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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고객센터:
직영화 요구에 시간 끌다 결국 뒤통수 친 건보공단

5월 28일 세종시에서 열린 공공부문 비정규직 결의대회에 참가한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 ⓒ출처 〈노동과세계〉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6월 전면 파업 돌입을 앞두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사측이 직접고용 요구를 계속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24일간 파업한 바 있다. 당시 노동자들은 민감한 가입자 정보를 다루고, 보험료 부과징수 등 건강보험공단의 핵심 업무를 수행하는데도 고객센터가 민간에 외주화돼 있다고 비판하며 직영화를 요구했다. 이미 4대 보험 공단 고객센터 중 건강보험공단만 제외하고 모두 직영화된 상황이다. 또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고객센터도 직영화됐다.

건강보험공단의 핵심 업무를 떠받치면서도 외주화로 인해 열악한 노동조건과 차별에 시달렸던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직영화를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투쟁은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포한 지 4년이 됐지만 그 실상은 형편없음을 보여 준다. 특히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처럼 민간위탁 부문은 거의 전환되지 않고 내버려진 상태다. 건보공단 사측도 이런 정부의 미온적 태도 속에서 전환을 거부하고 버티고 있는 것이다.

책임 회피

3주간 파업에도 사측은 완강하게 직영화를 거부했고, 2월 25일 고객센터 노조는 시민사회단체의 중재를 기대하며 파업을 종료했다. 김용익 공단 이사장은 파업 종료를 끌어내기 위해 중재단 구성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며 문제 해결에 나설 것처럼 모양새를 취했었다.

그러나 사측은 직영화 거부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2월 파업 종료 후 고객센터 노조는 즉각 직영화 논의를 위한 테이블을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이를 한사코 거부하며 직영화 대상인지부터 심의하는 민간위탁 사무논의협의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게다가 사측은 민간위탁 사무논의협의회에 건강보험공단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가 공동 참여해야 하고, 둘 중 한 곳이라도 불참하면 둘 다 참가할 수 없다고 했다. 정규직 노조 지도부가 직접고용 논의에 불참하겠다고 밝혀온 상황에서, 그걸 핑계 삼아 비정규직 노조도 자동으로 배제하려는 속셈인 것이다.

5월 21일 사측은 다시 두 노조에 민간위탁 사무논의협의회 공동참여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위와 같은 조건이 바뀌지는 않아서 여전히 노조의 참가는 불투명하다.

사실상 사측은 직고용을 회피하기 위한 명분 쌓기만 밟아 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5월 10일, 시민사회단체 중재단도 “이사장의 기만적인 행태”를 규탄하며 활동을 종료했다.

2월 파업 종료 후 사측이 한 일이라곤 시간 끌기와 책임 회피뿐이었다. 그래서 현장에 복귀해 중재 상황을 지켜보자고 생각했던 기층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사측에 대한 분노가 쌓여 왔다.

고객센터 노조는 직영화 요구를 무시하는 사측에 항의하며 이미 3월 8일~10일, 4월 9일, 12일, 그리고 5월 28일에 파업을 진행했다. 또한 지난 2월 파업 속에서 조직이 확대돼 대구에서도 노조가 설립됐는데, 이들은 최근 쟁의권을 얻어서 5월 28일 파업에 처음으로 동참했다.

김숙영 국민건강보험공단고객센터지부 지부장은 현장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2월 파업 전에는 건강보험 고객센터가 민간에 외주화돼 있다는 내용을 많이들 몰랐어요. 우리 파업을 통해서 그런 현실이나 투쟁 정당성이 많이 알려졌다고 생각해요.

“조합원들은 파업에 동참하고 나서 열의가 올라가고 있어요. 특히 대구는 처음부터 ‘조합 가입했으니까 내일부터 파업해도 되냐’고 물을 정도로 파업을 기다렸거든요.”

사측은 정규직 노조가 직접고용에 반대한다는 것을 명분으로 들어 왔다. 그러나 직접고용 거부는 고용주로서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일 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그간 고객센터 노동자들을 부려먹으면서도 외주화로 막대한 비용을 절감해 왔다. 이를 바로잡자는 요구를 거부하면서, 정규직 노조 지도부를 핑계 삼는 것은 비열하다.

물론 정규직 노조 지도부가 여전히 직접고용에 반대하는 나쁜 태도를 취하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은 불공정한 요구가 아니다. 고객센터 업무는 2006년 외주화 이전에는 정규직이 하던 일이기도 하다. 정규직 노조 지도부가 비정규직을 내치면 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할 때, 이기주의로 매도되기 쉬워져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재파업에 나서는 노동자들이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