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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이주자들과 이혼의 자유

최근 정부는 한국인과 결혼했다 이혼한 외국인 여성들의 국내 체류와 취업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해 시행에 들어갔다. 그 내용은 이혼의 ‘책임’이 한국인 배우자에게 있는 경우 여성의 거주 체류와 취업을 가능하게 해 주고 외국인에게 ‘책임’이 있는 경우에도 자녀나 한국인 부모 등 가족 부양 사유가 있을 때 체류와 취업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사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개선책은 그 동안 결혼한 여성 이주자들에 대한 처우가 얼마나 형편없었는지를 방증한다.

1997년 정부는 ‘불법이주자들이 결혼 제도를 악용한다’며 결혼만으로 국적을 부여하던 국적법을 개정해 2년 이상 결혼 생활을 한 사람에게만 국적 신청 기회를 부여했다.

한국인과 결혼한 배우자는 한국 국적이나 영주권을 취득하기 전까지는 해마다 거주 체류 비자를 갱신해야 하고, 이혼이라도 하게 되면 그 지위도 보장받지 못한다.

그런데 국적이나 영주권 취득, 체류 허가 갱신 등 모든 신분 보장 문제가 전적으로 남편의 손에 달려 있다. 남편의 신분 보증이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국인과 결혼한 여성들은 결혼 생활이 맘에 들지 않거나 남편이 모욕적으로 대우하거나 구타 등 학대해도 대처할 방법이 거의 없다. 많은 여성들이 불법체류자의 처지로 내몰리고 양육권을 빼앗기는 것이 두려워 고달픈 현실을 묵묵히 참고 지내고 있다.

그 동안 정부는 한국인 배우자에게 이혼의 ‘책임’이 있는 경우에도 자녀를 양육하거나 한국인 가족을 부양할 때만 체류와 취업을 허가했다. ‘책임’이 양측에 있거나 외국인 배우자에게 있는 경우에는 자녀를 양육하거나 한국인 가족을 부양해야만 체류를 허가했다. 그러나 취업은 금지했다.

게다가 아직 판결이 나지 않은 이혼 소송 기간에조차 체류만 허가하고 취업은 금지하고 있다. 한 마디로 한국 정부는 국제 결혼한 여성들에게 이혼의 자유를 억압해 온 것이다.

이번 정부의 개선안은 기존 제도의 골간은 전혀 개선하지 않은 채 극히 일부만을 수정한 것으로, 결혼한 이주 여성들의 처지를 개선하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여성이 이혼 책임을 입증하도록 돼 있는데, 소송 기간에 취업이 금지돼 돈이 없어 법률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여성들에게 이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이 여성들은 외국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거의 아무런 사회 보장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 4대 보험도 출신국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곤 한다.

한국에 오는 여성 이주자들 중 결혼을 위해 들어오는 여성들이 점차 늘고 있다. 중국 동포, 한족, 필리핀, 베트남, 태국, 옛 소련 등의 여성들은 가난에서 벗어나 좀더 나은 삶의 기회를 찾기 위해 국제 결혼을 선택하곤 한다.

많은 이주 여성들은 다른 여성들처럼 양육과 가사의 책임을 떠맡고 있다. 또 여러 3D 업종의 노동력 공백을 메우며 고된 삶을 살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이주 규제 정책이 더해져 이들이 겪는 억압은 훨씬 크다.

지금 시행되는 개선책은 매우 미흡하다. 원하는 이주 여성들은 누구나 한국 국적이나 영주권을 쉽게 취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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