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6월 18일 노동자연대 온라인 토론 ‘바이든 이후 더 심화되는 미·중 경제 갈등, 한국은 어디로?’의 발표문을 보완한 것이다.


최근 서방 강대국 지도자들의 모임인 G7 정상회의는 바이든 정부 들어 미·중 갈등이 더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 줬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유럽에 부과한 비행기·철강 등의 관세 인상 조처를 철회하며 유럽의 동맹들에게는 유화 조처를 취했다.(이미 3월부터 이를 유예해 왔다.) 동맹과의 갈등을 줄임으로써 대중국 압박을 강화하는 데 동맹국들의 협력을 얻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동맹국들의 대 중국 압박 강화를 보여 준 G7 정상회의 미·중 갈등 심화 속에 한국 지배자들의 딜레마도 커지고 있다 ⓒ출처 Number10(플리커)

G7 정상회의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 기원 재조사, 대만해협 문제, 신장 위구르 인권 침해 등 중국을 압박할 쟁점들이 두루 언급됐다. 또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응해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인프라 구상인 ‘더 나은 세계 재건(Build Back Better World, B3W)’에 G7 국가들도 동참하기로 했다. 미·중 갈등이 정치적 영역으로 확대되고, 제3세계 인프라에 대한 영향력을 둘러싼 경쟁도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 국가들이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의식해 일부 문구의 조정을 요구하는 등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음을 보여 줬지만, 당장은 유럽 열강도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이해관계를 공유하며 바이든의 대중국 압박 정책에 보조를 맞춘 것으로 보인다.

첨단 기술 산업에서 중국 배제 추진

바이든의 대통령 취임 후 미·중 간의 경제적 갈등은 더욱 커져 왔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중국에 부과한 무역관세 인상 조처를 유지한 데 이어 첨단 기술 산업에서 중국 배제도 역력하다. 바이든 정부 들어 투자 규제 행정명령의 대상이 된 중국 기업이 트럼프 정부 집권 기간 48곳에서 59곳으로 늘어났다.

미국 지배자들은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우위를 확고히하는 것이 경제적·군사적 패권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본다.

이는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국제 생산 과정에서 중국의 위상이 높아진 것과 관련이 있다.

중국은 2001년 12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세계의 공장으로 급속히 성장했다. 선진국의 주요 기업들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편, 중국은 다른 신흥국들에서 원자재를 들여와서 자국에서 조립 생산해 판매하는 방식의 세계적 생산망이 형성됐다. 이 과정에서 서방 기업들도 많은 이윤을 벌어들였다.

예를 들어 애플은 미국 캘리포니아 본사에서 아이폰 디자인과 설계를 하고, 대만 기업인 폭스콘의 중국 공장에서 아이폰을 조립해 완성품을 생산한다.

소매가격 600달러인 아이폰4를 팔아 애플이 270달러, 애플의 중국 내 유통업체가 90달러를 가져간다. 그리고 부품업체가 187.5달러를 가져가는데 그중 한국 기업들이 80달러, 미국 기업들이 24.6달러를 가져가고 그 다음으로 독일·프랑스·일본 순이다. 이래저래 미국 기업들이 제일 많이 버는 구조다. 중국이 생산조립만 해서 버는 금액은 6.54달러에 불과하다. 아이패드도 마찬가지다. 아이패드 에어 16GB 모델의 판매 비용 중 30퍼센트를 미국 기업들이, 7퍼센트를 한국 기업들이 가져가지만 중국 기업들은 겨우 2퍼센트만 가져간다.

그런데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더는 이런 조립기지에 한정되지 않고 첨단 기술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해 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연구개발 지출비가 급증했고, 10대 첨단 기술 중에서도 특허 수가 가장 많은 품목도 많다. 대표적으로 중국의 통신업체 화웨이는 5G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해 왔다.

중국 정부는 이미 2015년에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과 제조업 활성화를 목표로 중국제조2025를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중국에서 정보기술, 로봇, 항공우주, 바이오, 전기차, 전력 등 신산업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고, 핵심 부품과 소재의 국산화율을 2020년까지 40퍼센트로, 2025년에는 70퍼센트 수준까지 달성하겠다고 계획했다. 2035년엔 독일과 일본을 제친 뒤 2049년 미국까지 추월하겠다고도 했다. 매우 야심 찬 목표이지만 달성 가능할지 미지수다. 그러나 이런 계획은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기업들의 이윤을 위협하고 경쟁 압력을 키우는 요소임에는 분명하다.

