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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대선 행보에서 드러나는 것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감과 우파의 위기에서 반사이익 누린 윤석열 그러나 별 새로울 것 없는 보수주의자 ⓒ출처 윤석열 캠프

대선 후보 지지율 1위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많은 언론들은 윤석열이 진영을 가리지 않는 “광폭 행보”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윤석열은 주로 우리 사회의 엘리트들을 만나고 있다.

그리고 윤석열은 헌법주의자이자 보수주의자를 자처한다. 윤석열은 몇몇 특권층 수사, 그리고 자신을 중용한 문재인 정부의 요인들에 대한 수사로 이름을 날렸지만, 실은 기존 질서의 선을 넘는 것에는 언제나 조심했다.

예컨대 2006년 현대차그룹 정몽구를 900억 원대 횡령과 1000억 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할 때, 최대 수혜자이자 공모자였던 아들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기소하지 않았다.

2017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에 참여했을 때, 그는 박근혜와 삼성 이재용에 대해 불구속 수사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9년 노무현의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할 때도 전직 대통령의 구속을 반대했다. 윤석열에게는 대통령 예우 같은 기성 질서 존중이 중요한 가치로 돼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윤석열이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지냈지만, 옛 기무사령부(현 안보지원사령부)의 촛불시위 무력진압 모의사건, 국가정보원과 기무사의 세월호 유가족 사찰 등에 대한 수사는 진척되지 않았고, 그 때문에 우파나 문재인 정부와 갈등을 빚는 일은 없었다.

사실, 윤석열이 27년을 재직하고 최고위직까지 오른 검찰은 한국 국가의 핵심 기관으로 보수적이고 억압적이며 부패하기까지 한 기관이다. 그가 책임 있는 검찰 직책에 있는 기간 터져나온 검찰 내부 부패 의혹들에 대해서도 엄정한 수사를 했다고 보긴 어렵다.

친시장

윤석열은 대선 캠프 1호 영입 인사로 이석준을 발탁했다. 이석준은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모피아(친기업적인 기획재정부 출신 인사들) 일원으로 불린다. 역대 정부에서 꾸준히 중용됐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경제 부처들의 차관을 연이어 지내고 장관급인 청와대 국무조정실장까지 역임했다.

이석준은 최근에 모피아 선배인 변양호 등과 함께 경제정책을 다룬 책을 냈다. 그 책은 규제완화와 사회안전망 확대를 동시에 이룰 사회적 대타협을 주장한다. 변양호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인수 건(2004년)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었다. 당시 변양호에 대한 구속영장을 두 차례나 기각한 법원이 결국 행정관료의 업무상 판단을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해 무죄가 나왔다. 공교롭게도 이 검찰 수사팀에 윤석열이 있었다.

윤석열은 사회 상층부의 엘리트들을 만나 왔다. 그중 4월에 노동문제 전문가로 정승국 중앙승가대 교수를 만난 것과 외교·안보 전문가로 이명박 정부 외교통상부 2차관을 지냈던 김성한 고려대 교수를 만난 일이 주목을 받았다.

김성한은 전형적인 친미 우파다. 정승국 교수는 “엘리트화된 대기업 정규직 노조”를 비난하며 노동시장 이중구조론과 직무급제를 주장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론은 (경제 불황 속에서도 엄청난 영업이익을 내는 기업주들이 아니라) 정규직 ‘과보호’가 문제라며 노동계급을 내부적으로 분열시키는 ‘이론’이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모두 노동개악을 추진할 때 이런 논리를 내세웠다.

윤석열은 일자리 문제에서도 국가 책임보다 기업 지원을 강조한다. “기업의 유연성을 보장해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견인해야 하고, 청년 일자리는 억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9일 대선 출마 선언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경제 상식을 무시한 소득주도성장, 시장과 싸우는 주택정책, 법을 무시하고 세계 일류 기술을 사장시킨 탈원전”을 추진했다며 비판했다. 이런 입장은 그동안 우파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해 온 논리와 다를 바 없다.

윤석열은 국민의힘과 연대할 것이라며 입당 가능성을 열어 뒀지만 당장 입당하지는 않을 듯하다. 박근혜·이명박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주요 인사들을 수사하다 받은 소신과 박해 이미지를 강점으로 내세우는 윤석열에게 국민의힘 전격 입당은 지지율 유지에 도움이 안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윤석열은 국민의힘 바깥에서 반(反)문재인층을 최대한 결집시키겠다는 계획이다(선외연 확장). 6·15 남북정상회담 기념일에 김대중 도서관을 찾은 것이 한 사례일 것이다. 민주당에서 이탈하는 층을 최대한 끌어안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준석을 대표에 당선시키는 등 당의 이미지를 바꿔 윤석열 조기 입당을 위한 판을 깔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에서도 이해관계가 만만찮게 다르기 때문에 앞으로 여러 문제들을 놓고 긴장이 벌어질 것이다.

결국 윤석열의 반문재인 세력 결집 시도는 국민의힘의 중도 외연 확장의 일부가 될 것이다.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의 위선과 부패에 대한 환멸을 이용해 우파를 강화하는 구실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