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배경과 맥락(한미연합군사훈련을 둘러싼 논쟁 등)을 비롯한 몇 가지 내용들을 추가했다(2021년 8월 10일).


8월 2일 충북 청주 지역 운동가 3명(박응용, 박승실, 윤태영)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다른 1명은 영장이 기각됐다.

앞서 국가정보원과 경찰청 안보수사국은 이들이 북한의 지령과 공작금을 받아 ‘충북동지회’를 결성하고, 미국산 첨단 전투기 F-35 도입 반대 운동 등을 했다고 주장했다.

공안 당국은 이 활동가들에게 보안법상 회합‧통신 위반 등의 혐의로 영장을 신청했다. 최근 보도를 보면, 이 활동가들에게 목적수행 간첩단 혐의까지 적용됐다.

‘간첩’이라고 요란하게 선전하는 데는 사건의 파장을 키우고 구속된 활동가들에 대한 방어를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다. 차기 대선에 좌파적 개혁 염원이 투영되지 못하게 하려는 속셈도 있을 것이다.

한편, 이번 사건은 8월 한미연합군사훈련 실시를 둘러싸고 국내 정치권과 미국·중국 사이에 논란이 벌어지는 가운데 일어났다.

문재인 정부와 미국은 팬데믹 상황 등을 감안해 이번 훈련을 실제 병력이 동원되지 않는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강행한다.

중국이 이 훈련을 비난했고 미국 바이든 정부가 다시 반박했다. 국내 우파들은 훈련 축소 결정을 북한 김여정의 ‘하명’ 때문이냐며 문재인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무엇보다 여권 내부가 연기론과 강행론으로 분열돼 있다. 아마 실제로는 북한보다는 중국을 의식해 이견들이 나오는 것일 것이다. 어쨌거나 대선을 앞두고 집권당 후보 경선 기간에 이런 분열이 불안했을 것이다.

이런 난처한 조건에서 정부는 다른 지배계급 사람들에게 이 정부가 친북이 아님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 대선을 앞두고 있으니 더욱 그 필요가 컸을 것이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연기하면 북한이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할 것이라던 국정원장 박지원이 이번 탄압 사건에 앞장선 것은 시사적이다.

국정원과 경찰이 수사를 확대하고 있어, 더 많은 사람들이 사건에 연루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반이 없다시피 한 활동가들인 듯하다.

이중잣대와 부풀리기

정부는 북한과의 ‘회합·통신’ 문제에 대해서 언제나 이중 잣대를 들이대 왔다.

유력 정치인과 기업인들은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북한 당국과 접촉할 수 있는 반면, 좌파 활동가와 평범한 사람들이 북한 주민 또는 당국과 ‘통신·회합’하는 것은 차단과 처벌의 대상이 된다.

국가보안법이 북한 당국과의 ‘연계’를 문제 삼지만, 진정으로 겨냥하는 것은 국내의 정치적 반대자와 그 운동이다.

청주 활동가들이 벌였다는 F-35 도입 반대 활동, 통일밤묘목 백만 그루 보내기 운동, DMZ 인간띠잇기 운동 등은 평화 운동의 일환이었다. 1인 시위와 서명 같은 온건한 캠페인 방식으로 펼쳐졌다.

공안 당국의 발표는 이런 평화 운동들이 마치 북한의 조종을 받은 것처럼 보이게 만든 비열한 짓이다.

F-35 도입 반대는 모두 북한의 지령과 상관없는 평화 운동의 요구이다.

우파 언론들은 청주 활동가들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 국내 정치와 외교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고 보도했다. 군부대 정보와 민중당(진보당) 내부 동향을 보고하라는 지령도 받았다고 했다.(사실이라면, 당사자들로서는 불쾌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언론 보도와 달리, 사건의 실체가 상당히 부풀려졌을 공산이 크다. 이들이 지역이나 노조에서 기반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설사 이들이 북한 측 인사를 만났다 하더라도, 이들이 운동에 영향을 미치거나 고급 정보를 파악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아니어 보인다.

그들이 수집할 수 있는 소위 ‘군사 정보’나 ‘동향’도 대부분 기밀이라 부르기 민망한 수준일 게 뻔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가보안법은 사문화되기는커녕 계속 희생자들을 양산했다. 교사 4명이 고작 북한 서적을 갖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교단을 떠나야 했다.

이정훈 4·27연구원 연구위원은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 혐의로 구속됐다. 김일성 회고록을 출판한 사람은 공안당국의 수사로 곤욕을 치렀다. 한 대북 사업가의 경우, 경찰이 핸드폰 문자 증거를 조작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삼성 이재용은 가석방으로 풀어 주면서, 정작 이석기 전 의원 석방 요구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즉, 정부)은 집회 관련 감염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은 민주노총 노동자대회를 빌미로 8월 9일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깊어지는 경제·안보 위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를 비롯한 지배계급에게는 아래로부터의 항의를 단속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방역을 빌미로 집회 금지, 구속영장 신청 등 노동자 투쟁을 억압하고, ‘간첩’ 혐의로 활동가들을 붙잡는 진정한 배경일 것이다.

설사 북한 당국 측 인사와 회합을 했다 하더라도, 평화적 정치 활동을 한 충북 활동가들이 감옥에 있을 이유는 없다. 이들은 즉시 석방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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