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4일 교섭장 복도 앞에서 항의하는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 강사들 ⓒ제공 대학노조 연세대 한국어학당지부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 강사들(대학노조 연세대 한국어학당지부 소속)이 저임금, 공짜노동을 강요해 온 연세대 당국에 맞서 투쟁하고 있다. 이번 투쟁을 계기로 한국어학당 강사들의 처우가 그동안 얼마나 열악했는지 드러나고 있다.(관련 기사: ‘“연세대의 자랑” 한국어학당, 강사들은 월세 내기도 힘들다’)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은 재외교포·외국인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기관이다. 지난해에는 외국인 유학생이 선호하는 한국어 교육기관 1위(‘세계문화협회’ 선정)를 차지했을 정도로 대외 위상도 높다.

이런 위상은 한국어학당 강사들의 노고 덕분이다.

한국어학당 강사들은 직접 교재를 제작하고 교수법을 연구하는 등 수업 준비부터 공을 들인다. 시험 출제와 채점, 행정업무, 학생관리도 강사들의 몫이다. 한국어가 서투른 외국인 학생을 도와 은행 일을 봐주거나 보호자 자격으로 경찰서에 동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학교 당국은 열악한 처우를 강요하며 강사들을 쥐어짜 왔다.

한국어학당 강사들은 시급으로 2만 5000~3만 5000원을 받는다. 저임금에 허덕이는 것으로 알려진 대학 시간강사 평균 시급 6만 6000원(2020년)에도 한참 못 미치고, 다른 대학 한국어 강사 시급(보통 3만~4만 원대)보다도 낮다.

또, 연세대 당국은 한국어학당 강사들의 노동시간을 협소하게 규정해서, 실제 강의한 시간에 대해서만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수업 준비 등 강의 외 노동이 양질의 교육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인데도 말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외국인 학생이 줄자 연세대 당국은 강의시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임금을 보전해 주지 않았다. 코로나 이후 한국어학당 강사 인건비 총액이 30퍼센트나 삭감됐다고 한다.

이 때문에 원래부터 저임금이던 한국어학당 강사들은 더한층 임금이 깎였다. 코로나 이후 근속이 30년인 강사도 연봉이 1400만원이다. 부족한 임금을 벌충하려고 많은 한국어학당 강사들이 카페나 배달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기도 한다.

그동안 연세대 당국은 대학 한국어 강사의 법적 지위가 모호하다는 핑계로 처우 개선에 대한 책임을 회피해 왔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무책임하게 방치했다.

부자 대학의 우선순위

2019년 서울대에서 한국어 강사들이 투쟁을 벌여 무기계약직이 된 뒤, 연세대 한국어학당 강사들도 무기계약직이 됐다. 그러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뒤에도 처우가 나아지지 않았다.

“한국어학당 강사들에게 강의시간을 배정하는 기준을 학교가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어요. 강의시간을 학교 측이 임의로 조정하는 것이나 다름없죠. 무기계약직이 돼서 고용안정이 확보되더라도, 임금이 불안하다는 거예요.

“지금 정부에서 코로나 때문에 생계가 어려워진 플랫폼 노동자나 프리랜서를 지원해 준다고 하는데요. 한국어학당 강사들은 무기계약직이라는 이유로 그마저도 신청이 안 돼요. 열심히 노동해도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 그게 딱 저희에요.”(최수근 대학노조 연세대 한국어학당지부장)

한국어학당 강사들은 노조를 만든 뒤로 자신감을 갖고 투쟁하고 있다. 한국어학당 강사들은 시급을 3만~4만 원대로 인상하고, 강의 외 노동에도 임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6월 4일에는 강사 50~60명이 연세대 당국에 압력을 넣기 위해 교섭장 앞 복도에서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6월 11일에도 강사들은 똑같은 장소에서 침묵시위를 벌였다. 연세대 학생들도 여기에 동참했고, 강사들이 무척 고무됐다.

연세대 당국은 교섭이 시작되고 7개월 동안 강사들의 요구를 무시하다가, 강사들이 투쟁에 나서자 처음으로 임금 인상안을 내놨다. 재정이 부족하다면서 강사 연봉의 고작 1.5퍼센트를 인상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한다.

하지만 연세대는 적립금만 6371억 원이나 되는 부자 대학이다. 2021년 연평균 등록금도 915만 원으로 전국 1, 2위를 다툴 정도다. 연세우유·세브란스병원·부동산 임대 등 다양한 사업수익과 등록금을 합치면, 연세대 당국이 지난해 벌어들인 돈만 무려 9023억 원에 이른다.

최근 연세대 당국은 한국어학당이 벌어들인 수익으로 한국어학당 바로 옆에 새 건물을 지었다. 한국어학당을 오가는 강사들은 이 건물을 볼 때마다 “우리한테 돈 쓰는 건 왜 이렇게 아까워할까” 하는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한다.

그간 연세대 당국은 돈벌이에 혈안이 된 채 곳간에 돈을 쌓아 두고는 교육과 학내 구성원들을 위한 지원에는 인색했다. 이로 인해 학생들과 한국어학당 강사들, 노동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강의를 시작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연세대 당국은 비대면 강의의 문제점들도 전혀 개선하지 않고 있다(관련 기사: ‘교육의 질 하락 방치하는 연세대 당국’). 한국어학당 강의 역시 비대면으로 전환하고는 강의 운영은 강사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방치했다.

한국어학당 강사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은 양질의 교육 제공과도 연결된다. 크게 보면, 한국어학당 강사들의 조건을 개선하는 투쟁은 연세대 전체 교육 여건을 개선하는 투쟁의 일부다.

한국어학당 강사들은 6월 22일에도 항의 행동을 이어 갈 계획이다. 더 많은 학생들이 한국어학당 강사들의 투쟁에 연대하길 바란다.

어학당 옆 신축 건물 대학 당국은 새 건물 지을 돈은 있으면서 노동자들의 저임금을 해결할 돈은 아까워한다 ⓒ임재경
“용돈 말고 정당한 임금을!” 코로나19를 이유로 노동자들의 임금은 더한층 깎였다 ⓒ김세중
노동자들의 투쟁 정당하다 연대하는 연세대 학생들 ⓒ제공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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