또 5G, 반도체, 인공지능(AI) 등을 둘러싼 첨단 기술 경쟁은 군사력과도 직결된다. 그래서 미국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화웨이와 중국의 통신기업 ZTE 등을 제재했다.

이런 상황에서 동맹국들에게 화웨이와 거래를 끊으라는 요구는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이다.(한국의 삼성과 SK하이닉스 등은 미국의 제재 이후 화웨이에 반도체 판매를 중단했다.)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 기업 등을 제재한 데 이어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첨단 장비들을 중국으로 반출하지 못하게 하는 조처들도 고려하고 있다. 바이든은 지난 2월 100일 안에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등 4대 품목에 대한 보고서를 내라고 지시했고 이 보고서가 최근 제출됐다. 이에 따라 관련 산업에서의 제재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미국과 중국 간의 경제적 상호 침투가 상당한 상황에서 양국의 경제적 관계를 단절하는 것(디커플링)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트럼프가 미·중 갈등을 키운 뒤에도 중국 내수 시장을 겨냥해 중국으로 향하는 미국의 해외직접투자 규모 등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계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바이든 정부의 압박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 중 하나인 대만 TSMC가 미국에 120억 달러 규모의 공장을 짓기로 했다. 대만의 핵심 반도체 기업이 미국 측에 투자를 늘리는 것이다. 애플은 당분간 중국에서 생산을 계속할 예정이지만 인도에서도 생산을 시작하는 등 다국적기업들이 생산망을 다변화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첨단 기술 갈등이 심화하고 이 영역의 국제적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의 공세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향후 첨단 기술 산업을 중심으로 디커플링 움직임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상황을 급진전시킬 수 있는 아시아 군사 긴장 심화

게다가 만약 아시아에서 미·중 간의 군사적 충돌이 벌어진다면 이런 경제적 변화가 더욱 급진전될 수 있다.

실제로 미·중 갈등은 지정학적 위기로도 발전하고 있다. 물론 중국의 군비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어도 여전히 미국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아직 세계적으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군사력을 아시아에 집중할 수 있고, 아시아에서만큼은 자국의 군사적 영향력을 넓히려 해 왔다. 그런 만큼 미국과 중국이 아시아에서 충돌할 가능성은 계속 커지고 있다. 특히 남중국해와 대만이 위험한 지역으로 꼽힌다.

지난 G7 정상회담 이후에도 바이든은 나토와 손잡고 대중국 군사 견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나토 정상회의 공동성명서는 중국을 ‘구조적 도전’으로 명시했다. 물론 독일 총리 메르켈은 이 규정을 “과장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과도 파트너라고 말했다. 이처럼 독일 같은 유럽 열강은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의식한다. 그러나 모순이게도 아시아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행동을 벌이는 데 동참하고 있기도 하다.

오는 8~9월에는 유럽 각국의 군대가 아시아로 모여 군사 훈련을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영국의 최신예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가 현재 지중해를 통과하고 있고, 프랑스의 핵추진 항모 샤를 드골함, 독일의 호위함 등도 아시아 향진 대열에 포함돼 있다. 이들은 미국은 물론 일본, 호주 등과 연합 훈련을 벌일 예정이다.

제1차세계대전 전에도 영국과 독일, 독일과 러시아 간의 경제적 교류는 활발했다. 그러나 전쟁이 발발하자 이런 경제적 교류는 급속하게 단절됐다. 만약 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 국지적 충돌이라도 벌어진다면 이는 미국과 중국의 기존 경제 관계를 급격히 악화시키게 될 것이다.

점점 현상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한국 지배자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지배자들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흔히 기존의 관계를 두고 ‘안미경중’이라고 말한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말이다. 실제 한국의 대중국(홍콩 포함) 수출의존도는 30퍼센트 이상으로 미국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선다. 트럼프의 관세 압박이 가장 심했던 2019년에 꽤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이후 다시 상승했고, 올해 대중국 수출 비중은 더욱 커지는 추세다.

