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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고객센터 투쟁 3주째 파업:
연대가 관건이다

"철조망도 차벽도 우리를 막을수 없다! 하나된 우리는 반드시 승리한다!" 7월 19일 원주 본사 앞 파업 집회에 참가한 조합원들. 공단 측은 경찰과 차벽, 펜스로 노동자들을 철저히 막고 있다 ⓒ출처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7월 1일 3차 파업에 나선 지 20일이 넘고 있다.

노동자 1000명은 3조 교대로 원주의 건강보험공단 본사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한여름 무더위와 폭우 속에서도 노동자들은 꿋꿋이 파업과 농성 대오를 유지하고 있다.

연대도 계속되고 있다. 노동자들이 식사를 3끼에서 2끼로 줄였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틀 만에 투쟁 기금 1770만 원이 모였다. 고객센터 파업을 지지하는 노조와 여러 단체도 지지 성명을 내고 연대 물품을 농성장에 보내고 있다. 7월 20일에는 보건의료, 법률, 학술단체 등 대표자 56명이 직접고용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건보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요구는 정당하다. 그들은 건보 공단의 핵심 업무를 수행해 왔다. 더구나 4대 보험 공단 중 다른 고객센터들은 이미 직접고용 된 상황이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벌써 세 차례 파업에 나섰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직접고용을 거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서 민간위탁 부문의 전환은 아예 포기해 버렸다. 이는 건보 공단 같은 공공기관 사용자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빌미가 됐다.

정부는 7월 3일 전국노동자대회가 방역 위반이라며 엄정 대응 운운하더니 마녀사냥식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7월 6일 원주시(민주당 소속 원창묵 시장)도 고객센터 노조를 방역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건보 공단 측도 재파업을 비난하며 직접고용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2차 파업 종료 이후 재개된 민간위탁 사무논의협의회(이하 협의회)에서 공단 측은 아무 입장도 내놓지 않고 시간을 벌려 하고 있다. “건보노조(정규직 노조)와 고객센터노조 양 당사자가 참여하여 진행 중인데 공단이 먼저 확정안을 내놓으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라며 말이다.

공단 측이 자기 입장도 내놓지 않으면서 대화를 하자는 건 허튼소리다. 고객센터 노조가 협의회를 “잡담가게”로 만들고 있다며 공단 측을 비판한 까닭이다.

공단 측의 변명은 김용익 이사장이 정규직 노조 지도부를 협의회에 끌어들인 목적을 드러낸다. 직접고용에 반대하는 정규직 노조 지도부를 논의 테이블로 끌고와 ‘노노갈등’ 프레임을 만들고 공단 측 책임은 회피하려 하는 것이다.

대화하겠다며 이중 플레이로 공단 측은 고객센터지부 간부와 공공운수노조 간부 14명을 업무방해, 주거침입, 집시법 위반으로 고소하며 압박하고 있다. 심지어 농성장 주변에 철조망까지 쳤다가 비난 여론이 높자 슬그머니 철거했다. 시민단체 출신의 ‘개혁적’ 이사장이 노동자 투쟁에 대해 여느 사용자와 태도가 별로 다를 바 없다.

압박

공단 측은 직접고용이 아니라 자회사나 계열사 고용 등 또 다른 간접고용을 받아들이게 하려 한다.

7월 14일 경사노위 문성현 위원장이 김용익 이사장을 방문해, 공단의 직접고용 거부에 힘을 실어 줬다. 문성현은 노조가 직접고용 요구에서 후퇴해 “중간지대”에서 해법을 찾으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자회사로 전환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처우가 형편 없다는 것은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고객센터 노조는 이렇게 비판했다. “유사 공공기관이 다 직접 고용했으며, 수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중간지대에서 해법을 찾으라니 이게 할 소린가?”

협의회에 공단 측 대표로 참가하는 김덕수 기획이사는 7월 20일 〈한겨레〉에 “건보공단과 고객센터의 목적지는 다르지 않다”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거기서 다시 한 번 ‘노노갈등’ 프레임을 노골적으로 부추겼다. 마치 모든 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접고용에 반대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정규직 노동자들의 견해는 일률적이지 않다.

정규직 노조(공공운수노조 소속) 지도부가 직접고용을 반대하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정규직 노조 지도부의 이런 태도는 사측의 변명거리가 되고 있다.

더구나 정규직 노조 지도부는 자신의 조합원들 일부를 대체인력으로 투입했다. 힘을 합쳐서 사용자에 맞서지는 못할망정 같은 공단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을 내치고 있는 것이다.

공공운수노조와 민주노총 지도부가 건보노조 지도부의 직접고용 반대 태도를 공개 비판하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정부의 외면, 건보공단의 책임 회피, 정규직노조 지도부의 반대와 같은 악조건 하에서 승리하려면 무엇보다 연대가 광범하게 구축돼야 한다. 그래야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높일 수 있고, 일부 정규직 직원들이 벌이는 요란한 반대 선동과 ‘공정’ 논란과 같은 여론도 바꿀 수 있다.

7월 23일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 7월 30일 민주노총 결의대회에 많이 모여서 연대를 보여 주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