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8일 대검찰청은 법무부의 직제개편안을 반대한다고 발표했다. 친정부 성향이라던 김오수가 검찰총장에 임명된 지(6월 1일) 열흘도 안 돼 법무부 장관 박범계에게 공개 항명을 한 셈이다.

법무부 안은 검찰의 직접 수사 가능 부서를 줄이고, 일선 검찰청이 직접 수사할 때는 검찰총장이나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대검은 박범계 안이 상위 법률에 맞지 않고 검찰 수사의 중립성·독립성을 해친다는 점을 반대 이유로 들었다.

실제로 문재인식 검찰 개혁은 행정부 소속 기관으로서 검찰이 선출된 정부의 뜻에 따라야 한다며 검찰 수사를 정권의 입맛에 맞게 방해하는 것이었다.

사실, 검찰은 전에 정권으로부터 독립적이었던 적이 없었다. 그러니 이제 와서 검찰이 권력의 간섭에 맞서겠다고 하는 것도 못 믿을 얘기이다.

무리수 정권 핵심부 수사를 막으려는 청와대의 무리로 청-검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출처 청와대

검찰은 8일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에서 경영자들에게 무기징역 또는 징역 20년, 벌금 3~4조 원씩을 구형하고도 권력형 비리는 아니라며 면죄부를 줬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과의 연관 의혹이 큰데도 말이다. 정관계 로비 문건에 전 검찰총장 채동욱의 이름이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조국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한동훈 검사장은 과잉 수사라는 비판에 대해 오히려 (비슷한 사건과 비교해) 조국 딸을 기소하지 않는 등 봐주기 측면이 있었다고 했다. 사실 웅동학원 채용비리가 불기소된 것은 대중이 납득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조국 사태 이후 1년 반 동안 정권 측 인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으려 했다. ‘검찰 개혁’을 요란하게 앞세우면서 실제로 벌인 일들의 초점은 여기에 있었다.

재·보선 직전에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하겠다며 그에 따른 중대범죄수사청 신설안을 내놓기도 했다. 윤석열의 검찰총장직 사퇴와 여당의 재·보선 참패로 일이 뜻대로 진행되진 못했지만 말이다.

부패가 문제다

박범계는 직제 개편안을 내놓으며 검찰 단속에 재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김오수의 검찰은 순순히 따르지 않았다. 총장 임명 직후 이뤄진 검찰 고위급 인사에서 박범계가 김오수를 무시했다는 소문이 나오더니, 검찰 측에서 정권 핵심부의 방침에 반기를 든 것이다.

애초 청와대는 임기 말 레임덕을 최소화하려고 서울중앙지검장 이성윤(이번 인사로 서울고검장으로 승진) 대신 검찰 내 반발이 적은 김오수를 검찰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1년 반 동안 청와대는 검찰과의 갈등으로 상처를 입어 왔는데, 임기 말 레임덕을 최소화하려면 이젠 검찰을 단속만 할 게 아니라 달래고 중재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사정은 이번처럼 정권 핵심부가 무리수를 둘 때 김오수가 검찰의 이반을 대변하는 구실을 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비록 김오수가 윤석열의 길을 따라가지는 않을 것 같지만 말이다.

결국 청-검 갈등의 지속은 검찰 단속의 필요 때문에, 즉 정권 핵심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막아야 할 필요 때문에 무리수를 계속 둬야 하는 청와대의 사정에서 비롯한다. 부패가 문제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변명과 거짓을 가득 늘어놓은 회고록 《조국의 시간》을 출판한 것은 여권에 불리한 일이다. 문재인 정부의 위선과 부패, 내로남불 논란의 시발점이 바로 2019년 조국 사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조국은 여권 핵심부에 ‘나를 밟고 가(보)라’고 한다.

그러나 다른 의미로 ‘조국(청검 갈등)의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조국은 자신의 아내 정경심이 구속된 재판에서도 정경심을 변호하는 진술을 하지 못하고 진술 거부로 일관했다. 2019년 수사가 한창일 때는 재판에서 입을 열겠다고 했으면서 말이다.

마침 6월 8일에는 열린민주당 의원 최강욱이 조국 아들에 대한 허위 인턴 증명서를 발행하고도 그것이 허위가 아니라고 말한 혐의로 선거법 위반 실형을 선고받았다.(벌금 100만 원이면 의원직 박탈인데 벌금 80만 원이 선고됐다. 비례의원이라서 거짓말이 당선에 결정적 이유는 아니었다는 이유로 재판부가 봐 준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8일 청와대 정무수석 이철희가 여당 지도부의 조국 사태 사과를 두고 잘한 일이라고 한 것이다(채널A). 문재인 측근으로 간주되는 양정철은 이 시점에 책을 꼭 내야 했느냐며 조국을 책망했다(〈동아일보〉).

조국의 신간

결국 조국의 책이 출판되자마자 민주당 대표 송영길이 당이 조국을 감싼 것에 대해 부실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급기야 부패와 내로남불 비판이 확대될까 봐 8일에는 부동산 불법 투기 의혹을 받는 소속 의원 12명에게 탈당하라고 했다.

탈당 권유 대상에는 원내대표를 지낸 우상호도 있고, 온갖 구설수에도 감싸줬던 윤미향도 있다. 이 중 다수가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LH 사태 직후엔 국회의원 전수조사 운운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쇼만 하는 셈이다.

여권의 단합은 결국 차기 정권 창출 가능성이 있어야 유지된다. 그러나 조국의 신간은 민주당 내 대선 주자들 모두에게 불리한 일이다. 게다가 멀찌감치 앞서가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중심으로 단결하기보다 나머지 후보들이 반이재명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그에 대한 지배계급의 반감이 여전히 크다는 것을 반영한다. 이재명의 포퓰리즘은 최근 들어 재계와 주류에 잘 보여야 한다는 압력 때문에 그 좌파성이 꽤 퇴색했는데도 말이다.

이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가 흥행하는 것과 대비된다. 윤석열 입당 가능성에 고무된 자들이 이준석에게 기대를 거는 듯하다. 이미지 세탁용 새 간판으로 말이다. 당내 중진들은 워낙 인기도 없고 지리멸렬하다.

그러나 이준석 돌풍은 당 리더십의 취약성에 기대고 있을 뿐이다. 이준석의 언행을 보면, 영락없이 미숙한 애송이 우파 정치인이다.

정당 지지율 면에서 수년간 민주당이 앞서 왔는데, 지금은 국민의힘한테 꽤 차이가 나게 역전됐다. 이런 역전은 개혁 염원을 배신한 민주당에 대한 환멸과 분노 때문이다.

배신

이 모든 상황은 문재인 정부가 레임덕에 빠져 있음을 보여 준다. 정부 내 이반(검찰)이 여전한 데다, 이젠 심지어 대통령 측근 인사들끼리도 화합이 안 되고, 청와대 의사에도 따르지 않는 게 현실이다.

레임덕에 빠진 전임 민주당 정부들이 늘 그랬듯이, 문재인도 위기 탈출을 위해 조금 더 기업인들과 우파의 환심을 사려고 한다.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대중에게 전가하려 하고 있다. 이재용 사면 분위기 조성이나 8일 통과된 쌍용차 자구안 압박이 이런 경우들이다.

진보 개혁 염원 대중은 이제 문재인 정부에 대한 환상이 별로 없다. 남은 일은 선거만 기다릴 게 아니라 우파와 중도파 모두에 반대하는 아래로부터의 대중 투쟁의 참을성 있는 구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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