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1일 택배 노·사와 정부가 택배 분류작업에 인력을 충원한다는 합의(택배 과로사 대책을 위한 1차 합의)를 한 지 4개월이 훌쩍 넘었다. 그러나 여전히 대다수의 택배 노동자들은 분류 작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장시간 공짜 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노동시간을 줄이고, 분류 작업을 하게 될 때에는 임금을 지급하라는 요구가 계속 제기되는 이유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 전국택배노조는 6월 4일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열고, 6월 7일부터 택배노조 조합원 6500여 명이 분류작업 거부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택배사들은 과로사 대책 시행을 또다시 1년 유예하자거나 정부에게 요금 인상에 대한 고시를 해 달라는 터무니 없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안전과 생명보다 이윤을 앞세우는 파렴치한 태도입니다.

“여전히 대다수 택배 노동자들은 직접 분류작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장시간 노동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얼마 전에도 로젠택배 노동자가 과로로 인한 뇌출혈로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택배 노동자들은 6월 7일부터 9시 출근, 11시 배송 출발을 통해 분류작업을 중단합니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를 멈추겠습니다.”

6월 4일 기자회견에서 분류작업 거부 선언한 전국택배노조 ⓒ신정환

택배노조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과로사한 노동자만 최소 20여 명에 이른다. 4~5시간이나 걸리는 분류 작업은 택배 노동자들이 하루 평균 15~17시간 안팎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주요 원인이다. 더구나 택배사들은 분류작업에 대해서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필수 서비스로 자리매김한 택배 배송 노동자들이 끔찍한 장시간 고강도 노동,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현실이 사회적 합의 이후에도 거의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택배노조가 6월 2일~3일 온라인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민간 택배회사 소속 노동자의 84.7퍼센트가 여전히 분류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공공기관인 우정사업본부에서조차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충원이 거의 되지 않고 있음이 드러났다. 설문에 참여한 전국 72개 우체국 소속 택배 노동자 모두가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중 62곳에는 분류 인력이 단 한 명도 충원되지 않았고, 택배 노동자들이 행한 분류작업에 대한 임금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6월 3일 진보당은 택배노조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전국 16개 광역시도 택배터미널에서 314회 진행한 이행 점검 활동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도 노조의 설문조사 결과와 다르지 않았다.

“분류인력 투입이 이행되지 않고 있으며, 이행되더라도 분류인력 투입 비용이 택배 노동자에게 전가되는 터미널이 있었습니다.

“노동조합이 없는 터미널은 더욱 심했는데 사회적 합의[1차 합의] 결과를 모르는 택배노동자들도 있었고, 합의 내용을 궁금해하는 택배노동자들에게 택배회사가 몰라도 된다며 알려주지 않았다는 충격적인 증언도 있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택배회사들은 최근 진행 중인 2차 사회적 합의기구 회의에서 내년에나 분류 인력을 충분히(모든 택배 노동자들이 분류 작업에서 손을 떼는 것) 충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택배사들은 얼마 전에 분류 인력 충원 비용을 핑계로 택배 요금을 150원~250원가량 인상한 바 있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내년에나 가능하다고 나오고 있는 것이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요금 인상으로 올해 CJ대한통운의 수입이 2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인상된 요금에서 택배 기사들의 수수료(임금) 지급은 고작 8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처럼 택배사들이 자기 배만 불리는 가운데, 노동자들은 여전히 과로사의 그림자를 짊어지고 일하고 있다. 이를 개선하려고 노동시간 단축, 임금 보전을 요구하는 택배 노동자들에게 “신의 직장 만들자는 거냐”는 보수 경제지들의 비난은 노동자들의 삶과 고통에 조금치도 관심 없는 자들의 역겨운 말일 뿐이다.

진정한 문제는 노동자들의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 스스로 한 합의조차 이행하지 않고 있는 택배사들과 이를 보아 넘기고 있는 정부에 있다. 노동자들의 요구처럼 택배사와 정부는 분류 인력 충원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 이를 강제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현장 투쟁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