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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줄어든 청년들의 주거 면적

이제 1인 가구는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가구 형태가 됐다. 1인 가구 비율은 2005년 20퍼센트에서 2019년 30.2퍼센트로 증가했고, 가구수로는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 중 38.1퍼센트가 청년(만 19세 이상부터 만 39세 이하)이고, 1인 가구 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통계청, 국토연구원).

학업이나 직장 때문에 독립한 청년들이 늦은 취업과 불안정한 일자리 탓에 결혼 시기도 늦추면서 1인 가구가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는 가족 가치관의 변화 등으로 비혼 인구가 늘어난 것도 연관이 있다.

지난 10년간 계속된 경제 불황에 청년확장실업률(체감 실업률)은 꾸준히 증가해 2020년에는 25.6퍼센트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는 동안 20대 1인 가구의 주거 면적은 2008년 기준 34.8제곱미터에서 2018년 28.6제곱미터로 2평가량 줄어들었다(〈한국의 사회동향 2020〉, 정현주). 같은 기간 GDP는 약 1.0조 달러에서 약 1.72조 달러로 1.6배 성장했다는 점은 시사적이다.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도 상당하다. 자가 비율은 20대 2.9퍼센트, 30대 10.7퍼센트인데 20대 청년 1인 가구의 근로·사업소득은 월 147만 원에 불과하다. 실제로 청년 1인 가구 10명 중 3명은 주거비로 월 소득의 30퍼센트 이상을 지출하는 주거비 과부담 가구다(2021년 〈1인가구 연령대별 주거 취약성 보완 방안〉, 국토연구원).

천정부지로 오르는 부동산 가격은 청년들이 내 집 마련을 꿈꾸기조차 어렵게 만들었다 ⓒ〈노동자 연대〉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청년 1인 가구는 일반 가구 평균의 2배에 달한다. 청년은 아파트 거주 비율이 전 연령 중 가장 낮다. 청년들이 많이 몰려 있는 서울 지역 청년 1인 가구의 주거빈곤율은 2015년 기준 37.2퍼센트에 달해, 청년들이 열악한 주거 환경에 내몰려 있음을 보여 준다.

청년들의 낮은 임금에 비해 높은 임대료와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개선하려면 값싸고 질 좋은 공공임대주택이 대량으로 필요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4월 마감된 2021년 상반기 LH 청년 매입임대주택 공급량은 전국 1690호밖에 안 됐다. 청년들이 많이 모여 있는 서울은 고작 298호밖에 안 됐는데 지원자는 1만 7943명이었다.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전국적으로 청년 1인 가구의 공공임대주택 입주 비율은 겨우 1.6퍼센트이다!

그나마 있는 공공주택의 질도 문제다. 청년들을 위한 공공주택은 1인 최저주거기준인 14제곱미터를 기준으로 건설돼, 5평도 채 안 되는 비좁은 원룸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 하에서 2016년 말부터 3년간 공급된 공공주택 약 32만 8000호는 전세 보증금만 지원하는 전세임대(30.5퍼센트)이거나 10년 뒤 분양 전환되는 10년 임대(19.8퍼센트), 임대 기간이 6~10년에 불과한 행복주택(18.6퍼센트)이었다. 이들 모두 주거 기간이 짧아 주거 불안정을 해결하기 어렵고, 분양을 통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무늬만 공공주택일 뿐이다.

공급 확대가 해법일까?

터무니없이 높아진 주택 가격 때문에 청년들에겐 시간이 지나도 열악한 주거 환경이 개선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우파들은 주택 공급을 확대하면 주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민주당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새로 공급된 주택 500만 호 중 260만 호는 다주택자들의 사재기로 투기 물량이 됐다. 반면에 한국의 자가소유율은 40~60퍼센트 사이에 머물러 왔다. 이는 상당수 노동자들은 계속 집을 소유하지 못했다는 것을 뜻한다. 2014년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월평균 소득이 221만 원 이하인 가구의 주택 보유율은 34.6퍼센트에 불과했다.

자본주의는 경제 위기가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불안정한 체제다. 그 속에서 노동자들은 고용이 위협받고 경제적 어려움 탓에 집을 팔기도 한다. 시장에 아무리 많은 주택이 풀린다 해도, 경제 위기와 빈곤이 만연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집을 소유한 노동자의 수가 획기적으로 늘 수 없다.

결국 주택 공급 확대를 울부짖는 자들의 진정한 목적은 노동자·대중의 주거 조건 개선이 아니라 건설 자본과 다주택자들의 이윤에 있는 것이다.

진정한 원인은 무엇인가

이 지긋지긋한 주택난은 근본적으로 자본주의 체제와 떼려야 뗄 수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이 먹고사는 것은 소위 ‘자유로운 시장’에 내던져져 있고, 주택은 상품이 돼 이윤 논리에 의해서 시장에 공급된다.

또, 자본주의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대도시로 집중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아무리 비좁고 불결한 주택이라도 들어오려는 사람이 생긴다. 자본주의의 ‘수요-공급 논리’가 합리적이라고 말들 하지만, 그 실상은 이토록 비인간적이다.

따라서 주택을 부동산 시장에서 분리시키는 것이 주택 문제 해결의 핵심이다. 부자들에게 보유세를 강력하게 매기고, 값싸고 질 좋은 공공임대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줄곧 이와 정반대로 행동해 왔다. 집권 내내 다주택자를 위해 엄청난 세제 혜택을 제공했고, 3기 신도시를 비롯해 주택 공급 확대를 부추겨 왔다. 이런 부자를 위한 정책은 한동안 바뀌지 않거나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관련 기사: 종부세 감면?: 조세정책 거꾸로 가는 문재인 정부)

이렇게 투기를 부추기는 시장 중심적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 가격을 계속 폭등시키고 LH 사태 같은 권력형 부패가 곰팡이처럼 끊임없이 자랄 토양을 만든다.

정부는 값싸고 질 좋은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대량으로 건설해야 한다. 전쟁 위협을 높이고 평범한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공격형 무기에는 엄청난 돈을 퍼붓는 한국 정부는 그럴 능력이 충분하다. 또,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은 OECD 주요 8개국 평균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부동산 투기로 막대한 부를 쌓은 부자들에게 세금을 걷어서 충당할 수도 있다.

능력이 충분하고 방법도 나와 있으니, 결국 우선순위의 문제다. 자본주의적 우선순위에 맞서서 투쟁을 통해 정부를 강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1980년대 말 한국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던 시기, 전투적인 노동운동의 영향 속에서 공공임대 주택 정책이 시작됐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여러 많은 문제와 마찬가지로 자본주의를 가만히 둔 채 청년들의 주택 문제만 핀셋으로 뽑아내 해결할 순 없다. 미쳐버린 이윤 체제를 무너뜨릴 때만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