그러나 이제까지 한국과 미·중의 관계가 안미경중이라는 말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한국 경제에서 중국의 비중이 빠르게 늘긴 했어도 경제적 영향력 면에서도 미국의 영향력이 중국보다 적다고 할 수는 없다.

물론 2007~2009년 세계금융 위기가 미국의 위상에 타격을 주기는 했다. 하지만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국제 금융 시스템의 지위는 오히려 더 공고화됐다. 미국 재무부와 연준이 2007~2008년과 2020년 공황에 대응하려고 막대한 규모의 양적완화를 하며 달러의 흐름을 유지시켰기 때문이다.

또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반도체 산업만 보더라도 반도체 설계를 하며 생산을 지휘하는 구실은 주로 미국 기업들이 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공급망을 벗어날 경우 한국 기업들은 반도체를 아예 제작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게다가 전통적으로 뿌리 깊은 한국과 미국의 안보 동맹은 여전하다. 성주 사드, 평택 미군기지는 주한미군의 주요한 군사 거점들이고 모두 중국을 겨냥한 기지들이기도 하다. 한국의 제주해군기지에도 미군 군함이 정박할 수 있다. 최근 미국의 동의로 ‘미사일지침’이 종료돼, 한국은 사거리를 늘린 새 미사일을 개발·배치하려 한다. 이는 중국을 자극해 역내 갈등을 키우는 데 일조할 것이다.

한국 지배자들이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공감하는 측면도 있다. 한국 기업들도 중국의 산업 고도화 전략으로 인해 경쟁 압력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기업들 내에서는 미국의 중국 압박으로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 향상 노력이 타격을 입기를 바라면서 그 공백을 한국 기업들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말들이 나온다. 예를 들어 화웨이가 5G 시장에서 타격을 받은 이후 그 수혜를 삼성전자가 보고 있는 측면이 있다. 삼성전자는 화웨이를 대신해 캐나다, 미국, 일본 등에서 5G 수주를 따냈다.

그러나 미·중 갈등이 어느 수준을 넘어 더욱 격화한다면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당장 바이든은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장비의 중국 수출 금지 카드를 고려하고 있는데, 만약 이런 일이 벌어지면 막대한 투자를 해 놓은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공장의 가동에 큰 지장이 생길 수 있다. 한국 반도체 수출의 60퍼센트가량은 중국으로 향한다(홍콩 포함).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중 간에 디커플링이 벌어져 만약 한국이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면 1997년 IMF 위기 이상의 위기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 지배자들은 미국의 제재로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타격을 받게 되기를 원하면서도, 동시에 미중 갈등이 격화돼 중국 내 사업이 방해받지는 않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는 틈바구니에서 한국 기업들의 이윤을 가장 높일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되기를 원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런 양다리 전략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현재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패권 경쟁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상황을 볼 때 한국 지배자들의 처지는 더욱 곤혹스러워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리고 만약 미·중 간의 경제, 군사적 갈등이 심화돼 정말 어느 한편에 줄을 서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큰 이변이 없는 한 한국 지배자들은 미국을 택할 것이다. 물론 영국의 지배자들이 원치 않았음에도 브렉시트가 이뤄졌듯 어떤 돌발적이고 정치적인 변수가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말아야겠지만 말이다. 대기업들의 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연구소인 한국경제연구소는 최근 ‘바이든 행정부의 무역정책과 한국의 대응전략’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미국 중심의 경제 블록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미국과 동맹국의 국내총생산(GDP) 합계가 전 세계 GDP의 65.8퍼센트에 달한다며 미국 중심의 경제 블록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고, 그 속에서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균형외교?

