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 승리 후 자유민주당 당수가 보수당의 아성을 상징하는 푸른벽을 깨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출처 @peterwalker999(트위터)

6월 17일 체셤앤아머셤 선거구 보궐선거에서 자유민주당이 승리하자 잉글랜드 남부에서 보수당이 지켜 온 표밭이 무너지고 있다는 기대가 생겨났다.

이번 선거 결과는 보수당 소속 총리 보리스 존슨을 다음 선거에서 몰아내기 위해 노동당, 자유민주당, 녹색당, [스코틀랜드와 웨일스] 독립주의자들이 “진보 연합”을 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되살아나게 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분명 집권 보수당의 처참한 패배다. 52퍼센트 투표율을 보인 이번 선거에서 자유민주당은 득표율을 전보다 30퍼센트포인트 올려, 보수당이 차지해 온 과반수 득표(1만 6000표)를 뒤집고 8000표 차로 보수당을 눌렀다.

1974년 이 선거구가 생긴 이래 열세 번의 선거에서 보수당이 과반수 득표를 못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보수당 득표율은 고작 36퍼센트였다.

표를 움직인 구체적 쟁점 하나는 HS2 고속철도 노선 건설이었다. 이 사업이 지역 환경 곳곳을 파괴하고 집값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사임

지난번 2019년 총선 때 이 지역구에서 뽑힌 보수당 의원은 HS2 사업에 반대했고 그 때문에 장관직에서 사임했다. 이번 후보는 그 사업을 지지했다.

2019년 총선 때 HS2를 지지했던 자유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는 이 사업에 반대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데 성공했다.

농촌에 더 많은 주택을 지을 수 있게 하는 사업 수정안도 원성을 자아냈다.

자유민주당 인사 브리짓 폭스는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많은 가족들이 그래머 스쿨[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영국의 비평준 중등학교] 때문에 이곳으로 이사 왔고 추가적인 비용을 치르고 있습니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학교와 시험, 대학 생활에 타격을 줘서 이분들은 분노하고 있습니다.”

더 일반적으로는 보리스 존슨을 향한 불만 가득한 분노의 물결이 있었다. 체셤앤아머셤은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 잔류를 지지했다. 아마도 이번 선거 결과는 브렉시트 문제를 놓고 남아 있는 불만을 어느 정도 반영했을 것이다.

노동당 지지는 폭삭 무너졌고, 역대 보궐선거 중 최악의 결과를 기록했다.

노동당 후보 나타샤 판텔릭이 얻은 622표는 해당 선거구의 노동당 당원 수와 거의 같다는 소문도 있다. 판텔릭은 토니 블레어에게서 받은 지지 선언을 힘껏 과시했었다.

제러미 코빈이 노동당 당수였던 2017년 총선에서는 5명 중 1명이 노동당을 찍었다. 이번에는 60명 중 1명꼴이었고 녹색당에 뒤쳐졌다.

자유민주당의 승리에 결코 환호해서는 안 된다. 이는 2010년 이후 보수당과의 연립정부에 참여해 10년간 긴축을 가능케 한 정당의 승리다.

자유민주당은 여전히 기업의 이익을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정당이다. 가히 기업주들의 ‘2중대’의 살아 움직이는 실례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19년 총선에서 자유민주당은 보수당보다 훨씬 더 허리띠를 졸라맨 재정지출안을 내놨다. 그리고 심지어 추가적인 국민투표도 열지 않고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를 뒤집으려는 태도를 취했다.

이번 보궐선거 결과는 노동계급 정서를 대변하는 지표가 아니다. 체셤앤아머셤 선거구는 영국의 533개 선거구 중 531번째로 생활 조건이 나쁜 곳이다[가장 부유한 지역의 하나라는 뜻].

자유민주당이 보궐 선거에서 거두는 승리는 많은 경우 정부에 대한 매우 모순된 분노가 반영된 결과다. 지속적인 효과를 낸 적이 거의 없다.

그러나 이런 결과는 노동당이 다른 정당들과 손잡고 보수당에 맞서는 단일 후보를 내야 한다는 요구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친노동당] 저술가 폴 메이슨은 노동당의 선거 성적 부진을 “노동당 관료들이 원하든 말든 진보 연합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징후로 본다.

그러나 그런 연합은 노동당 내 친기업 정치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그 외의 것은 자유민주당이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좌파적 총리를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연합이 노동조합 투쟁과 의회 밖 투쟁으로 형성된 공론장에서 정치를 빼앗아간다는 점이다. 그리고 공직을 얻기 위한 소수 정치인들의 합의가 중시될 것이다.

노동당은 이미 친자본주의적 방향에 얽매여 있다. 자유민주당과의 협상은 그 과정을 가속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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