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대사관에 걸린 무지개 깃발 미국은 자국 내 성소수차 차별을 줄이고 있나? ⓒ이미진

올해에도 ‘성소수자 자긍심 달’인 6월, 주한 미국대사관이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광화문 대사관 건물에 걸었다. 미대사관은 2017년부터 6월이 되면 무지개 깃발을 걸어 왔다. 올해에는 바이든 정부의 국무장관 앤터니 블링컨이 성명까지 내고 각국 대사관에 무지개 깃발 게시를 적극 고무했다.

미대사관의 이런 행위가 뼛속까지 친미인 개신교 우파를 당황스럽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6월 14일 개신교 우파들은 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지개 깃발 게시가 “강력한 한미동맹을 훼손하는 경솔한 행동”이라며 규탄했다.

하지만 성소수자 혐오적 우파들이 반대한다고 해서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미대사관 무지개 깃발을 환영할 이유는 없다. 미대사관의 무지개 깃발은 미국 지배자들이 자국과 세계 곳곳에서 벌이는 악행을 가리기 위해 이용하는 ‘핑크워싱’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미대사관은 이런 목적으로 2014~2019년 퀴어문화축제에도 참가한 바 있다. 2019년 당시 주한 미국대사 해리 해리스는 서울 퀴어퍼레이드에 직접 참가해 〈한겨레〉 등 자유주의 언론들의 우호적인 주목을 받았다. 몇 달 뒤 그는 한국에 방위비분담금을 무려 5배 인상하라고 요구하고, 군사적 긴장이 높은 호르무즈 해협에 한국군 파병을 요청했다. 2017년에는 특별히 대구 퀴어퍼레이드에도 미대사관이 참가했는데, 당시 대구 옆 성주에서는 미국이 요구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항의가 한창이었다.

이처럼 (미국 정부의 연장선인) 미대사관은 한국에서 제국주의적 긴장과 갈등을 키우면서, 이에 항의하는 목소리를 약화시키기 위해 성소수자 쟁점을 이미지 세탁용으로 이용해 왔다.

특히 최근 악화되고 있는 미국 내 성소수자의 처지를 보면, 미국 정부의 위선이 더 잘 드러난다. 지난해 미국에서 코로나19 위기로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고 수천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는데, 성소수자들은 더 심각한 악영향을 받았다. 또 우파들의 공격도 극심해져, 미국 최대 성소수자 단체는 올해가 “성소수자에 대한 주 입법 공격이 미국 역사상 최악인 해”라고 선언할 정도다. 미국 전국 곳곳에서 십대 트랜스젠더들이 우파들에게 집중 공격받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시위가 크게 일어났을 때 ‘흑인 트랜스 목숨도 소중하다’ 구호도 함께 외쳐졌다. 지난해에만 미국에서 트랜스젠더 44명이 살해당할 만큼 끔찍한 처지에 있기 때문이다. 그중 약 80퍼센트가 유색인종이었다. 그래서 지난해 한국의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도 미대사관의 무지개 게시를 “기만”이라며 비판했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 등 경쟁국을 견제하며 동맹을 결집시키는 데서 ‘인권’, ‘민주주의’와 같은 이데올로기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미국 지배계급의 인권 운운은 늘 위선이었다. 성소수자 인권도 선택적으로 이용할 뿐이다. 예컨대 바이든이 결속을 강화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는 합의한 동성간 성관계조차 불법인 나라이다. 심지어 최고 사형이나 종신형에 처한다. 반면, 중동에서 미국이 견제 대상으로 여기는 이란의 성소수자 인권은 비난 명분으로 이용해 왔다.

바이든은 미국에서 성소수자 권리가 놀랍게 진전됐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성소수자 차별 완화는 미국 국가의 선의로 주어진 선물이 아니다. ‘성소수자 자긍심 달’의 기원이 된 스톤월 항쟁 자체가 차별적인 미국 국가와 경찰에 맞선 아래로부터 대중 반란이었다. 당시 급진적인 반란 물결 속에서 성소수자들도 기존 사회 질서의 전복, 혁명을 얘기하며 전투적으로 시위를 벌였다. 그 덕분에 미국의 절반이 넘는 주에서 반동성애법이 폐지됐고, 수십 개의 도시에서 차별금지법이 통과됐다.

미국 국가와 미대사관은 “성소수자의 친구”가 아니라, 미국 내 차별받는 사람들과 세계의 대중이 함께 맞서 싸워야 할 적이다.

캐나다는 과연 성소수자 친화적 나라인가?

주한 캐나다 대사관도 SNS에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을 기리며 올해 서울 퀴어문화축제에 참가를 알렸다. 캐나다 대사관은 자신을 “전세계 성소수자 권리의 강력하고 자랑스러운 지지자”라고 소개했다.

캐나다는 한국에서 ‘성소수자가 살기 좋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캐나다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첫 번째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된 나라다. 북미 최대 규모인 토론토 자긍심 행진에는 캐나다 총리도 참가한다.

하지만 캐나다 성소수자의 권리도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캐나다에서는 1969년 전까지 동성애가 불법이었다. 그러나 1969년 후에도 성소수자는 직장에서 해고되고 법적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한 채 차별과 괴롭힘을 당했다. 1981년 캐나다 경찰은 게이 사우나 4곳을 급습해 성소수자 300여 명을 체포했다. 이는 사회적 격분을 일으켰고, 수천 명이 항의하며 행진을 벌였다. 이 사건은 캐나다의 ‘스톤월 항쟁’에 비유된다. 토론토의 자긍심 행진은 여기서 비롯됐다.

2010~2017년에 토론토의 성소수자 공동체의 중심지로 알려진 처치와 웰슬리 지역에서 유색인종 남성 동성애자 7명이 사라졌다. 이것은 동성애자를 타깃으로 한 연쇄 살인임이 밝혀졌는데, 토론토 경찰은 동성애 혐오 때문에 시신이 나올 때까지도 제대로 된 수사를 거부했다.

최근 토론토시는 자긍심 행진이 ‘이스라엘 아파르트헤이트 반대 퀴어’라는 단체의 참가를 허용했다는 이유로, 자긍심 행진의 기금을 없애려고 했다. 이는 대규모 항의로 실패했다.

오늘날까지 캐나다에서는 공공 기금을 받는 대부분의 가톨릭 학교에서 성소수자 지지 동아리가 금지되고 있다.

주요 도시 밖에서는 성소수자 권리를 위해 싸우는 단체들이 별로 없어서 성소수자 처지가 훨씬 더 열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