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이재용 사면을 결정했다.

8월 9일 법무부는 이재용 가석방을 결정하고 13일 석방시킬 예정이다. 법무부장관 박범계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 상황” 운운하며 이재용을 가석방 대상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재용 가석방이 “법무부의 기준과 절차에 따라 진행”된 것일 뿐 대통령의 사면과는 다르다고 선을 긋는다. 순전한 거짓말이다.

그러나 이재용 같은 거물 권력자의 가석방 문제를 법무부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 이런 가석방은 사면의 한 형식으로 문재인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그런데도 친기업 언론들은 가석방은 사면과 달리 이재용의 경영 일선 복귀에 제약이 많다고 투덜댄다. 가석방이 은혜도 아니라는 식이다.

이재용 사건은 이 정부 탄생의 배경인 박근혜 국정농단 뇌물범죄 사건의 일부였다. 이재용이 박근혜와 최순실에게 86억 원을 뇌물로 제공한 것은 삼성 경영권 승계와 연관된 커다란 부정부패의 일부였다.

이재용은 막강한 재산과 권력을 탈세·탈법으로 물려받는 부정·부패를 저질렀지만 고작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반면,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단지 급진적인 정치 토론을 했다는 이유로 무려 8년째 감옥에 갇혀 있다.

이재용 석방이 결정된 날, 검찰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직 노동자들의 건재를 알리기 위한 도심 집회를 개최한 것을 반사회적 범죄 취급하고 있다.

오늘 이 두 장면은 문재인 정부와 정부 정책의 계급적 본질과 기본 방향을 다시금 잘 보여 준다.

유착

사실, 문재인 정부와 삼성은 서로 밀어 주고 끌어 주는 관계를 맺어 왔다.

문재인은 이재용이 1차 구속 후 석방되자 재판을 받는 중임에도 수시로 청와대 만찬에 부르고, 삼성 공장을 직접 방문하기도 하면서, 그를 선처하라는 암묵적 메시지를 끊임없이 법원에 보냈다.

올해 초에는 아예 문재인이 나서 이재용 석방 가능성을 내비치는 말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올 초 2차 구속 직전에는 정부의 특사 자격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구하러 미국에 보낼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국가적 중대사임을 내세워 그에 대한 집행유예를 끌어내려 했던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적극 육성·지원하겠다는 산업들(바이오헬스, 반도체 등)은 삼성의 주력 사업들이기도 하다.

이재용도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며 문재인 정부와 교감해 왔다.

그 결과가 이번 이재용 사면인 것이다.

권력자들은 온갖 불법, 탈법을 해서라도 부와 권력을 지키고 얻고 늘리는 것에 제약받지 않는다는 냉소와 좌절감을 강화할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이 사회의 원칙이라고 선포한 꼴이다.

결국 박근혜 퇴진 촛불을 계승한다고 해 온 문재인은 부패한 재벌 권력자에게 면죄부를 주고 그런 자들과 노골적으로 손을 잡음으로써 실제로는 반부패 민주주의 운동이었던 촛불을 더 확실히 배신한 것이다.

2021년 8월 10일

노동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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