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성들의 양육 부담과 성차별의 가혹한 현실을 보여 주는 조사 결과들이 발표됐다.

  • 7월 13일에 발표된 한국경제연구원의 ‘기혼 여성의 경제활동 변화분석과 시사점’에 따르면, 기혼 여성의 고용률은 결혼 5년 차까지 급격하게 떨어졌다가 느리게 증가해 결혼 시점의 고용률을 회복하는 데 무려 21년이 걸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주된 이유는 출산 양육으로 인한 경력 단절 때문이다. 기혼 여성의 취업 유지율은 자녀 한 명만 있어도 약 30퍼센트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임신·출산으로 일자리를 잃은 여성 노동자들이 다시 일자리를 얻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7.8년이나 된다. 재취업에 성공해도, 경력 단절 기혼 여성들은 주로 임시직·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경우가 많다. 경력 단절 이전보다 평균 임금이 27만 원이나 깎인다.(여성가족부, 2020)
  • 지난 3월에 발표된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저소득 가정의 여성 노동자들은 직장과 가사·양육 부담으로 인한 장시간 노동 때문에 “우울증상과 자살충동”의 위험이 다른 어느 집단보다 크다.(고려대 안암병원 한규만 교수팀) 반면, 고소득층의 경우 이런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적은데, 가사노동자를 고용하는 등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선택지가 더 있기 때문이다.
  •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여성 실직과 경제활동 중단의 주된 요인 중 하나도 양육 부담이다. 그래서 특히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연령대의 기혼 여성이 실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한국개발연구원)
  • 서울대 한 연구소와 한국갤럽의 설문 조사 결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여성의 주중 평균 돌봄 시간이 전업주부는 14시간 37분, 맞벌이는 5시간 18분이나 늘어났다. ‘아빠’ 역시 주중 평균 2, 3시간씩 부담이 증가했다. 그래서 직장인 ‘엄마’의 52.4퍼센트, ‘아빠’의 33.4퍼센트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돌봄 부담으로 인해 퇴사를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인포그래픽 조승진

양육과 돌봄이 개별 가족에 떠맡겨진 방식은 구조화된 여성 차별의 온상이 된다. 그리고 이런 방식은 자본주의 작동 방식과 긴밀한 연관이 있다.

마르크스는 자본 축적이 지속되려면 노동력 재생산 문제가 중요하다고 봤다. 착취 체제인 자본주의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려면, 현재와 미래의 노동력이 원활하게 공급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배자들은 자신들이 책임져야 마땅한 노동력 재생산 부담을 최소화하고, 노동계급 가족에게 그 부담을 전가하려 무진장 애를 쓴다. 여성이 가정에서 수행하는 무급 노동이 지배자들에게 어마어마한 이득을 안겨 주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 무급 가사 노동의 가치는 무려 490조 9000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25.5퍼센트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통계청).

개별 가정에서 벌어지는 가사 노동의 가치를 정확히 계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이런 추정치는 지배자들이 양육과 돌봄을 개별 가족에 떠넘기면서 엄청난 비용을 절감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지배자들이 그토록 가족 이데올로기를 중시하는 이유이다.

지난 수십 년간, 역대 정부와 지배자들은 여성을 고용시장에 끌어내기 위해 양육 지원과 가족 복지를 일부 늘려 왔다. 하지만 국가의 비용 절감과 시장 활성화를 위해 민간 사회서비스를 확대하는 데 더 의존해 왔다.

성평등 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정부도 생색내기 조처와 찔끔 개선으로 일관하며, 돌봄을 위한 공공 서비스 확대에는 인색했다.

여성 차별을 완화하고, 진정한 성평등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예산과 운영을 책임지는 가사·양육·돌봄의 진정한 사회화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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