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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가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는 이유

조지 W 부시는 지구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려고 날마다 10억 달러 이상의 막대한 돈을 쏟아 붓고 있다. 10억 달러면 웬만한 공장 1천 개를 지을 수 있다. 그는 이미 경제 제재로 한 달에 5천 명의 어린이가 죽는 나라 이라크에 대해서도 똑같은 만행을 저지르겠다고 벼르고도 있다.

부시는 “미국의 선물”이라는 글귀가 쓰인 비상 식량 상자 3만 7천 개로 인도주의랍시고 생색을 내려 했다. 그러나 식량 배급을 위해 미국이 보유한 250만 개의 래션으로도 아프가니스탄의 기아를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데도 부시는 이런 나라에 한 발에 25억 원이나 되는 토마호크 미사일을 쉴새없이 떨어뜨렸다.

도대체 이런 정신 나간 만행이 벌어지는 원인은 무엇일까? 미국이 더 비참해질 아프가니스탄을 통해 진정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석유에 대한 지배

만행의 첫째 동기는 아프가니스탄에 인접한 카스피 해 지역에 매장된 막대한 석유와 천연 가스 때문이다. 1990년대 들어 카스피 해 인근에는 석유 매장량이 7백억 배럴에서 2천억 배럴에 달한다는 추정치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중앙 아시아 지역은 “제2의 중동”이라 불리게 됐다. 1997년 미국 동력자원부는 “카스피 해 석유 매장량의 최대 예상치가 중동의 3분의 2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유노캘, 아모코, 엑손, 모빌, 쉐브런 같은 미국계 석유 기업들이 이 지역에 몰려 들었다. 그 뒤, “이 자원들의 송유관 건설을 둘러싼 대국들의 물밑 전쟁”이 시작됐다.

중앙 아시아는 1990년대 전까지는 소련의 일부로, 러시아의 앞마당이었다. 냉전이 끝나자 미국은 석유 회사들과 송유관을 지키기 위해 이 지역에 정치적·군사적 실험들을 감행하기 시작했다. 전형적으로, 1999년 봄에 미국은 과거 소연방에 포함됐던 그루지야·우크라이나·우즈베키스탄·아제르바이잔·몰다비아를 묶어 그들의 영문 이니셜을 딴 GUUM이라는 친서방 국제 동맹을 결성했다. 그리고 이 첫 회의를 워싱턴에서 가졌다. 이것은 분명 중앙 아시아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해 온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었다. 또,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그루지야 등 카스피 해 연안 중앙 아시아 국가들과 방위 조약을 맺고 합동 군사 훈련을 시작했다. CENTRAZBAT라 불리는 이 훈련의 주축 군대가 바로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지상군 공격의 선봉에 나서기로 예정된 제282 공수사단이다. 1998년에는 3천여 명의 미국 공수부대가 카자흐스탄에서 군사 훈련을 했다. 카자흐스탄은 중앙 아시아의 석유 중 70퍼센트가 매장돼 있는 지역이다.

부시의 전쟁은 가장 약하고 싸우기 쉬운 상대를 무참히 짓밟는 것을 통해, 1990년대 들어 새롭게 떠오른 전략적 요충지에 대한 경제적·정치적·군사적 맹주권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부시는 이 전쟁을 통해 중동에 대한 통제를 확고히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다음의 표적으로 이라크가 거론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금 부시는 자기 아버지가 2차 걸프전 때 완수하지 못한 후세인 제거라는 임무를 완수하고 싶어한다. 현재 미국은 이집트 북부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합동 군사 훈련을 하고 있다. 1981년부터 매년 미국이 해 온 ‘브라잇 스타’라 불리는 이 군사 훈련에 어느 때보다도 가장 많은 군대가 동원됐다. 이 훈련에 미군 2만 3천 명 등을 포함해 자그마치 7만여 명이나 참여했다. 중동에 대한 지배는 석유에 대한 지배를 뜻한다. 중동에 관한 미국 지배자들의 가장 끔찍한 기억은 1979년 이란 혁명이다. 1978년 12월 이란 혁명이 터지자 독재자 팔레비 국왕을 뜻대로 주무르고 있는 스탠더드 석유(아모코)가 즉시 이란 정유 시설을 폐쇄했다. 미국의 석유 회사가 1979년 이란 혁명으로 엄청난 손해를 봤다는 바로 그 사실 때문에 미국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풀지 않고 있다.

