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사측과 노조 집행부가 7월 20일 임단협 잠정합의를 했다. 27일 찬반 투표를 한다.

이번에 노동자들이 가장 크게 바라는 것은 임금 인상이다. 지난 몇 년간 임금이 거의 오르지 않았고, 특히 지난해에는 기본급이 동결됐다(성과금이 줄어 총액으로 치면 삭감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사의 매출 실적이 많이 개선됐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올해에는 임금이 대폭 오르기를 바랐다. 정의선 회장과 하언태 사장의 2020년 연봉은 각각 17.8퍼센트, 32.9퍼센트나 올랐다. 게다가 올해 2분기 사측이 거둔 영업이익은 1조 8860억 원으로 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번 잠정합의안은 노동자들의 바람을 충족시키기에 매우 부족하다. 기본급이 4만 6000원(호봉 승급분 제외) 정도 오르고 성과금이 지난 몇 년보다 좀 늘기는 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기대, 회사 실적에 비춰 보면 초라한 수준이다. 회사는 코로나19 팬데믹에서 함께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한다면서 지난해 임금을 동결하더니, 막대한 이익을 낸 상황에서도 또다시 낮은 수준의 임금 인상에 만족하라고 한다.

노조 집행부도 지난해보다 임금이 늘었으니 성과라고 내세우지만, 노동자들은 오히려 지난해에도 동결했는데 올해도 고작 이 정도냐고 불만족스러워 한다.

60세 정년 이후 1년간 적용(6개월 단위 계약)되는 ‘시니어 촉탁직’ 제도의 개선도 이번 임단협의 주요 쟁점이다. 현대차에서는 매년 2000여 명이 정년퇴직을 한다. 조합원들의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정년 연장에 대한 열망도 커져 왔다. 현재 운영되는 61세 ‘시니어 촉탁직’은 자기 공정에서 일할 수도 없고, 임금도 반값 수준이다.

노조 집행부는 이를 개선해 시니어 촉탁직을 폐지하고 ‘숙련 재고용’을 따냈다고 말한다. 그런데 퇴직자들이 일하던 공정에서 일할 수 있게는 됐지만, 임금 수준은 여전히 형편없다. 수당 5만 원을 더 받게 되는 정도다. 퇴직자들이 추가로 1년간(62세) 일할 수 있도록 ‘인력 풀’ 제도를 새로 만들었다고 하지만, 회사가 필요할 때 한시적으로만 비정규직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노동자들에게 “고용 안정”을 보장하는 것이기는커녕, 오히려 사측이 안정적인 정규직 인력 충원 없이 임시 비정규직을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준 것이다.

지금도 사측은 매년 늘어나는 정년퇴직 자리에 신규채용을 하지 않고 있다. 더 적은 수의 노동자들이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부족한 인원은 임시 비정규직으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몇 해 전에 하부영 민투위 집행부가 전기차 생산을 이유로 인력(정원) 감축에 합의해 준 것이 결정적으로 문제를 낳았다.

이상수 현 우파 집행부는 이런 문제를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다. 관련 내용이 담긴 ‘산업 전환을 위한 미래 특별협약’안에는 신규채용에 관한 내용은 쏙 빠진 채, “현 조합원의 고용 안정”과 적기 생산, 품질 향상, 유연성에 협력할 것을 명시했다. 인력(정원) 감축을 받아들이고, 회사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협조하겠다는 의미이다. 회사는 이를 이용해 노동자들을 더 쥐어짜고 조건을 악화시키려 들 것이다. 진정으로 노동조건과 고용을 지키려면, 사측의 생산성 향상 논리에 협조할 게 아니라 거부하며 투쟁해야 한다.

3년째 무쟁의

“이상수 지부장이 이번에는 단호하게 싸우겠다고 하더니 이게 뭡니까? 기만 당한 것 같습니다.”

지난 7일 현대차지부 조합원들은 83퍼센트의 지지로 쟁의를 가결했다. 지난 몇 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그동안 억제돼 온 임금에 대한 불만이 높았기 때문에, 노조 집행부도 이번에는 싸우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런데 집행부는 결국 얼마 안 돼 자기가 한 말을 뒤집고 이번에도 무쟁의 타결을 강조하고 있다. 파업까지 갔다가 “사회적 안티 세력으로 낙인 찍히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투쟁은 “실익이 없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현대차의 무쟁의는 사측과 보수 언론들에게 칭찬을 받을지언정, 노동자들에게는 이롭지 않다. 3년이나 연속된 무쟁의는 노동자들의 단결력을 갉아먹고 자신감을 제약할 수 있다. 반대로 현대차 노동자들이 단결해 싸워서 성과를 내면, 그것은 전체 노동자들에게도 이롭다. 최근 택배 노동자들이 투쟁해서 승리한 것이 다른 노동자들에게 자신감을 준 것처럼 말이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8일간 파업으로 부분 성과를 낸 것에서도 그런 관계를 엿볼 수 있다.

이상수 집행부의 생산성 협조 노선은 각 사업부나 라인별 현장 투쟁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이번에 집행부는 이런 내용의 단체협약 후퇴에도 합의했다.

현대차에서는 새로운 차종을 생산하게 되면, 그에 따른 인력 규모, 노동강도, 외주화 여부 등을 둘러싸고 대의원들이 협상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이를 활용해 투쟁을 전개해 왔다. 그런데 이번 합의안에는 대의원들이 관련 내용을 사측과 ‘심의·의결’할 수 있도록 돼 있던 조항을 후퇴시켜 ‘협의’로 변경했다. 협의 기간도 90일로 못 박아, 투쟁으로 인한 신차 출시 지연을 제어하려 한다. 이는 지난 수년간 사측이 ‘적기 생산’을 강조하면서 야금야금 공격해 온 것인데, 이번에 또다시 후퇴시켰다.

노동자들이 현장에 대자보·현수막을 부착하는 것을 (시기, 방법 등에서) 규제하는 독소 조항이나, 해고자 복직이나 징계 삭제 등의 요구를 무시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신규채용된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 처우가 해결되지 않은 것도 아쉽다.

종합해 봤을 때, 이번 잠정합의안은 노동자들의 임금·조건 개선 열망을 충족시키지도 못하고, 단결과 투쟁력을 강화하는 데도 도움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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