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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지 못할 《테러범 식별 요령》

국정원이 펴낸 소책자 《테러범 식별 요령》이 묘사하는 테러범은 다음과 같다. 이 항목중에 한 가지라도 적용되면 당신은 테러리스트로 몰릴 수 있다.

“마스크나 수염 등으로 얼굴을 가리거나 모자 또는 짙은 색깔의 안경을 착용”, “신체의 다른 부위에 비해 지나치게 배가 나왔거나”, “땀을 많이 흘리며 눈초리가 불안한 사람”, “20∼40대 남성”.

모두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수염을 기르고 있고, 땀이 많은 30대 남성인 나는 3개 항목이 해당된다. 웃지 못할 블랙 코미디다.

더 황당한 것은 “부산 경찰청이 테러범을 신고할 경우 최고 5천만 원까지 신고보상금을 지급키로 하고 시민들을 상대로 홍보에 나섰다”는 것이다(〈부산일보〉 10월 12일치). 이는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 테러 불안감을 증폭시켜 정부의 ‘대테러정책’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고도의 심리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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