세계의 경찰

미국의 둘째 목적은 여러 강대국들을 견제해서 세계의 경찰로서 자신의 맹주권을 입증하는 것이다. 지금 미국에게 러시아와 중국은 가장 신경쓰이는 견제 대상이다. 특히 미국의 우익은 공공연하게 중국을 미국의 패권을 실질적으로 위협하고 넘보는 세력으로 여긴다. 폴 로저는 미국 우익의 논리를 이렇게 설명한다. “공화당의 우익들은 미국 지배의 유일한 위협은 중국이 될 거라고 말한다. 만약 중국이 경제 대국으로 발전하게 된다면, 중국의 성장을 억제할 한 가지 방법은 MD[미사일 방어] 체계에 더 많은 돈을 퍼붓는 일이다.”

“깡패 국가” 단속을 핑계로 내세운 MD의 진정한 목표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것이다. 실제로, 옛 소련의 경제는 1980년대 군비 경쟁의 부담을 이기지 못해 붕괴한 바 있다. 미국의 경제 규모가 중국의 12배이고 군사비는 중국의 8배나 되는데도 미국은 중국이 장차 미국의 실질적 경쟁자가 될까 봐 두려워 한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뿐 아니라 서방의 경제적 경쟁자들에게 미국의 군사력이 없어서는 안 될 것임을 입증하기 위해 군사력을 사용한다. 미국은 제2차 걸프전 당시에는 일본과 독일을, 발칸 전쟁 때에는 유럽 연합을 견제하기 위해 군사력을 사용했다.

부시는 이번에도 경쟁자들을 견제하기 위해 제국주의 열강이 눈독을 들이는 중앙 아시아 지역에서 패권을 입증할 기회를 붙잡으려 한다.

더한층의 불안정화

부시의 전쟁은 세계 전체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중앙 아시아는 제국주의 열강의 정치적·군사적 전장이 되고 있다. 러시아의 푸틴은 구 소련의 앞마당이었던 중앙 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결코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부시의 공격이 시작되자 푸틴도 중앙 아시아 단속에 나섰다. 9월 18일 그는 독립국가연합 긴급 정상 회의를 열어, 대미 협상 창구를 러시아로 단일화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최근 러시아는 아프가니스탄 북쪽 접경 지역인 타지키스탄에 주둔시켜 왔던 병력을 1만 8천여 명에서 2만 5천 명으로 늘렸다. 러시아는 미국이 주도해 아랍권이 재편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이란을 끌어들이고 있다. 지난 10월 2일 러시아는 이란과 비밀 군사협력을 맺었다. 결정적으로, 러시아는 이번 전쟁을 체첸을 단속하는 기회로 활용하려 한다. 이미 러시아는 1994년 12월 체첸의 수도인 그로즈니를 공습하여 많은 민간인들을 죽인 전력을 갖고 있다. 지금 푸틴은 강도 높은 체첸 진압 작전 개시 날짜를 고르고 있다. 이것은 카스피 해에 대한 러시아의 이권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의 일부다. 아제르바이잔과 그루지야를 지나는 송유관은 바로 체첸을 통과한다. 더구나 러시아는 체첸을 확실하게 점령해서 나토의 전진 기지인 터키를 압박하고 아제르바이잔, 그루지야, 아르메니아를 통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으려 한다. 아프가니스탄과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은 중앙 아시아의 석유가 동아시아로 향하는 송유관이 건설될 때 자국의 영토를 통과하기를 바란다. 중앙 아시아 국가들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으로 송유관이 이어지면 수송료·통과 비용 등의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신장 자치구와 타림 분지의 석유 산업을 키울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바로 이 때문에 중국은 부시의 폭격이 시작되자 송유관 통과 예상 지역인 신장 지구의 자치 활동을 더욱 단속하고 있다.

