사회통제] 때문에 배출량은 일시적으로 감소했지만, 이내 반등해 2020년 12월 탄소배출량은 2019년 수준을 넘어섰다. 2021년 5월 수치를 보면,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50퍼센트 높다.

이 점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치와 이를 실현할 구체적 정책·조처 사이에 있는 거대한 간극이 명백해진다. 새기후연구소(NCI)의 니클라스 혼 박사에 따르면, “필요한 수준의 정책이 있는 정부는 하나도 없다.”

유엔 기후정상회의는 25차례나 열렸지만 기후 위기 해결은 갈수록 멀어져 왔다. 2019년 청소년들까지 시위에 나서게 된 이유다 ⓒ출처 Steve Eason(플리커)

친환경 여당?

보리스 존슨은 으레 그렇듯이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 보수당 정부의 최근 실천을 슬쩍 훑어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보수당 정부는 잉글랜드 북부 컴브리아주(州)에 탄광을 신설하는 계획에 청신호를 켜 줬다. 반발이 커져 이 조처는 현재 감사를 받고 있다. 컴브리아 광산은 영국에서 30년 만에 처음으로 만들어지는 심층 탄광으로, 대부분 수출용인 제철용 점결탄을 2049년까지 캐낼 것이다.

영국은 캐나다와 함께 ‘탈석탄동맹’의 주요국인데도 이를 승인했다. 존슨은 탈석탄동맹을 COP26로 나아가는 주요 발판으로 여긴다. 탈석탄동맹 회원국들은 석탄 화력 발전소를 없애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 주게 돼 있다. 하지만 컴브리아주 신규 탄광에서 캐낸 석탄은 대부분 수출될 것이고, 이는 해외의 배출량을 늘릴 것이며, 존슨 정부는 다른 나라들에게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에 관해 위풍당당한 선례를 보여 주게 될 것이다.

보수당은 북해 원유·천연가스 탐사에 대한 신규 면허 발급에도 동의했다. 또한 단열 시공과 저탄소 난방을 제공하던 정부의 유일한 ‘녹색 복원’ 정책인 ‘그린 홈’ 보조금을 삭감했다. 공항 확장은 지원하고 전기차 보조금은 삭감했다. 영국 정부는 기후변화 회의론자인 오스트레일리아 전 총리 마티아스 코먼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 자리에 앉히는 것을 지지하기도 했다.

최근 전문가들은 해외 원조 규모를 GDP의 0.7퍼센트에서 0.5퍼센트로 삭감하기로 한 영국 정부의 최근 결정이 기후 파탄의 충격에 대응하려는 여러 나라들에 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수당은 약속한 만큼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할 조처들을 거의 취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다.

바이든의 녹색 혁명?

바이든 정부는 2035년까지 미국의 전력망을 태양광·풍력 등 청정에너지로 100퍼센트 채우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재생에너지 산업과 전기차 생산을 폭발적으로 늘리며 일자리를 대거 창출하는 계획을 제시했다.

바이든은 이틀 동안 열린 (위에서 언급된) 기후 정상회담의 폐회 연설에서 세계 각국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뿐 아니라 전기차 등의 기술 발전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이든은 재생에너지 인프라 건설이 “벌이가 좋은 일자리,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사람들에게 존엄을 가져다 줄 일자리를 전 세계에서 무수히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의 기후 특사 존 케리는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이 우주 시대나 산업혁명에 필적할 만한 변화라고 했다. 그는 〈워싱턴 포스트〉에 “이는 우리 생애에서 가장 위대한 경제적 전환의 순간”이니 “이를 만끽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의 계획은 정말로 ‘전환적’일까? 사실, 찬사가 쏟아지는 바이든의 기반시설 건설 계획은 기후 비상사태에 요구되는 규모와 속도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필요한 만큼 공공 투자를 늘리지 못한다.

역사가 애덤 투즈가 최근 지적했듯, 가스·석탄에서 태양광·풍력으로 전환하려면 방대한 양의 전력 설비가 추가돼야 한다. 또, 풍력·태양광이 풍부한 지역에서 부족한 지역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국토를 가로지르는 새 전력망이 필요하다. 운송 체계와 주택용·산업용 난방도 전기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여기에도 어마어마한 투자가 필요하다.

어디서 투자를 유치할까?

