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노·사와 정부, 여당 등은 6월 22일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 2차 사회적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택배 기사들은 내년 1월 1일부터 분류 작업에서 손을 뗄 수 있게 된다.

6월 19일 치른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는 85퍼센트가 참가해 90퍼센트가 찬성했다(전 조합원의 무려 76.5퍼센트 찬성). CJ대한통운 소속의 한 노동자는 “분류 작업만 안 해도 과로사는 사라질 것”이라며 반가워했다.

그동안 택배 노동자들은 분류 작업에서 해방되기를 간절히 바라 왔다. 적게는 하루 2시간, 많게는 5~6시간이나 소요되는 분류 작업은 택배 노동자 과로사의 주요 원인이다. 게다가 택배 노동자들은 무상으로 분류 작업을 해야만 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택배 물량이 급증하면서 노동자들의 업무는 크게 늘었고, 과로사 노동자가 속출했다. 추석 전후로 업무 부담이 더욱 커지자 노동자들은 단체 행동을 예고했다. 택배사들은 분류 인력 충원을 약속하고 추석을 넘겼지만, 그 후 약속 이행을 차일피일 미루며 시간을 끌었다.

결국 올해 1월 21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1차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분류 작업을 택배사들이 책임진다는 점이 명시됐다.(“택배 기사의 기본 작업 범위는 택배의 집화, 배송으로 한다.”)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에 대한 전국적인 노동계급 유대감의 효과였다.

택배 노동자들은 더 나아가 2차 합의를 통해 분류 작업 제외 시점이 빨리 확정되길 바랐지만, 정부와 택배사들은 약속한 분류 인력 충원을 이행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력 충원 완료 시점을 내년 6월로 늦추려 했다. 특히, 택배사들은 인력 충원을 이유로 올해 4월에 택배 요금을 올려놓고도, 계속 분류 작업을 시켰다. 그 결과 올해 들어서만 택배 노동자 5명이 추가로 과로사 했다.

정부와 경찰의 방해를 뚫고 6월 15~16일 상경 집회에 파업 노동자 4000여 명이 모였다. 자신감과 투지의 반영이었다 ⓒ조승진

노동자들, 노사합의에만 의존하지 않기로 하다

분노한 노동자들의 의사를 반영해 택배노조는 6월 7일부터 분류 작업을 거부했고, 9일부터는 쟁의권이 있는 조합원 2000여 명이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집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사측이 “약속 위반을 밥 먹듯 하고, 우리를 개차반으로 여긴다”고 성토했다.

택배 배송이 일부 차질을 빚는 등 파업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국적인 노동계급 정서는 계속 택배 노동자 투쟁에 우호적이었다.

물론 택배사들은 인력 충원 완료 시점을 한사코 늦추려 했다. 심지어 우정사업본부는 우체국 택배 노동자들에게 이미 분류 작업 수수료를 지급해 왔다고 주장하며, 인력 충원 합의 자체를 거부했다.(우체국 택배 노동자 120명은 우정사업본부가 1차 합의까지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자 6월 14일부터 여의도우체국 로비 농성에 돌입했다.)

택배노조는 2차 사회적 합의를 위한 회의가 열리는 6월 15~16일 상경 투쟁에 나섰다. 정부는 방역을 핑계로 집회를 사실상 불허했지만, 각지에서 모인 파업 노동자 4000여 명은 경찰의 방해를 뚫고 집회를 성사시켰다. 상경 투쟁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서로의 모습을 보고 스스로 자랑스러워했다.

결국 이번 2차 합의는 분류 인력 충원의 완료 시점을 올해 12월 31일까지로 못박아야 했다. 정부와 사측이 바란 것보다 6개월을 앞당긴 것이다. CJ대한통운·롯데택배·한진택배는 9월 1일까지 각각 분류 인력 1000명씩을 우선 투입하기로 했다.

또, 택배 기사들에게도 고용·산재 보험이 적용되고, 대리점주 횡포를 막을 새로운 표준계약서를 도입하기로 하는 성과도 거뒀다.

유리한 합의 사항일지라도 그것을 이행케 하기 위해서는 아래로부터 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 택배노조 투쟁이 다른 노동자들에게 제시하는 암묵적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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