최대 악마 미국뿐 아니라 다른 악마들도 이번 전쟁에서 전리품을 찾으려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블레어는 미·영 동맹으로 이 참에 ‘유럽의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은 영국의 식민지이지 않았던가. 2차 걸프 전 때 전비를 1백30억 달러를 분담했는데도 일장기를 휘두를 수 없었던 일본 우익을 대표해 고이즈미는 재빠르게 자위대 파병 준비를 했다.

세계화의 군사적 얼굴

세계화는 이런 긴장을 더 부추기고 있다. 세계화는 전 세계를 황폐화시키고 불평등을 늘릴 뿐 아니라 투자 지원을 위해 군사력을 증대시켜 전쟁의 연료가 되고 있다. 지금 이것을 이해하는 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자본의 세계화는 결코 국가를 무의미하게 만들지 않았다. 오히려 다국적 기업들은 국가의 권력에 의존해서 자신의 이윤을 보호하려 한다. 미국의 석유 기업들은 부시한테 4천8백만 달러의 선거 자금을 주고 석유 채굴 제한 지역 해제와 이산화탄소를 규제하는 교토 의정서 탈퇴라는 선물을 받았다. 세계화는 국제자본주의가 자신들의 이윤을 보장하기 위해서 무장력에 의존함을 보여 준다. 이것을 부하린은 제국주의라고 표현했다. 부하린의 제국주의론은 오늘날의 세계에도 꼭 들어맞는다. 가장 친미적인 기자 하나는 10년 전에 이렇게 말했다. “실리콘 밸리의 기술이 번성하게 할 수 있는 안전망을 유지하는 제1의 방법은 미국 군대, 미국 공군력, 해군, 해병대다.” 금융 자본과 무역 기구들은 이윤을 위해 평범한 사람들의 목숨을 일상으로 앗아간다. IMF와 WTO 같은 기구가 강요하는 제3세계에 대한 부채 상환 압력 때문에 날마다 1만 9천 명의 어린이들이 병과 영양실조로 죽는다.

경제 제재는 다국적 기업의 이윤을 지키기 위한 강제적 수단 중 하나다. 자국의 다국적 기업의 재산을 국유화했다는 이유로 40년 동안이나 쿠바에 대한 경제 제재를 풀지 않는 미국의 복수극을 보라. 이윤을 지키기 위해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전복시키는 경우도 종종 있다. CIA는 1973년 칠레뿐 아니라 1954년에도 민주적으로 선출된 과테말라 정부를 전복시켰다. 과테말라의 아르벤스가 토지 개혁을 단행해서 미국의 유나이티드 프루트(지금의 치키다) 과일 기업의 이윤에 도전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각각 1천만 명과 5천만 명을 죽인 1·2차세계대전만큼 시장과 경쟁이 전쟁을 낳는다는 사실을 잘 설명해 주는 사례가 있을까? 경쟁과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은 주먹의 다른 표현이다. 이것이 바로 무고한 아프가니스탄인들을 폭격으로 죽이기 위해 돈을 퍼붓는 부시의 전쟁의 근본 동력이다.

1990년대 이후의 전쟁

20세기 전반부의 제국주의 전쟁은 서로 경쟁하는 제국주의 열강이 벌이는 제국주의간 전쟁이었다. 냉전 시대 전쟁의 양상은 제국주의 열강이 혁명적 민족주의 운동(중국, 베트남, 알제리)과 싸우는 것이었다. “탈냉전기”인 1990년대 이후 전쟁은 한 편에 미국과 서구 제국주의 강국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미국이 훈련시킨 ‘불량배’가 있는 새로운 종류의 제국주의 전쟁이다. 1991년 2차 걸프전, 1999년 발칸 전쟁,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모두 다 그렇다. 1990년대 이후의 전쟁은 유동적이고 불안정한 탈냉전 시대에 세계의 패권을 확고히 하기 위해 미국이 벌인 제국주의 전쟁이었다.

