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4일 문재인 정부는 한국판 뉴딜 발표 1년을 맞아 한국판 뉴딜 2.0(이하 뉴딜2.0)을 발표했다.

1년 전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뉴딜, 그린뉴딜, 전국민 고용보험 등 고용안전망 구축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탄소 감축 목표도 제시하지 않은 그린뉴딜에는 ‘그린’이 없었고, ‘전국민’ 고용보험에서는 대다수 특고 노동자들이 배제됐다. 만들겠다던 일자리는 단기·저질 일자리에 불과했다. 결국 한국판 뉴딜은 새롭게 성장하는 산업을 육성하려고 규제를 완화하고 대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이었다.

이와 같은 정부 정책 속에 지난 1년간 한국의 탄소 배출량은 줄어들지 않았고, 사회 불평등은 더욱 심화했다. 올해 1분기 하위 20퍼센트 대비 상위 20퍼센트의 시장소득은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 16배가 넘는다. 수출 대기업들은 막대한 이윤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올해 1분기 청년 취업자 수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만 명 넘게 줄었다.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청년들은 2019년 2만 7000명에서 2020년 3만 6000명으로 늘어났다.

미미한 지원책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뉴딜2.0에서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책을 강화하겠다며 휴먼 뉴딜을 추가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책은 너무나 미미하다.

정부가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정책은 청년 자산 형성 지원 프로그램이다. 연 소득 2200만 원 이하(중위소득 100퍼센트) 근로 청년이 월 10만 원씩 3년을 저축하면 정부가 월 10만 원씩(차상위 계층은 월 30만 원씩) 보태 준다는 것이다.

최저임금도 되지 않는 일자리에서 3년을 버텨야 불과 몇백만 원 수준의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필요에 따라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에게만 지원도 하겠다(근로연계형 복지)는 신자유주의적 복지 정책이기도 하다. 양질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원하는 청년들의 바람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이번 뉴딜2.0에서도 정부가 직접 양질의 공공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은 찾아 볼 수 없다. 정부는 그저 기업 지원을 늘리고 산업을 육성할테니, 일자리의 양과 질은 시장 논리에 따르라는 것이다.

또, 코로나19 시기에 커진 교육 격차와 돌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교육과 돌봄을 강화하겠다지만 이를 수행할 교사 확충이나 열악한 돌봄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처우 개선 시도는 찾아 볼 수 없다.

첨단 기업 지원 강화

결국 불평등 완화라는 포장과는 달리 뉴딜2.0이 핵심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심화하는 세계적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19와 함께 경제 불황이 심한 상황에서 각국 정부들은 기업 육성책을 강화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2조 달러(2300조 원) 규모의 인프라 재건 계획을 발표해 반도체, 초고속 통신망, AI 등의 첨단 산업 분야를 육성할 계획이다. EU는 2027년까지 1345억 유로(182조 원)를, 중국은 2025년까지 9조 위안(1600조 원)을 반도체 등 디지털 산업 육성을 위해 투입하기로 했다.

7월 14일 제4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 ⓒ출처 청와대

한국 정부도 이런 경쟁에서 뒤질세라 기업 지원에 재정을 쏟아붓는다.(2025년까지 220조 원, 이 중 국비는 160조 원) 이 돈들은 대부분 첨단 산업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들에 돌아갈 것이다.

또, 정부는 디지털 산업 육성을 위해 데이터 3법 등을 통과시키며 기업들이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규제를 완화해 왔는데, 이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마이데이터·가명정보 등 민간 데이터 활용 촉진)

공공의료 확충 계획은 없으면서, 디지털 기기를 통해 원격 감시를 강화하는 “스마트병원” 활성화 계획은 포함시켰다. 이를 통해 관련 기기를 납품하는 대기업들과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는 병원 측은 이익을 보겠지만 환자와 노동자는 검증되지 않은 병원의 자동화와 인력 감축으로 여러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사실 불평등 해결을 위해 포함시켰다고 하는 휴먼 뉴딜도 핵심은 디지털·그린 등의 신산업 분야를 위한 맞춤형 인력 육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중심대학을 추가로 확대하는 계획 등이 포함됐다.

화석연료 기업 규제도 전무

기후 위기에 대처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세계 각국 정부들은 2050년까지 탄소 순 배출 제로를 만들겠다며 그린뉴딜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지배자들은 거대한 화석연료 기업들의 이윤 논리를 존중하느라 기후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관련 기사: ‘권력자들은 정말로 기후 위기를 해결할까?’, 본지 371호)

한국은 자동차·철강·석유화학·조선 등 화석연료에 기반한 수출 제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그래서 한국 지배계급은 탄소 배출 감축에 더욱 소극적이다. 지난 20년간 한국의 탄소 배출 증가율은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고, 국제 환경단체들은 한국을 ‘기후악당 국가’라고 비판한다.

문재인 정부도 지난해 내놓았던 그린뉴딜에 탄소 감축 목표를 포함하지 않아 비판받은 바 있다. 이후 뒤늦게 발표한 감축 목표를 이번 뉴딜2.0 그린뉴딜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그 기준은 박근혜 정부 때 제출한 수준에 불과하다. 이대로 가면 2030년 한국의 1인당 탄소 배출량은 세계 주요국들 중 1위가 될 것이라고 한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또한, 탄소 감축을 위해 화석연료 기업들을 규제하는 내용도 전혀 없다. 그보다는 녹색 산업 육성을 지원하는 정책들이 주되다. 그러나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지 않는 한 이런 정책들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못할 것이다. 전기차·수소차 등을 판매하는 현대차 등과 재생에너지 기업들의 이윤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말이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계획은 정부가 직접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민간 발전기업에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 재정 지원을 통해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투자를 유도하거나 정부가 일부 투자를 하더라도 민자를 함께 유치해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에 비효과적이고 장차 발전기업들의 이윤을 위해 전기료를 인상하거나 해당 부문 노동자들의 조건을 악화시키는 명분이 될 수도 있다.

노동자에게 기후 위기 고통 떠넘기기

이처럼 정부의 그린뉴딜에는 기업 지원이 강조돼 있는 반면, 기후 위기 대처 과정에서 고통에 처할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은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을 하겠다고 했지만, 그 내용에는 교육과 재취업 지원 강화 등 실효성 없는 얘기뿐이다. 정부가 노동자들의 생계비를 지원한다거나 재취업을 보장하겠다는 얘기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정부는 노동자 해고와 구조조정을 쉽게 할 수 있는 기업활력법과 사업전환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제까지 노동자 공격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주들이 요구해 오던 법안을 “공정한 전환”을 명분으로 버젓이 내놓은 것이다. 정말이지 이 정부의 ‘공정’은 철저히 시장 원리에 따른 것임을 알 수 있다.

정부는 이런 정책을 위해 노사정이 참가하는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니 이 사회적 대화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뻔한 것이다.

애초에 정부의 그린뉴딜은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없고, 뉴딜2.0 자체가 기업 이윤을 위해 노동자들을 공격하는 정책으로 가득하다. 노동자·서민의 삶을 위해서는 정부와의 대화가 아니라 그에 맞선 투쟁 건설을 우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