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주요 파시스트 정당 국민연합(RN)이 지난달 선거에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서 커다란 내부 논쟁에 휩싸였다.

마린 르펜은 지난 당 대회에서 98퍼센트의 지지로 당대표에 재선했다.

하지만 6월 광역(레지옹) 지방선거에서 국민연합 후보들은 레지옹 12곳 중 어느 곳도 장악하지 못했다.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연합이 적어도 한 레지옹에서는 승리할 것이라 예측됐었다.

도리어 국민연합은 레지옹 의원의 약 3분의 1을 잃었다.

국민연합 소속의 무아삭시(市) 시장 로맹 로페즈는 지방선거가 르펜을 대통령궁으로 보내는 “도약의 발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국민연합은 만년 2등처럼 보이고 있다”고 한탄했다.

일부는 실패의 원인으로 당의 “물타기” 전략을 꼽았다.

르펜은 국민연합이 파시스트 정치와 거리를 둔 것처럼 보이게 하면 전통적 우파가 포괄하는 더 넓은 지지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인종차별

마린 르펜은 그녀의 아버지 장-마리 르펜이 당을 이끌던 40년 동안 노골적으로 드러내 온 지독한 인종주의와 유대인 혐오를 숨기려 했다.

이는 아버지와 딸 사이에 날카로운 반목을 낳았고, 결국 장-마리 르펜이 축출됐다. 이제 그는 반격에 나섰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적응의 정치, 즉 기득권과의 화해, 심지어 일반 우파와의 화해조차도 가차없이 기각됐다.”

장-마리 르펜은 국민연합이 ‘반체제’ 정당이 돼야만 하며 너무 주류처럼 보이면 매력을 잃는다고 주장한다. 그는 “정력을 되찾으라”고 촉구하며 그렇지 못하면 당이 “멸종”할 것이라 했다.

국민연합 유럽의회 의원인 질베르 콜라르는 “개방화” 전략을 “덫”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근본적인 정치적 차이에서 비롯한 논쟁이 아니다. 파시스트 후보를 당선시킬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둘러싼 논쟁이다.

로페스는 나머지 우파 지지 기반으로도 영향력을 뻗치려는 르펜의 전략을 지지한 인물 중 하나다. 하지만 로페스 또한 지독한 극우다.

로페스는 프랑스 국회 차원에서 유대인 혐오를 연구하는 위원회가 구성되는 것에 반대하면서, “마치 관련 연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듯이 군다”고 비아냥거렸다.

르펜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르펜은 당 대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민과 세계화에 대한 우리의 관점은 옳았다. 이제 투표에서 이겨야 한다.”

내년 대선에서 르펜이 대통령에 당선하면, 르펜은 무슬림과 이주민을 희생양 삼는 더 가혹한 법들을 도입할 것이다. 경찰의 인종차별과 면책 특권을 강화하고 노동조합의 힘을 꺾으려 할 것이다.

르펜의 당선이 낳을 더 심각한 문제는 공식 국가기구 바깥에서 “아래로부터” 파시스트 강령을 실행하려고 하는 파시스트 거리 깡패들이 더 대담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어느 것도 필연적이지는 않다. 프랑스 노동자들은 지난 5년 동안 강력한 파업들을 벌였다. 노란 조끼 운동도 있고, 학생들의 강력한 행동들도 있었다.

프랑스의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으로 대규모 행진이 벌어졌고,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운동이 여러 차례 있었다.

사회주의자들,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르펜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파시스트들을 타격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는 국민연합이 받는 지지를 뺏어오기 위해 그들의 인종차별을 포용해 왔다. 일련의 이슬람 혐오 법률들과 경찰력 강화가 그 사례다.

지난해 마크롱 정부는 모스크 80곳 이상을 폐쇄했다.

보수 우파 정당인 공화당은 더 나아갔다. 최근 공화당은 소풍에 동행하는 학부모 등에게 종교 상징 착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공화국 가치법”에] 포함시키려 했다.

