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4개월이 넘었다. 정부는 외국인도 90일 이상 한국에 체류하고 있다면 내국인과 동일한 기준으로 접종하고 있다. 미등록 이주민도 접종한다는 방침이다. 당연한 조처다. 약 200만 명에 이르는 이주민을 백신 접종에서 제외하면 방역에 구멍이 생길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나 이주민이 백신을 맞는 데는 여전히 제약이 많다. 3분기에 백신 접종 연령이 확대되면 이런 문제를 겪는 이주민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이주민은 20~39세가 약 50퍼센트에 이르는 등 젊은 층 비중이 높다.

우선 백신 접종에 대한 다국어 정보 제공이 불충분하다. 현재 예방접종 사전예약 웹사이트는 한국어로만 운영되고 있다. 예방접종 과정과 이상반응에 대한 안내, 접종 예진표 등은 비교적 다양한 언어로 제공되고 있지만, 누락된 언어들도 있다. 예컨대 미얀마, 방글라데시 등 정부가 고용허가제로 이주노동자를 들여오는 16개 국가의 언어로조차 다 번역되지 않았다. 번역된 자료들도 한국어로 된 코로나19 예방접종 웹사이트에서 해당 게시판을 찾아 들어가야 볼 수 있다.

6월 10일 청와대 앞 ‘산업단지 중소 영세사업장 노동자 코로나 19 백신 유급휴가 보장 요구 기자회견’ ⓒ출처 금속노조

이주노동자의 경우 사용자의 동의 없이 접종하러 가기 어려울뿐더러, 접종 후 유급 휴가가 보장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정부는 4월부터 이른바 ‘백신 휴가’를 도입했다. 접종에 필요한 시간을 부여하고, 접종 후 이틀까지 쉴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강제성이 없는 권고에 불과해 한국인 노동자들도 그림의 떡인 경우가 적지 않다. 6월 10일 금속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사용자들이 강제 연차소진, 무급휴가, 연·월차 휴가 전날 접종, 금요일 접종 강요 등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주노동자들은 이런 횡포를 당하기 더욱 쉬울 것이다. 고용허가제 등 이주노동자를 사용자에 종속시키는 정책 때문이다.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는 사업장을 변경하거나 체류 기간을 연장하려면 사용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사용자는 이를 이용해 열악한 조건을 강요한다.

위선

미등록 이주민은 단속추방에 대한 두려움으로 백신 접종을 꺼릴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정부가 불이익이 없을 것이라고 거듭 밝혀도, 코로나 진단검사에 응하는 미등록 이주민은 별로 없다고 알려져 있다. 정부가 그동안 단속추방 중심의 정책을 펴온 탓에 신뢰를 주지 못하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5월 “보건소, 선별진료소, 이동형 진료소 등 진료를 위한 이동과정에서의 [미등록 이주민] 단속을 유예”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단속 자체를 완전히 중단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11월에는 8월부터 1294명을 단속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니 어떻게 단속반이 “진료를 위한 이동과정”인지 아닌지를 구분할 것이라고 믿겠는가?

이처럼 이주민이 백신 접종에서 겪는 어려움은 외면하며 방역에 구멍을 만드는 정부가 7월 3일 민주노총이 개최한 전국노동자대회에 대해 방역지침 위반이라며 특별수사본부까지 꾸린 것은 위선의 극치다.

정부는 이주민이 백신 접종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다양한 언어로 제공하고, 사용자들에게 유급 ‘백신 휴가’를 강제해야 한다. 또 미등록 이주민은 무조건 합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