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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러시아 해상 충돌:
미국과의 군사 동맹과 애국주의 강화하는 영국 정부

중국·러시아와 미국의 경쟁이 첨예해지는 가운데 영국은 새로운 수준의 군사 동맹을 미국과 다지고 있다. 영국 구축함 디펜더 ⓒ출처 영국 왕립해군(Royal Navy)

6월 23일 영국과 러시아 군함이 흑해에서 군사적으로 대치했다.

영국 집권 보수당의 공세적 애국주의가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제국주의적 경쟁이 어떻게 끊임없이 전쟁 위험을 낳는지를 보여 준다.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 정찰선이 영국 구축함 디펜더를 몰아내려고 경고 사격을 가하고 러시아 수호이 전투기가 폭탄을 투하했다고 주장했다. 디펜더함은 크림반도 해역에 진입해 수차례 경고를 무시하고 크림반도 남단 피오렌트곶 해안의 영해를 3킬로미터 침범했다.

크림반도는 2014년 3월 러시아에 점령·합병됐다.

다음 날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은 항로가 “전적으로 적절”했으며 해당 구축함은 “우리의 가치를 지키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유도 미사일을 장착한 디펜더함은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막 출발한 상태였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영국과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이 6월 22일 디펜더함 선상에서 만나 방위 협정을 맺”었으며 이에 따라 영국은 “우크라이나 해군력 증강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그 보도에 따르면 “양국은 우크라이나 해군 인력 훈련, 해군 기지 신설, 샌다운급 기뢰탐색함 두 척 구입 등을 추진할 것이다.”

이러한 협정은 러시아 지배자들의 화를 돋울 것이 분명했다.

영국 정부에는 매우 편리하게도 BBC의 국방전문기자 조너선 빌과 〈데일리 메일〉 기자 한 명이 때마침 디펜더함에 승선해 있었다. 보수당이 과거 영국 제국의 영광을 다시 떠올릴 순간을 마련하려 했다면, 러시아와 대결하는 것만큼 완벽한 계기가 없었을 것이다.

영국 국가가 분리·독립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데다가 보궐선거가 다가오고 있는 사정에도 딱 맞았을 것이다.

확실히 영국 정부는 끊임없이 애국주의를 북돋으려 한다.

영국인들은 6월 25일이 “하나된 영국, 하나된 국민의 날”이라는 말을 듣는다. 어린이들에게는 “우리는 영국인. 꿈이 하나 있어요, 온 국민이 멋진 팀으로 하나되는 꿈”이라는 가사가 달린 노래가 장려될 것이다.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가 사격을 가했다는 것을 부인했다. 하지만 조너선 빌의 보도는 이와 달랐다. 군대의 입장을 받아써 온 이 고분고분한 기자조차 다음과 같이 썼다.

“영국 군함에 따라 붙은 러시아 경비함 두 척이 우리의 항로를 강제로 틀려 했다.

“무전으로 갈수록 적대적인 경고를 보냈다. ‘항로를 변경하지 않으면 발포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군함 상공에 20기가 넘는 러시아 전투기가 날아다녔다. 러시아 해안경비함으로부터 경고가 있었고 실제로 총성을 들었다.”

디펜더함은 첫 임무를 수행 중인 영국의 새 항공모함 퀸엘리자베스함을 지원하는 함대의 일부이다. 이 기동함대에는 잠수함, 공격기, 영국과 미국의 육·해군병이 함께 투입된다.

항모타격단21(CSG21)이라 불리는 이 함대는 남중국해 등 분쟁이 치열한 지역으로 6개월 동안 항해하기 위해 지난달 영국에서 출발했다.

구축함

국방위원회 의장인 보수당의 토바이어스 엘우드는 6월 24일 BBC 인터뷰에서 서방 국가들이 지나친 “위험 회피 성향”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구축함 한 척을 대만해협으로 지나가게 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는 분명히 중국을 격분케 할 행동이다.

디펜더함은 중국과의 긴장을 높이러 가는 길에 함대에서 떨어져 나와서 러시아와 대치했던 것이다.

국방부는 지난 4월 CSG21을 두고 “해외로 보낸 해군·공군 전력 중 사상 최대”라고 했다.

그러나 1982년 포클랜드 전쟁 때 파견한 병력이 더 컸다는 지적에 국방부는 “한 세대 만에 최대”로 말을 바꿨다.

CSG21 사령관 스티브 무어하우스는 지난 6월 22일 트위터에 “밤낮없이 항상 출동 준비가 된 5세대 전투력”을 갖추고 있다고 올렸다.

같은 주 영국과 미국의 F-35B 등 전투기 18기가 실전에 투입됐다. 무어하우스는 “의미심장한 순간”이라고 했다.

무어하우스는 이렇게 밝혔다. “지금까지는 동반자들과 함께한 일련의 합동 훈련과 공조로 영국의 외교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을 맡아 왔다. 이제는 해양 기반 공중 전력으로 공동의 적에 강펀치를 날릴 준비가 돼 있다.”

퀸엘리자베스함의 비행단 사령관인 제임스 블랙모어 대령은 “10년 전 리비아 작전 이후 처음으로 영국 해군이 해상 타격 작전에 복귀한 셈”이라고 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미군 군용기가 외국 항공모함에서 전투 임무를 맡은 것은 1943년 남태평양의 빅토리어스함 이래 최초다. 영국 해군, 영국 공군, 미국 해병대는 마치 한 몸처럼 통합돼 있으며 우리가 처음 함께한 이후 얼마나 친밀해졌는지를 보여 준다.”

이는 중국·러시아와 첨예하게 제국주의 경쟁을 벌이는 세계에 적응하려는 새로운 차원의 군사 동맹이다.

보수당은 자신들이 “항행의 자유”를 지키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은 프랑스 칼레에서 영국으로, 북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넘어오려는 난민들한테는 그 자유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

그들은 갈수록 위험해지는 애국주의를 부추기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