바이든의 일자리 계획은 정부가 내놓은 세 가지 주요 정책 중 두 번째 정책이다. 첫째는 1조 9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이고, 셋째는 아동 복지를 개선하는 가족 계획일 것이다.

미국 일자리 계획은 불평등, 실업, 인프라, 기후 위기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2조 달러는 매우 큰 액수로 보이고, 투즈의 지적대로라면 전체 지출이 2조 7000억 달러에 육박할 수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한심할 정도로 부족한 액수다.

일자리 계획의 약 절반이 기후 위기 대응에 할당된다. 그러나 신속한 자금 수혈이 이뤄진 최근의 다른 경기부양책들과 달리 이 재정은 8년에 걸쳐 찔끔찔끔 지급될 것이다. 이 계획은 8년 동안 1조~1조 3000억 달러를 지출하는 것으로, 매년 현재 GDP의 0.5퍼센트를 지출하는 셈이다. 이는 탈(脫)탄소에 필요한 투자에 관한 어떤 합리적 추정치에도 한참 못 미친다.

바이든이 제시한 액수는, 버니 샌더스가 제시하고 환경운동 단체 350.org의 창립자 빌 맥키븐이 지지한 추산액 16조 3000억 달러와 크게 대조된다. 그린뉴딜 관련 단체들이 지지한 ‘번영법’ 안에도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번영법’은 10조 달러의 재정 투자, 그중 약 80퍼센트를 기후 변화 대응에 집중할 것을 요구하는 안이다. 이런 제안들을 보면 당면한 과제의 규모가 얼마나 크고, 그에 대응하는 바이든의 계획이 얼마나 보잘것 없는지 알 수 있다.

부실함은 세부 사항에서도 드러난다. 예컨대 바이든은 전기차 보급을 띄웠지만, 2035년까지 판매될 자동차 전부에 배출가스 제로 모델을 적용하는 것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자금을 어디서 조달하느냐는 문제가 있다. 투즈가 지적했듯, 애초에 그린뉴딜 정책은 일단 기후 위기 해결에 필요한 만큼 지출하고 나중에 자금을 조달해 이를 뒷받침하는 방식을 주장했다. 핵심은 기후 대응 지출 수준이 재원 조달 능력에 좌우되지 않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은 처음에 재원 조달 없이 지출을 한 번 늘리더니, 이제는 투자액을 재원 조달에 연동시키고 있다. 바이든은 증세를 둘러싼 쟁투를(고작 트럼프 이전 수준으로 법인세율을 돌려놓는 것마저) 피하려 하는데, 이로써 투자 패키지 전체의 규모가 제한될 것이다.

투즈는 이렇게 결론 내렸다. “바이든의 기후 정책은 제약에 묶여 파행을 보이고, 초점도 없고 의욕도 부족해 보인다. 지리한 의회 내 협상이라는 난관도 거치지 않은 상태인데도 이미 그렇다.”

그린워싱

무엇보다 바이든은 대기업들의 비위를 거스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기업들은 바이든 계획의 일부다. 기후 정상회담 둘째 날 빌 게이츠 같은 억만장자들, CEO들, 금융가들이 회담에 참가해 기후 친화적 경제로의 전환에 관한 자신들의 비전을 제시했다.

게이츠를 비롯한 기업인들의 우선순위는 어떻게 하면 이윤 창출을 지속하고 더 부유해질 수 있는가에 있다. 게이츠는 그의 최근 저서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에서 기후 변화가 “엄청난 경제적 기회”라고 주장했다. “대규모 탈(脫)탄소 기업·산업을 건설하는 나라는 향후 수십 년 동안 세계경제를 주도하게 될 것이다.”