심지어 공화당은 공공 건물에서 열리는 결혼식 근처에서 “공화주의를 훼손하는 특정 전통 춤”을 금지시키자고도 했다.

이것은 르펜의 이슬람 혐오를 더 정당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 뿐이다.

차이

좌파는 르펜에 맞서 어떻게 싸울 것인지를 두고 분열돼 있다. 사회당과 녹색당은 흔히 이슬람 혐오에 타협한다. 그리고 인종차별적인 경찰을 지지한다.

급진 좌파 정당인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대표 장 뤽 멜랑숑은 르펜을 단호히 반대하지만, 멜랑숑 본인도 무슬림 단체와 이민자들을 공격한 바 있다.

그래서 국가의 인종차별에 맞서는 것만이 르펜에 맞서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많은 극좌파 세력들이 주장하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국가의 인종차별 의제에 모두 반대해야만 르펜에 맞서 단결할 수 있다는 주장은 틀렸다.

논쟁

거리와 작업장에서 르펜에 맞서는 전투적인 공동전선이 필요하다.

투쟁 과정에서 제기되는, 이슬람 혐오나 이민자 관련 쟁점을 둘러싼 더 광범위한 논쟁에서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다.

“파시스트는 우리 동네에서 꺼져라, 파시스트가 발 붙일 동네는 없다” 6월 12일 파리에서 열린 극우와 파시즘 반대 시위 ⓒ출처 Photothèque Rouge

몇몇 좋은 조짐이 있다. 지난 6월 프랑스 전역에서 인종차별, 극우, 정부의 시민적 자유 공격에 반대하는 대규모 행진이 벌어졌다.

주최 측은 140곳에서 총 15만 명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여러 정당 소속의 노동조합 활동가, 사회주의자 3000여 명이 국민연합 당대회가 열린 페르피냥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제 이런 시위를 토대로, 정확히 파시스트들을 겨냥하는 전국적 운동을 건설하는 게 시급한 과제다.


유럽 전역에 퍼진 독

최근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을 포함한 16개 극우·파시스트 정당들이 유럽 전역에 행동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유럽연합이 좌파적 사상에 ‘굴복’했다고 비난했다.

성명은 이렇게 밝힌다. “유럽 국가들의 협력은 전통, 유럽 국가들의 문화·역사에 대한 존중, 유럽의 유대-기독교 유산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들은 유럽연합이 “위험하고 침투적인 사회 조작을 벌이고 있으며 이는 정당한 저항을 촉발할 것”이라고 했다.

이 성명에는 스페인의 복스당, 이탈리아 파시스트 정당인 이탈리아형제당과 동맹당, 폴란드의 법과 정의당도 연명했다. 보리스 존슨과 친한 빅토르 오르반이 이끄는 헝가리의 피데스당도 연명했다.

이들은 9월 바르샤바에서 회합을 열 계획이다.

극우는 코로나19와 근로 대중에 대한 공격이 자아낸 분노를 자양분 삼아 성장을 도모할 것이다.

좌파가 투쟁을 조직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즉, 이러한 분노가 실제로 책임이 있는 자들, 즉 기업주들과 그들을 뒷받침하는 정치인들을 향하도록 해야 한다.


르펜은 여전히 심각한 위협이다

대선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마크롱과 마린 르펜은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 다 25~30퍼센트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꽤 낮은 수치지만 둘 다 여전히 결선 투표에 충분히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 다음 성적이 좋은 후보는 지지율 20퍼센트를 얻고 있는 보수적인 공화당 의원 자비에 베르트랑이다.

녹색당(프랑스 녹색당은 특히 친자본주의적이다)과 사회당, 장 뤽 멜랑숑의 지지율은 모두 7~10퍼센트 정도다.

극좌파 진영에서는 현재 3명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입후보를 하려면 시장, 국회의원, 고위 지방 정치인 500명의 지지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 극좌파 후보들은 이 장애물도 넘지 못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