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헨릭 그로스만(1881~1950)의 책이 한국에 번역돼 나왔다. 그로스만은 폴란드계 오스트리아 마르크스주의자로 열다섯 살 때부터 사회주의자로 활동했다. 그는 마르크스가 말한 ‘이윤율 저하 경향’을 근거로 경제 위기를 설명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한 인물이다.

≪자본주의 체계의 축적과 붕괴 법칙≫ 헨릭 그로스만, 번역 임필수, 실크로드, 287쪽, 20,000원

《자본주의 체계의 축적과 붕괴 법칙 ─ 동시에 위기이론》의 원서는 그로스만이 1929년에 발간한 책이다. 그로스만은 이 책을 독일어로 출판했는데, 1979년에야 책의 일부분이 영어로 편역됐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역자 임필수 씨(사회진보연대 회원)가 이 영문 편역본을 번역한 것이다.

그로스만이 활동하던 때에 베른슈타인, 바우어 등은 마르크스주의를 개혁주의적인 방향으로 ‘수정’하려 하고 있었다. 자본주의가 축적 과정에서 근본적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마르크스의 주장과 달리, 그들은 자본주의가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그들은 사회주의 사회도 혁명적 방식이 아닌 점진적 방식으로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로자 룩셈부르크는 《자본축적론》에서 이런 주장에 맞서며 자본 축적의 근본적 한계와 붕괴 경향에 대해 주장했다. 룩셈부르크는 《자본론》 2권의 재생산 표식을 가공해, 자본주의가 생산한 것을 다 소비하지 못하는 과소소비 경향이 있고, 이로 인해 붕괴로 향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룩셈부르크의 자본주의 붕괴 주장은 당대에 여러 마르크스주의자들의 반박을 통해 오류로 드러났다. 특히, 바우어는 균형을 이루며 확대될 수 있는 재생산 표식을 예로 들면서 안정적 자본 축적이 가능하다는 자신의 개혁주의적 견해를 뒷받침했다.

그로스만은 이 책에서 베른슈타인, 바우어, 힐퍼딩 등 ‘조화론자들의 균형이론’에 맞서 자본의 한계와 붕괴 경향에 대해 주장한다. 특히, 룩셈부르크의 주장을 반박한 바우어의 주장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그로스만의 반박 논리는 룩셈부르크와 달랐다.

이윤율 저하 경향

그로스만은 자본 축적 과정에서 노동력에 투입되는 비용(가변자본) 대비 기계 등 생산수단에 투입되는 비용(불변자본)의 비율이 커지고(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증가), 이로 인해 이윤율이 저하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마르크스는 《자본론》 3권에서 이윤율 저하 경향에 많은 비중을 할애해 설명한다. 그러나 《자본론》 3권은 마르크스가 죽은 지(1883년) 11년 뒤에야 출판됐고, 그후 20년간 마르크스주의자들의 분석에 별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룩셈부르크, 레닌, 부하린 등의 저작에서 이윤율 저하에 대한 설명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그로스만은 주목받지 못했던 마르크스의 이윤율 저하 경향의 법칙에 천착해 자본주의 경제의 근본적 한계를 분석했다.

그로스만은 바우어의 재생산 표식을 더 많은 생산순환에 적용해 보면, 이윤율이 너무 낮아서 노동자의 임금과 자본가 계급의 소비까지 삭감하지 않으면 생산이 지속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윤율이 저하하는 상황에서 계속 축적하다 보면 결국 잉여가치를 모두 투자하는 것으로도 부족한 순간이 닥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신규 투자가 줄어들어 산업에 위기가 닥치고 마찬가지로 자본주의가 안정적으로 재생산되기 힘든 상황이 된다고 그로스만은 주장했다.

잉여가치가 0이 되는 순간까지 자본가들이 축적을 계속할 것이고 이는 자본주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그로스만의 가정은, 물론 과한 측면이 있다. 실제로는 이윤율이 저하될수록 투자 증가율도 낮아지고, 자본의 유기적 구성 증가 속도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붕괴는 상당 기간 지연될 수 있다.

그럼에도 자본의 유기적 구성 고도화를 통한 이윤율 저하 경향을 중심으로 경제 위기를 분석한 그로스만의 분석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한편, 그로스만은 이윤율 저하에 반작용하는 상쇄 경향들도 분석한다. 불황을 통한 구조조정과 자본의 집중 고도화, 자본 회전기간의 단축 등 다양한 요인과 함께, 해외로 잉여가치가 이전되는 것도 자본의 유기적 구성 상승 압력을 완화해, 위기로 가는 경향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썼다.

이와 함께 그로스만은 전쟁으로 인한 파괴나 가치절하는 자본주의의 “임박한 붕괴를 피하고 자본축적을 위해 숨쉴 공간을 창출하는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전쟁은 고용된 노동력보다 축적이 빨리 늘어나는 경향을 완화해서 이윤율 저하를 막고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는 2차세계대전 이후 벌어진 장기 호황의 주된 배경을 설명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또, 그로스만은 자본 축적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유휴자본이 투기로 몰려가는 경향이 발전한다고도 본다. 이는 실물 경제 불황 속에서도 금융 부문은 과열되고 있는 오늘날의 상황을 설명하는 데 적절하다.

혁명적 전통

이윤율 저하 경향을 자본주의 체제의 자동 붕괴론처럼 이해하지 않으면서도, 자본주의 체제의 심각한 위기를 불러오는 메커니즘으로 이해하며 그 논리를 발전시키는 것은 필요하고 중요하다.

2008년의 세계 금융공황도 그 배경에는 이윤율 저하가 존재했다. 이윤율 저하로 더는 거품을 부양할 수 없는 상황이 닥쳤던 것이다. 자본 축적의 내적 모순으로 인해 이런 붕괴적 상황, 즉 공황은 앞으로도 거듭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위기 속에서도 자본가 계급의 권력이 계속 유지된다면 그들은 노동계급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고통을 전가하며 체제를 위기에서 구출할 수 있다.

결국 자본주의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심각한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려면 노동계급의 혁명적 대안이 중요하다.

그로스만이 자본 축적의 한계를 부정한 당대의 좌파들에 맞서 체제의 근본적 한계를 지적한 것은 이런 혁명적 전망과 정치를 강화하려는 방향의 일환이었다. 그로스만은 계급 투쟁이 자본주의의 붕괴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점을 각별히 강조했다.

그로스만은 소련에서 스탈린 체제가 등장했을 때 이에 비판적이었지만, 나치 독일의 위협(그는 유대인이었다)을 겪으며 스탈린 체제를 옹호하는 것으로 돌아선다. 그러나 그때조차 그로스만의 경제 이론은 동구권에서 이단 취급당했다. 그로스만의 경제 이론이 인민전선 정치를 정당화하는 소련의 공식 경제학과 충돌했기 때문이다. 혁명적 전망을 포기한 기회주의자들이 그로스만을 외면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었다.

그로스만의 이론은 혁명적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발전시켜야 할 전통의 일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