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6일 정부가 국적법 일부개정안(이하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 중에 특정 조건을 갖춘 영주권자가 국내에서 낳은 자녀의 경우 한국 국적을 취득할 길을 열어 준 것이 논란되고 있다.

현재 영주권자의 미성년 자녀는 부모가 귀화해야만 한국 국적을 얻을 수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 한국 국적을 얻으려면 성년이 돼 귀화해야 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2~3대에 걸쳐 국내에서 출생하거나 우리와 역사적, 혈통적으로 유대 관계가 깊은 영주자”의 경우 국내에서 태어난 자녀가 6세 이하일 때 법무부 신고를 통해 한국 국적을 얻을 수 있다. 7세 이상 미성년 자녀는 한국에서 5년 이상 체류한 경우에만 신고할 수 있다. 한국 국적 취득 후 외국 국적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서약하면 본래 국적도 유지할 수 있다. 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일 것이다.

법무부는 이 대상자가 지난해 기준으로 약 3900명이고 매년 약 600~700명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했다. 3900명 중 94퍼센트가 중국 동포와 화교의 자녀라고 한다.

문화

그러자 개정안이 ‘중국인 특혜’라며 반대하는 청와대 청원(이하 청원)에 약 31만 7000명이 동의해 논란이 일었다. 황교안과 안철수도 이에 동조하고 나섰다. 이준석은 당시 진행하던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TV 토론에서 기술이민이나 투자이민 외에는 엄격해야 한다며 개정안에 반대했다.

청원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융화되어 자국[한국]의 문화를 흐”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족 고유 문화’가 있다는 것은 허상일 뿐이다. 문화는 섞이기 마련이다. 오늘날 한국인의 일상적인 복장과 음식부터 음악과 미술 등 각종 예술, 종교에 이르기까지 외국에서 유래한 것이 상당히 많다. “한민족으로의 유대감과 정체성”에 대한 강조는 민족 내 계급적 차이를 감추는 구실을 한다.

이주민이나 그 자녀가 원한다면 쉽게 국적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이집트 출신 난민 메리 다니엘 씨의 아들. 6살인 아이는 한국에서 태어났는데도 국적이 없어서 여러 사회제도에서 배제돼 있다 ⓒ이미진

오히려 개정안은 대상이 너무 협소한 것이 문제다. 이미 한국에는 적지 않은 이주 아동·청소년이 살고 있다. 법무부의 ‘출입국통계월보’를 보면, 올해 5월 기준 19세 이하 외국인은 약 12만 7000명이다. 이주민 지원 단체들은 미등록 이주 아동도 약 2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미등록 체류자의 자녀나 난민 신청자가 한국에서 낳은 자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미등록 이주 아동은 각종 제도와 사회서비스에서 배제돼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이주민이나 그 자녀가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쉽게 국적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이주민들은 대부분 노동자이다. 이들은 산재 위험, 비싼 대학 등록금, 오르는 집값 등 내국인 노동자 대중이 겪는 고통을 더 심하게 겪는 경우가 많다. 국적을 취득하면 법적으로 동등한 권리가 보장돼 조건이 개선될 수 있다. 또한 내국인 노동자 대중과 단결해 투쟁하기도 좋다.

문재인 정부는 6월 28일 청원에 대한 답변에서 개정안 반대 입장을 고려해 국적법 개정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보수적 반발에 타협해 개정안의 국적 취득 요건을 더 까다롭게 해 후퇴하려 한다면 이에 반대해야 한다.

한국에 장기 체류하는 이주민이 늘고 있기 때문에 그 자녀들도 늘어날 것이다. 이들이 원한다면 쉽게 국적을 취득해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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