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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 새 좌파의 탄생과 도전

9월 18일 선거 결과 기민당과 사민당 누구도 의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것은 독일 주류 정치권에게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러나 유럽 정치가 우경화하고 있고 독일에서 기민련이 승리한 것이 이 점을 보여 준다는 일부 언론의 주장은 틀렸다.

독일 자본가들은 선거 결과에 크게 실망했다. 독일 보수 일간지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새 정부의 성공과 경제의 회복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이를 실행할 수 있는 가능성은 기민당과 자민당 연정 하의 내각에서 가장 컸을 것이다” 하고 지적했다.

이번 선거의 특징은 주류 정치의 ‘좌선회’였다. 유력 주간지 〈슈피겔〉은 이번 선거 결과를 ‘독일 보수 정치의 죽음’이라고 평가했다.  

“51.5퍼센트가 중도좌파나 좌파에게 투표했으며, 오직 9.8퍼센트만이 고전적인 친기업 보수 정당인 자민당에 투표했다. 나머지 35.2퍼센트는 기민/기사 연합에 갔는데 … 이들은 미국 공화당에 비할 바는 아니다. 다시 말해, 오늘날 독일에서 보수주의로는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 

그러나 〈슈피겔〉은 왜 주류 정치가 보수주의에서 멀어졌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사실 이번 선거 결과는 똑같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구하는 사민당과 기민련에 대한 실망 외에, 좌파당(‘선거대안’과 민사당)이 한 구실을 보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다.

사민당은 좌파당의 존재가 주는 압력에 반응해 왼쪽으로 이동했다. 사민당이 좌파당에 1백만 표를 뺏겼지만 참패를 겪지 않은 것은 그나마 이런 좌선회 덕분이었다. 그 덕분에 기민련 정책의 우파적 성격이 두드러져 지지율이 하락한 것이다.

좌파당의 득표는 녹색당을 앞질렀다. 실업률이 높고, 가난한 인구 밀집 지역일수록 좌파당 지지율이 높았다. 실업자의 23퍼센트가 좌파당을 지지했다.

독일 주류 언론도 좌파당의 잠재력을 인정해서 솔직하게 두려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일례로, 우파 일간지 〈벨트 암 존타크〉는 지난 여름 좌파당이 결성됐을 때, “좌파가 돌아왔다. 오스카 라퐁텐과 그레고르 기시가 주도하는 선거대안과 민사당 연합은 독일 정치체제의 세력균형을 지속적으로 변화시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하고 평가했다.

좌파당의 성공은 이미 독일 노동자 운동 전체를 크게 고무하고 있다. 사민당과 녹색당과 노조 내 일부 세력들은 좌파당의 약진에 동요하고 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급진화가 표현될 수 있는 정치적 대안이 한정된 상황에서 일부 실업 청년들이 극우파의 선동에 호응했지만 이번에는 대표적 나찌 정당인 국가민주당의 득표율이 크게 떨어졌다. 국가민주당 당수는 좌파당 때문에 연방의회 진출에 실패했다고 불평했다.

그러나 소수의 일부 급진좌파와 일부 반자본주의 운동세력은 좌파당을 지지하지 않았다. 이들은 좌파당이 의회주의적 시도이자, 또 다른 개량주의 정당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좌파당의 양대 지도자인 라퐁텐과 기시는 자신의 목표를 성취할 수 있는 방법이 정권을 잡는 것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성 정당과의 연정이나 타협을 원칙적으로 배제하지 않는다.

분명히 사회주의자들은 그런 시도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다른 한편, 독일 노동자들의 의식 변화를 정확히 읽을 필요도 있다.

독일 노동자들은 급진화하고 있다. 8월에 〈슈피겔〉이 한 조사를 보면, 동독인의 73퍼센트와 서독인의 50퍼센트가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비판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답했다.

그렇다고 해서 노동자들 다수가 혁명적이 됐다는 말은 아니다. 노동자들이 사민당에 불만을 품으면서 급진화한 이유는 노동자들이 개량주의를 포기해서가 아니라 사민당이 전통적인 개량주의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선거에 기권한다고 해서 개량주의의 영향력을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급진 좌파들은 개량주의 조직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개량주의 사상에 도전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베를린과 메클렌부르크-포르포메른 지역에서 민사당이 사민당과 연정을 하고 있는 것을 의식해서 상당수의 좌파당 의원들이 앞으로 의회 밖 운동에 기권하거나 미지근한 지지를 보낼 위험이 존재한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베를린의 좌파당은 사민당과 함께 베를린 정부를 운영하는 민사당을 의식해서 복지 삭감에 반대하는 주장을 과감하게 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우파를 공격하는 몫은 사민당에게 돌아갔다.

민사당과 비교하면 선거대안이 훨씬 대중 운동과 가깝다. 선거대안이 올해 5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지사 선거에서 2.2퍼센트를 득표하지 않았다면 슈뢰더가 사민당의 내분을 우려해 조기 총선을 선언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오스카 라퐁텐이 선거연합에 뛰어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선거대안 지도자들은 미래 정부 참가를 통해 문제를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사민당이 개량주의 정책을 포기한 이유가 일부 지도자들의 잘못된 생각이나 신자유주의 영향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윤율 위기를 겪고 있는 세계 자본주의 체제는 어떤 정부의 과거 복지 정책을 확대하거나 보존하려는 정책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민사당과 선거대안 모두 과거 사민당 정권의 경험과 민사당의 지방정부 연정 경험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앞으로 선거대안과 민사당의 통합 과정에서는 이런 문제가 반드시 논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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