이런 상황에서 우파들 내에서는 어정쩡하게 있지 말고 미국 편에 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이다. 국민의힘 비대위장 시절 김종인은 “중국은 미국 대체 못한다”며 한국이 쿼드(중국 견제를 위해 만들어진 미국, 인도, 일본, 호주의 안보협의체)에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주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 초월외교를 표방해 왔다. 그러나 균형외교는 결코 공평무사한 중립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 한미동맹을 굳건히 한 상태에서 중국과도 잘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전략의 모순은 G7 정상회의에서 다시 한 번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는 G7 회의에 초대된 것이 국가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보여 준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이 위상의 증대는 미·중 갈등이 첨예해지는 상황에서 비롯한 측면이 크다.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미국 편에 섰기 때문에 환대를 받은 것이다. 스스로 미국 편에 발을 들여 놓으면서 “균형”을 추구하겠다고 말하는 모순은 미·중 갈등이 심화할수록 더 큰 어려움에 부딪힐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나름의 목소리를 내려면 한국 산업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크다. 일본이 외교적으로 미국 편이 확고함에도 중국의 경제 제재를 받지 않는 것은 중국에게 일본의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이고 한국도 이런 지위에 올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과 중국처럼 한국도 첨단 산업 기업들에 세금 혜택과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이재용 사면 요구도 더욱 커졌다.

이와 함께 한국 정부는 국방력 강화와 군비 증강도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 군비 증강 비율은 이전 정부들보다 더 높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방비 증가 속도가 더욱 가파르다

반(反)제국주의가 중요하다

현 상황의 내재적 동학은 제1차세계대전 전에 제국주의적 갈등이 격화하던 상황과 유사하다. 당시 세계 1위 패권국이던 영국의 지위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독일이 영국에 도전하며, 그들 간의 충돌이 전쟁으로 발전했다. 당시에도 독일과 영국 사이에 경제적 교류와 투자는 활발하게 이뤄졌고, 그래서 제국주의 국가들 간의 전쟁은 일어나지 않거나 일어나더라도 일시적인 충돌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당시 독일 사회민주당의 지도자 카를 카우츠키는 국경을 넘어선 자본의 투자가 발전해 갈수록 국가들 사이의 지정학적 갈등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초제국주의론).

그러나 러시아의 혁명가들인 레닌과 부하린은 불균등 발전 때문에 초제국주의가 불가능하다고 봤다. 불균등 발전으로 말미암아 경제 발전 수준이 가장 높은 지역이 계속 바뀌고 이에 따라 정치적으로 강력한 국가의 순위도 바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패권 국가가 바뀌는 것은 결코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니라 맹주 자리를 둘러싼 치열한 쟁투 속에서 일어난다. 그래서 제1차세계대전 때 영국과 독일의 갈등이 있었다면, 지금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미·중이 경제적으로 긴밀히 의존하고 있어서 어느 수준 이상으로 이 갈등이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상황을 그렇게 낙관해서는 안 된다. 자본주의에서 경제적 경쟁은 국가 간의 지정학적 경쟁과 맞물려서 일어난다. 국가들이 가진 막대한 무기는 결코 장식품이 아니고, 지배자들은 경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라면 전쟁까지 불사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중국을 의식하면서도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협력하는 등 미·중 간의 위험한 경쟁에 더 깊이 발을 들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상황을 이용해 남북 관계 개선의 동력을 마련해 보자고 하지만, 이는 근시안적인 생각이다. 남북 관계도 근본에서 결국 미·중 관계와 긴밀히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한국 지배자들의 태도를 한국의 미국에 대한 종속 때문이라거나, 미국에 단지 ‘당당하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라는 식으로 봐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의 GDP는 세계 10위이고 군사력은 세계 6위이다. 한국의 지배계급은 자신의 정치·경제·군사적 이익을 위해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국제적 지위를 높이려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미·중 경쟁 심화 속에 한국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경쟁력 강화 논리는 노동자들과 평범한 사람들에게 득이 될 것이 없다. 이윤 경쟁, 군비 경쟁을 위해 임금, 복지 등에 대한 공격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런 경제적 경쟁 논리가 군사적 경쟁으로도 나아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 자본주의의 경쟁력 강화 논리를 반대해야 한다.

제국주의에 맞서려면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편을 들거나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것이 아니라 반제국주의를 지향해야 한다. 오늘날 각국에서 불평등이 증가하고, 정부의 권위적인 억압이 강화되는 상황 속에 몇 해 전 홍콩에서도 항쟁이 벌어졌었고, 미국에서는 인종차별 반대 저항도 일어났다. 제국주의 지배자들에 맞서는 아래로부터 투쟁이 더욱 전진할 수 있도록 도울 혁명적 정치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