냉전이 끝나고 소련이 자신을 수습하느라 정신 없는 동안 미국은 세계의 패권을 확인시킬 수 있는 기회를 노렸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본보기다. 국민적 지지가 없는 독재 정부가 “인도주의적 개입”이라는 이데올로기를 동원하기에 한결 편했다. 2차 걸프전 당시 “사악한 후세인의 가엾은 쿠웨이트 침공”은 석유를 지키기 위한 전쟁이라는 본질을 가리는 가면이었다. 다음의 말처럼 2차 걸프 전의 성격을 잘 보여 주는 말이 있을까? “우리가 이라크의 영공을 소유하고 있다. … 이라크인들에게 ‘이렇게 살라’고 명령하는 것은 우리다. 이게 바로 미국이 위대하다는 증거다. 특히 그 지역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석유가 많다는 걸 염두에 둔다면 우리 방식은 정말 좋은 것이다.”(1999년 8월에 미국의 군장성 윌리엄 주니 준장이 그 해 8개월 동안 미 공군기 1만 회 출격과 이라크 민간인들 수백 명의 죽음을 놓고 한 말.)그리고 세르비아 밀로셰비치의 인종 청소 종식이 1999년 발칸 전쟁의 목적은 아니었다. 밀로셰비치뿐 아니라 보스니아 정권을 포함한 모든 민족주의 정권들이 발칸 반도에서 인종 청소를 자행했다. 게다가 밀로셰비치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클린턴이 주도한 데이턴 협정을 체결하는 데 공헌한 미국의 협력자였다. 클린턴은 전쟁 초기에 미국의 이해관계를 솔직하게 이렇게 표현했다. “안전하고 확고하고 자유로우며 단결된 좋은 교역 파트너로서 유럽이 필요하다. … 또한 세계의 문제들을 처리하는 짐을 우리와 함께 나눌 파트너가 필요하다. … 이번 코소보 문제에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것이 세르비아 폭격을 위해 나토 공습기가 1만 7천 번을 출격한 진정한 목적이었다.

야만에서 탈출하기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1990년대 이후의 다른 전쟁들과 비교해 훨씬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첫째, 조지 W 부시의 전쟁은 제국주의 열강과 그들의 하위 파트너들의 아주 불완전한 동맹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1991년 1∼2월 2차 걸프전 당시 미국은 독일과 프랑스가 애를 먹였지만 적어도 중동에서는 확실한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중동에서 91조 원의 전쟁 비용 가운데 39조 원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국이 그 때만큼의 지지를 기대하기 어렵다. 중동은 지금 정세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중동 국가의 지도자들은 자국 국민들의 반미 분위기에 벌벌 떨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가장 절친한 동맹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도 미국을 공개적으로 비난해야 했다. 영국조차 이라크로 확전하는 문제에 관해서는 유보적이다. 둘째, 1990년대 이후의 어느 전쟁 때보다 거대한 반전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방의 강대국 안에서 성장한 반자본주의 시위가 반전 운동으로 집중되고 있다. 다른 어느 곳보다 파키스탄에서 미국의 전쟁 반대 시위는 반정부 시위로 발전하고 있다. 미국은 파키스탄의 반전 시위가 준(準)내전으로 바뀌고 있는 모습을 보며 애간장을 태우고 있을 것이다. 가까스로 설득시킨 인도네시아의 메가와티는 반미 시위가 반정부 시위로 발전할 조짐을 보이자 미국의 전쟁을 비난하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탈리아에서는 가톨릭 단체를 포함한 무려 15만 명이 반전 집회에 참가했다. 이런 운동들은 부시와 서방 강대국들의 전쟁을 중단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압력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이 지긋지긋한 이윤 체제 때문에 사람들이 느끼는 고달픔과 분노가 전쟁과 어떻게 관계 있는지를 인내심 있게 설명할수록 이 추악한 전쟁에 의문을 느끼는 더 광범한 사람들을 이 운동에 끌어들일 수 있다. 우리는 인류의 미래를 야만에서 구해 줄 이 운동에 열정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인류의 미래는 야만을 끝장낼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의 편이다. 인류의 미래는 그들의 어깨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