이는 바이든의 최근 발언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바이든도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나라들이 “다가올 청정에너지 호황에서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얻을 것”이라고 했다. 게이츠는 그가 생각하기에 세계를 구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기업 혁신을 고무하도록 정부가 경제에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정부가 초기 투자 리스크를 떠안고 기술을 개발해 민간부문에 넘겨 이윤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더 발전시키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역시 공공·민간 모두에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바이든의 제안·발언과 비슷하다. 브리스틀 소재 웨스트잉글랜드대학교의 다니엘 가버 경제학 교수는 “정부가 매개하는 그린워싱의 대폭 확장”를 경고하며, 훗날 서방 각국 중앙은행들이 ‘그린워싱’된 민간투자에 정당성을 부여해 주고 그들에게 구제 금융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후 변화의 해법은 그저 시장과 기업들에 맡겨두면 해결되는 기술적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는 정치적 의지가, 그리고 화석연료 기반 경제와의 단절이 필요한 일이다. 이것이 진정한 문제다. 그저 재생에너지, 전기차, 청정 기술에 얼마나 많이 투자해야 하는지의 문제가 아니다.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에 재생에너지 발전을 그저 보태는 수준이 아니라,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

근본적 단절

탄소 배출을 제대로 감축하고자 한다면 화석연료를 땅 속에 내버려 둬야 한다. 그러나 나오미 클라인이 2015년 파리 협약 체결 당시 지적했듯, 합의문에서 석탄·석유·천연가스는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주요 탄소 배출원인 항공·해운도 언급되지 않았다. 파리협약은 화석연료 산업의 권력에 도전하지 않고 기존 상황을 용인한다.

기후 변화에 대처하려면 화석연료 산업의 고착화된 권력에 도전해야 한다. 그러나 바이든은 그럴 태세가 돼 있지 않다. 바이든이 대선을 앞두고 프래킹[수압 파쇄로 석유·가스를 시추하는 것]을 금지하겠다고 한사코 말하지 않으려 하고 연방 소유 부지에서만 금지하겠다고 말한 데에서 바이든의 태세는 분명하게 드러났다. 프래킹의 90퍼센트는 연방 소유 부지가 아닌 곳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사실 이 점에서 바이든은 버락 오바마의 정책을 따르고 있다. 재임 시절 오바마는 “가장 청정한” 화석연료이자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는 가교 구실을 한다고 홍보되는 ‘셰일가스’의 능력에 주목했다. 그러나 셰일가스가 대량 공급되면서 대기업들은 화석연료 기반 경제와 단절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리고 미국의 화석연료 투자 인프라는 훨씬 더 고착화됐다. 프래킹 유정, 파이프라인, 발전소 건설과 플라스틱을 마구 찍어내는 석유화학 산업의 호황도 그 결과였다. 이것들은 지금 수립되고 있는 야심 찬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모두 멈춰야 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COP 합의든, 바이든의 일자리 계획이든 화석연료를 근절하는 정책은 없다. 오히려 정반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화석연료 소비에 지원되는 정부 보조금이 2018년 현재 4000억 달러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또, 정치인들이 감축 목표를 두고 말잔치를 벌이는 동안, 세계 최대 은행 60곳은 파리 협약 이후 화석연료 기업들에 3조 8000억 달러의 자금을 제공했다. 최근 한 NGO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화석연료에 대한 자금 지원 총액은 늘어나는 추세다. 2020년에는 2016년이나 2017년보다도 더 많은 자금이 제공됐다. 이 보고서가 분석한 은행 60곳 중 미국과 캐나다의 은행이 13곳인데, 이들이 지난 5년 동안 세계 화석연료 산업에 조달한 자금은 전체의 절반 가까이 됐다. 같은 시기, 화석연료 시추를 확대할 계획을 가장 크게 세운 100대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은 10퍼센트나 늘었다.

화석연료 매장지를 새로 찾는 데에 대한 이 같은 투자와 자금 지원은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해 필요한 일과 정반대의 것이다. 이는 자본주의의 작동 방식에 의존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이 체제의 핵심인 이윤 창출의 논리는 오히려 기후 위기를 낳고 키웠다.

우리는 더 큰 규모에서 변화의 잠재력을 봐야 한다. 2019년 기후 운동은 “기후 변화가 아니라 체제 변화다”라는 구호를 내놓았다. 11월에 열릴 COP26 회담을 앞두고 활동가, 기후 운동가, 노동조합 활동가들은 다시 한 번 시위와 파업을 함께 조직해야 한다. 그런 행동으로 바이든과 존슨이 기후 재앙을 막겠다며 제안한 것들을 훨씬 뛰어넘는 근본적인 조처를 요구해야 한다.

바이든의 계획을 훌쩍 뛰어넘는 진정으로 과감한 조처가 필요하다 ⓒ출처 Chris Yakimov(플리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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