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사측은 노조의 파업에 대항해 지난 5월 3일 공격적 직장폐쇄를 단행한 바 있다. 파업 효과를 제약하려고 노동 악법을 이용한 것이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이 지난 한 달여간 파업을 지속하자, 사측은 이제 또 다른 무기를 꺼내 들었다.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노조법의 관련 조항)를 이용해 파업권 자체를 부정하고 나섰다.

교섭창구 단일화는 직장폐쇄와 함께 대표적인 ‘노동 적폐’의 하나로 꼽힌다. 이 제도는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었던 민주당 추미애가 한나라당(현 국민의힘)과 손잡고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그 뒤로 지난 10여 년간 여러 사용자들이 민주노조의 손발을 묶고 헌법에 보장된 교섭권과 쟁의권을 제약하는 무기로 활용했다.

많은 노동자들이 고통을 받았다. 금속노조는 교섭창구 강제단일화가 “법의 탈을 쓴 노조 탄압” 수단이라고 비판하면서 지난 6월 1일부터 이 제도의 폐기를 요구하는 국회 앞 농성에 돌입했다.

르노삼성에는 네 개의 노조가 있다. 무상급 독립노조인 르노삼성자동차노조와 금속노조 르노삼성자동차지회는 그동안 함께 파업을 벌여 왔다. 독립노조는 조합원이 1800명 가량으로,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고 대표교섭권을 갖고 있다. 그에 비해 작은 규모의 제3노조, 제4노조 지도부는 파업 기간 중에 생산에 적극 협력했고 이번에 사측의 쟁의권 공격에도 힘을 실어 줬다.

교섭창구단일화 제도에 따르면, 교섭대표 노조가 1년 안에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하면 기업 내 다른 노조의 요구가 있을 시 다시 교섭대표 노조를 선정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게 된다. 그럴 경우 기존 교섭대표 노조의 합법적 쟁의권도 (새로운 교섭대표 노조가 결정될 때까지) 자동 상실하게 된다는 게 노동부의 해석이다.

르노삼성에서는 독립노조가 대표교섭 노조 지위를 얻게 된 게 지난해 5월 27일이다. 사측은 이로부터 1년이 지나는 시점을 노렸다. 노동부의 해석을 근거로, 제3노조와 제4노조의 협력을 얻어 쟁의권 박탈 시도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새롭게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진행하는 기간 동안 독립노조와, 함께 투쟁해 온 금속노조 르노삼성자동차지회가 파업을 하면 불법이라는 게 사측의 주장이다.

르노삼성 사측이 지난 6월 1일자로 직장폐쇄를 철회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몰아 중단시키고, 차질 없이 생산을 지속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사측은 최근 유럽 수출 물량이 늘어나면서 몇 달 전부터 시행했던 1교대제를 다시 2교대제로 돌리고, 잔업·특근 계획을 대폭 늘렸다.

위선

지금 르노삼성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노동 존중’과 노동기본권 보장을 약속했던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악법이 버젓이 활용되고 있는 위선을 보여 준다.

6월 2일 오전 출근길 홍보전을 하고 있는 금속노조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자들 ⓒ제공 금속노조 르노삼성자동차지회

르노삼성 사측은 지난 3년간 매년 노조가 파업을 할 때마다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파업 노동자들의 사업장 출입을 막고 양보교섭을 강제하기 위한 공격적 수단으로 말이다. 사측은 직장폐쇄 기간에 파업 노동자들이 공장·영업소에 출입해 파업 동참을 호소했다는 등의 이유로 금속노조 르노삼성자동차지회와 독립노조 영업지부 간부들에 대한 징계도 추진하고 있다.

사측의 압박 속에서, 6월 1일 독립노조 집행부는 파업을 중단하고 현장에 복귀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활동가들에 따르면, 당일 오전 공장 앞에서 진행된 집회에서 일부 노동자들은 불만과 갑갑함을 토로했다고 한다.

비록 사측의 공세가 만만치 않지만, 노조가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교섭창구단일화의 부당성을 주장하면서 파업을 재개해 생산에 타격을 가하고 사측의 양보를 강제해 내는 것이다. 불법을 감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노동운동의 경험을 볼 때 단호하게 투쟁하고 연대를 모은다면 악법을 무력화하고 사측을 굴복시킬 수 있다.

파업 재개 전이라도, 잔업·특근을 거부하고, 대규모 중식·퇴근 집회를 열고, 노동운동 단체들의 지지와 연대를 모아 나가는 등 투쟁과 연대를 지속·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자들의 힘을 결집시키고 연대를 확대하려는 진지한 노력 속에서만 임금·단체협약을 개선하고 징계를 중단시키기 위한 압력을 만들 수 있다. 그것은 앞으로 더 확대될 수 있다고 활동가들이 걱정하는 사측의 노조 탄압 시도(민주노조 탈퇴 획책 등)에 대비하는 방법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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