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안에 사회주의자 영화감독 켄 로치의 정치가 있을 자리는 없다.

이것이 노동당 지도자들이 켄 로치를 제명한 뒤 당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다.

8월 14일 켄 로치는 ‘유대인 혐오’[실제로는 유대인 혐오가 아니라 시온주의(이스라엘 국가) 반대였다]를 이유로 쫓겨난 노동당 좌파 당원들을 지지하다 당에서 제명됐다고 밝혔다.

켄 로치는 우파의 중상모략에 분명하게 반대한 노동당 내의, 심지어 저명한 노동당 좌파 인사들 중에서도 몇 안 되는 사람의 하나였다.

그는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좌파의 지지가 유대인 혐오를 조장하거나 그 자체로 유대인 혐오라는 주장을 조금치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의절

그날 켄 로치는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노동당 지도부는 결국 그들의 당에 제가 적합하지 않다고 결정했습니다. 제가 이미 제명된 분들과 의절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뭐, 숙청에 희생된 훌륭한 친구들, 동지들의 편이 돼서 자랑스럽습니다.

“스타머와 그의 패거리는 결코 서민의 당을 이끌지 못할 것입니다.”

영화감독 켄 로치 ⓒ출처 Chris Payne(플리커)

켄 로치의 영화들, 특히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보수당 정권 하의 삶에 대한 좌파적 분노를 대변하고 근본적으로 더 나은 세계가 필요하다는 열망을 담아 냈다.

2015년 제러미 코빈이 당대표로 선출된 뒤 켄 로치의 노동당 입당이 환영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당대회에 내빈으로 참석하고, 당의 정치 홍보물을 촬영하기도 했다.

이제 그는 ‘유대인 혐오자’로 비난받고 있다.

노동당 모임에서 그를 좋게 언급하는 것조차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켄 로치의 제명에 환호하는 자들 중에는 그가 옥스퍼드대학교 행사에서 연설하지 못하게 한 운동을 벌인 자들도 여럿 있다.

노동당 좌파의 암울한 미래를 보여 주는 뚜렷한 징후다. 일부 좌파 활동가들은 다음 달 당대회 표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희망에 매달리고 있다.

그러나 스타머와 이전의 노동당 지도자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보여 줬듯이, 그와 노동당 국회의원들은 당대회 결정을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노동당 안에 남아 있으려면 결국 우파가 가하는 제약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코빈이 2020년 당원 자격을 정지당했을 때 좌파 의원들은 선택해야만 했다. 저항하고 물러나거나, 불평하되 가만히 있거나.

주장

“노동당에 남아서 싸우자”는 노동당 좌파의 주장은 현실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파가 끊임없이 가하는 제약 때문에 노동당은 좌파에게 막다른 골목이 됐다. 수십 년 동안 대안을 건설하려 애썼던 켄 로치 자신도 이 점을 잘 알았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노동당 안에서 좌파가 패배했다고 해서 그가 영화를 통해 반대하려는 세상과의 싸움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싸움은 노동당 바깥에 있다. 즉, 투쟁, 파업, 시위를 건설해야 보수당과 스타머 모두에 대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