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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난민의 날 20주년 특집 난민이 직접 말하는 한국에서의 삶①:
“한국 정부는 난민들이 못 견디고 떠나게 만들어요”

오는 6월 20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난민의 날이다. 올해는 난민의 날이 지정된 지 20년, 유엔 난민협약이 채택된 지 70년이 되는 해다. 한국은 1992년 이 협약에 가입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 초반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난민 인권을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난민들이 직접 얘기하는 그들의 한국살이는 문재인 정부가 난민을 옥죄고 있음을 생생히 드러낸다.

이집트 출신 난민 압델라흐만 아테프 씨는 이집트 정권의 박해를 피해 한국에 왔다. 이집트에서 그는 변호사이자 인권 활동가로 일했다. 아테프 씨는 난민 심사에서 한 차례 떨어졌다가 최근 난민 인정을 받았다. 난민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정부에 항의해 2019년 법무부 앞에서 동료 이집트 난민들과 노숙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한국에서 그는 자동차 배터리 커버를 만드는 일을 한다. 그가 일하는 공장에는 난민과 이주노동자가 대거 고용돼 있다고 한다. 난민과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인이 기피하는 일자리에서 부족한 일손을 채우고 있다.

정부는 불안정한 체류 자격과 취업 제한 등으로 난민들이 열악한 일자리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한다. 그런데 최소한의 생계지원금도 사실상 없다시피 하다. 난민들이 이런 상황을 견디다 못해 출국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이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체류와 노동조건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집트 출신 난민 압델라흐만 아테프 씨 ⓒ조승진

어떤 곳에서 일하고 있나요? 노동조건은 어떤가요?

김천의 자동차 배터리 커버 만드는 공장에서 제품 조립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이 어렵고 위험합니다. 감전되는 일도 있고, 산재가 반복적으로 발생합니다. 2주 전에도 산재가 발생했어요. 노동시간은 굉장히 길어요. 기본적으로는 8시간인데,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 반까지 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노동이 굉장히 고됩니다.

같은 시간 일하더라도 사람마다 노동강도가 다릅니다. 제가 느끼기에 출신국별로 차별이 존재합니다. 중국동포 노동자가 업무를 바꿔 달라고 요구하면 들어 주는데, 난민 신청자들은 불안정한 처지라 그런 선택권이 별로 없어요.

G-1 비자 소지자[난민 신청자나 인도적 체류 허가자]는 사업장을 바꾸기 어려워요. 바꿔도 비슷하거나 더 나쁜 곳이에요. 뭘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르니 좋은 곳을 골라 갈 수 없죠. 난민 인정을 받으면 그나마 옮길 수 있는데, G-1 비자는 그런 자유조차 없고 제약이 가장 많습니다.

[난민 신청자는 2~3개월, 인도적 체류 허가자는 1년마다 체류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 이는 일자리를 구하는 데 큰 걸림돌이다. 사용자들이 안정적인 체류자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는 이들의 취업을 ‘비전문’ 업종으로 제한한다.]

동료의 산재는 어떻게 처리됐나요?

손이 기계에 끼어 신경이 끊어지는 사고였어요. 수술하고 집에서 15일 동안 일을 못 나갔습니다. 일을 못 하니까 월급을 못 받고 치료비도 낼 수 없는 상황인데 회사는 나 몰라라 했습니다.

사측은 산재 처리를 하지 않고 피해자에게 월급으로 주겠다며 무마하려 했어요. 피해자는 이를 거부하고 내 권리니까 절차대로 처리하자고 요구했어요. 그러자 사측은 내쫓겠다고 위협했습니다.

한국은 난민들로부터 이익을 얻고 있어요. 우리는 입국할 때나, 비자 갱신할 때 적지 않은 수수료를 내고 한국 국민처럼 세금도 다 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대우하고, 사고 났을 때 지원을 받을 수 없는지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난민으로 인정받은 후 좋아진 점이 있나요?

난민으로 인정받기 전까지는 한국을 떠나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일단 난민 인정을 받았으니 안정감은 들어요. 더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자유도 생겼어요.

다만, 한국에 정착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 현실적인 문제가 나옵니다. 한국어도 배워야 하고, 직장도 좋은 곳으로 옮겨야 하고, 가능하다면 대학도 새로 가고 싶어요. 현재 30살인데 50살 될 때까지 지금 일하는 공장에서 부상이나 재해 위험에 노출되며 계속 일할 수는 없으니까요.

더 나은 조건을 찾아야 하는데, 이전까지 살아 왔던 삶은 끝났고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어요. 이게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때문에 집에서 혼자 울기도 했어요. 여행도 다니며 밝게 살려고 노력은 하는데,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와 압박이 심합니다.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은 없나요?

얼마 전 한국 정부[와 지자체들]는 외국인들, 난민 신청자들 때문에 코로나가 퍼졌다는 식으로 거짓말을 하면서 이주노동자 전수검사를 했어요. 인권위에서도 차별이라고 판단하고 시정조치를 권고했습니다. 통계만 봐도 내국인한테서 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이집트 정부가 어떤 문제가 있을 때 무조건 무슬림형제단 때문이라며 희생양 삼는 것과 똑같습니다. 술집이나 클럽도 다 열려 있고 수백 명이 이용하는데 왜 우리한테 차별적인 조치를 하나요?

문재인 정부의 난민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한마디로 요약하면 지연 정책입니다. 난민 심사 과정을 엄청 길게 늘어뜨리면서 사람들이 못 견디고 떠나게 만들어요. 적지 않은 난민들이 법무부의 1차 심사에서 거절당한 후 소송을 통해 난민으로 인정받습니다. 이건 말이 안 돼요.

앞으로 한국에서 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한국인이든 중국인이든 저와 같은 난민이든 인간다운 삶을 살게 하고 싶어요. 이집트에서 변호사이자 인권 활동가였는데 한국에서도 이런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서 다른 직장도 구하고 가정도 꾸리고 싶습니다.

2019년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난민들의 권리 보장과 법무부 장관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인 아테프 씨(가운데) ⓒ제공 난민과함께공동행동
인터뷰하는 아테프 씨. 그의 옆에 인도네시아 지인이 함께하고 있다 ⓒ조승진
2019 이주노동자 메이데이에 참가한 아테프 씨. 난민을 환영하는 학생이 만든 손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조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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