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7일 기획재정부는 제3기 인구정책 TF(태스크포스) 논의 결과로 ‘인구구조 변화 영향과 대응방향’을 발표했다. 생산인구 감소에 대응해 여성 고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초등 교육시간을 확대하는 방안을 포함시켰다. 그래야 여성들이 초등 자녀를 돌보는 부담을 줄이고, 경력 단절을 완화할 수 있다며 말이다.(경력 단절 사유의 42.5퍼센트가 육아)

초등 돌봄 확대는 노동력 공급 확대를 위한 한국의 지배계급의 자구책 중 하나지만, 노동계급의 대중적 요구이기도 하다. 여성의 사회 진출을 보장하려면 국가가 제공하는 양질의 돌봄 서비스도 마땅히 늘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온종일 돌봄’을 약속하며 집권했지만, 임기 말이 다 된 지금 ‘초등돌봄 절벽’, ‘초등돌봄 사각지대’라는 평가를 스스로 할 만큼 초등 돌봄 확대 정책은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

이는 정부가 초등 돌봄에 재정 투자를 한사코 꺼렸기 때문이다. 예컨대, 초등 돌봄전담사들은 양질의 돌봄교실을 위해 재정 투입과 돌봄전담사 상시전일제화를 요구하며 수년간 싸워 왔지만, 정부는 이 요구를 무시해 왔다. 이 때문에 돌봄전담사 상당수는 여전히 시간제로 고용돼 있고, 넘치는 업무 때문에 업무 시간 외에도 ‘공짜노동’을 해야만 했다.

지난 6월 9일 발표한 ‘초등돌봄교실 운영 개선방안(초안)’에서도 돌봄을 저녁 6시까지 연장한다면서 시간제 돌봄전담사의 노동시간은 찔끔 연장하고, 대신 행정업무를 돌봄전담사에게 떠넘기고, 시차 출퇴근 등의 유연노동을 도입하려고 해 돌봄전담사들을 분노케 했다.

이처럼 정부는 여성 노동력 공급 확대를 위해 초등 돌봄을 늘리려고 하면서도, 이를 최소한의 비용으로 하기 위해 돌봄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방식으로 대처해 온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는 돌봄의 양과 질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책임 전가

이제 정부는 초등 돌봄 확대의 책임을 초등교사들에게도 전가하려고 한다. 사실 초등 교육시간 확대 방안은 이미 2018년에 정부가 ‘초등 저학년 하교 시간 연장’이란 이름으로 내놓은 것을 재탕하는 것이다. 당시 이 정책은 교사들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관련 기사, ‘교사 노동강도 강화하려는 꼼수 말고 제대로 된 돌봄 위한 재정·인력을 확충하라’)

정부는 초등 1~4학년의 하교 시간을 오후 3시로 연장할 수 있다면(1~2학년은 하루 2시간, 3~4학년은 하루 1시간 수업 연장), 현재처럼 돌봄 전담사 상당수를 4시간제로 고용하더라도 기존에 5시까지였던 돌봄을 저녁 7시까지 연장하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계산하고 있는 것이다.

즉, 초등 돌봄전담사들을 쥐어짜는 것을 유지하면서 추가로 초등교사들도 쥐어짜, 재정 투입 없이 돌봄 시간을 연장하려는 것이다.

정부는 초등학교 수업 시간 연장을 정당화하려고, 우리 나라 초등학교의 연평균 수업 시간(655시간)이 OECD 평균(804시간)보다 짧다는 통계를 근거로 들고 있다. 초등학교의 정규 수업 시간이 짧아, 여성들이 더 많은 육아 부담을 져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정확한 통계가 아니다. 정부는 우리 나라 초등학교의 수업시간만 계산했지만, OECD 국가들 중 일부는 휴식시간까지 포함하기도 하고, 유치원 교육과정 시간을 초등 정규교육과정 시간에 산입하기도 하며, 중앙정부의 최소교육과정 시간에 지방 정부별로 유연한 교육과정을 적용하는 나라들도 있다.

해외 주요국들에 견줘, 우리 나라 초등학교의 방학은 가장 짧고, 수업일수는 가장 길며, 학급당 학생수는 많은 편이다. 즉, 초등학교 교사들의 노동강도는 이미 높다. 그런데 정부는 통계까지 왜곡하며 돌봄의 일부를 초등교사들에게 떠넘기려 하는 것이다. 이렇게 돌봄을 떠넘기면, 교사들은 행정업무나 수업 준비 등의 시간이 줄어들므로 초등 교육의 질도 떨어트릴 수 있다.

최근 정부는 초등 돌봄의 지자체 이관을 허용하는 법률을 상정하며, 초등교사들의 돌봄 업무를 경감해 줄 것인 양 해 왔다. 그러나 이번 초등 교육시간 확대 방안에서 보듯이, 정부는 재정을 더 투입하는 돌봄 정책을 추진할 생각이 없다. 사실 정부의 돌봄교실 지자체 이관 정책 또한 민간위탁을 허용하는 재정 투입 최소화 정책이었다.

돌봄을 확대하고 질을 높이려면, 돌봄을 운영하는 돌봄전담사들을 전일제·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고용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대다수 돌봄전담사가 시간제로 고용돼 있어 발생하는 문제를 재정 투입과 전일제화로 해결하는 게 아니라 초등교사들에게 떠넘기려는 정부의 행태를 보더라도 초등교사와 돌봄전담사의 이해관계가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질 높은 교육을 위해서는 질 높은 방과후 돌봄이 필수적이기도 하다.

초등교사와 돌봄전담사들이 함께 연대해 정부의 돌봄 정책을 비판하고 싸워야만, 학교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과 양질의 돌봄 확대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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