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6~27일 한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난민 390명을 한국으로 데려왔다. 그들은 충북 진천의 정부 시설에서 묵으면서 교육(한국 생활 적응)을 받는다.

그들은 한국 정부가 파병한 군부대, 한국 대사관, 미군 주둔 기지 내에서 한국이 운영한 병원 등에서 근무했던 사람들과 그 가족이다.

1차로 도착한 아프가니스탄 난민 377명이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들은 미군 철수 이후 집권한 탈레반이나, 아프가니스탄 내 일부 세력(이번에 폭탄 테러를 자행한 IS-K 같은)의 보복을 우려해 한국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들은 불안한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한국에 온 것이다. 명백히 정치적 이유로 정든 고향을 떠나야만 한 난민들인 것이다.

물론 현지 주민들에게 환영받지 못한 외국 점령자로 있던 한국 정부에 고용돼 일하다가 위험에 빠진 것이다. 그러나 생계형 노동자들을 제국주의의 앞잡이 취급하긴 어렵다. 그런 이들을 한국 정부가 책임지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

“정치적 도의적 책임”

그러나 한국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할 난민은 한국 정부(와 군대)가 직접적으로 고용했던 사람들만이 아니다.

한국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인들을 도탄에 빠뜨린 침략 전쟁에 일조한 책임이 있다. 소련 침략과 뒤이은 내전으로 피폐해진 아프가니스탄을 또다시 미국이 침략했을 때, 한국 정부는 침략 첫해부터 군대를 보내 미군의 침략과 점령을 지원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침략의 명분으로 내세운 민주주의와 인권은 처음부터 없었다.

탈레반을 색출하겠다며 벌어지는 폭력적인 마을 수색, 구금과 고문,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폭격, 실업과 빈곤, 미군이 후원하는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군벌들의 부패와 억압 등이 이어졌다.

수많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생지옥이 펼쳐졌다. 탈레반의 재부상도 미국 제국주의가 낳은 결과다.

이런 참상 때문에 아프가니스탄 내에서 고향을 등지고 떠돌거나 해외로 탈출한 아프가니스탄 난민은 2020년 현재 무려 570만 명에 이른다. 한국 정부는 이 일에 일부 책임이 있다. 그러므로 정부 협력자만을 난민 수용 조건으로 내세워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가져다주겠다며 점령 협력도 서슴지 않던 자들이, 정작 그로 인해 생긴 난민을 외면하는 것은 지독한 위선이다.

아프가니스탄 철수 시한인 8월 31일 이후로는 이번처럼 난민을 직접 데려오는 일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또 지리적 거리 때문에, 한국에 아프가니스탄 난민이 오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소수라도 한국의 문을 두드리는 아프가니스탄 난민이 있을 가능성은 있다. 2018년 예멘 난민 500여 명이 제주도에 오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한국 정부는 한국 정착을 원하는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을 받아들이고 정착을 지원해야 한다.

난민이 아니라 “특별기여자”?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번에 들어온 390명조차 난민으로 인정하는 것을 극구 피하고 있다.

법무부는 아프가니스탄인들에게 난민법을 적용하지 않고, 출입국관리법에 신설할 “특별기여자”로 규정하려 한다. 이를 위해 급하게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법무부는 난민 심사 등은 절차가 까다로워 예외를 신설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한다. 또, “생계비, 정착 지원금, 교육 등 [난민보다] 더 배려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특별기여자”에 대한 “배려” 운운하지만 실제로는 난민 권리를 부여하지 않으려고 꼼수를 쓰는 것이다.

정부가 용어를 두 번 바꾼 속내를 보면 알 수 있다. 정부는 애초 그들을 출입국관리법 상 “특별공로자”로 받아들이려 했다. 그러나 그 지위는 한국 국적을 줄 수 있어서, “특별기여자”로 다시 호칭(법적 지위)을 신설해 바꾸려고 한다. 정부는 영주권 부여도 검토한 바 없다고 했다.

아프가니스탄인들에게 부여될 지위(F-2 비자)는 장기체류와 자유로운 취업이 가능하지만, 난민과 달리 기초생활수급이나 아동수당 등 사회보장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영유아가 100여 명이나 되고, 미성년자가 231명인데도 말이다.

만약 정부 말대로 신속한 입국과 수용을 위해 예외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라면, 이후에 난민 심사 절차 등을 일사천리로 진행해 난민 자격을 주면 될 일이다. 또, 난민 인정 이후 정착 지원을 위해 추가적인 혜택을 부여하면 된다.

그러나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인들에게 난민 지위나 영주권·국적을 부여하는 길은 모두 막으려고 한다. 그런 권리를 주면, 행여라도 이미 한국에 거주하는 아프가니스탄인들을 포함해 더 많은 아프가니스탄인들이 한국에 난민 신청을 할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실제로 법무부장관 박범계는 추가적인 아프가니스탄 난민 수용은 검토한 바 없다고 냉혹하게 선을 그었다.

한편, 정부는 기존 재한 아프가니스탄인들에게 체류기간이 끝나도 체류와 취업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8월 20일 기준 재한 아프가니스탄인은 미등록자 포함 434명). 이 역시 다행이지만 불충분하다. 새로 발급해 주겠다는 비자(G-1 비자)가 단순노무 분야 취업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등록 아프가니스탄인은 강제 출국시키지는 않지만 외국인보호소에 구금하겠다고 한다. 사실상 무기한 구금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들도 원한다면 안정적으로 한국에 정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한국 정부에 협력한 아프가니스탄인은 부역자인가?

좌파 일각에서는 이번에 데려온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사실상 미국 제국주의의 부역자로 취급해 반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에 온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은 의사, 통역, 엔지니어 등으로 서방의 제국주의 점령과 부패한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의사결정에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다.

제 잇속만 챙기다가 허겁지겁 도망간 가니 전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같은 부패한 권력자 일당도 아니고, 한국군이 훈련시킨 경찰 간부 등도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침략 초기 아프가니스탄인들이 저항하지 않은 것은 소련 침략과 그 뒤 계속된 내전으로 삶이 너무 피폐해진 탓이 컸다. 당시 이런 조건을 이용해 미국이 주도한 점령국들은 평화와 번영, 민주주와 인권을 약속했다.

일부 아프가니스탄인들은 미국의 점령이 폭력의 종식과 경제 재건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보았다. 탈레반 정부의 억압적인 통치에도 신물이 났을 것이다.

그래서 상당수 아프가니스탄인들이 생계를 위해 미군·한국군 등에 고용돼 일을 하고, 외국 대사관의 통역을 맡거나 현지 업무 대행 등을 했다. 아프가니스탄은 40년간 전쟁터가 된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이런 일자리 하나가 귀하다. 숙련 일자리는 더 부족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약속을 어겼고, 제국주의 점령의 야만성이 아프가니스탄인들의 삶을 완전히 망쳐 놨다.

대다수 아프가니스탄인들이 미국에 등을 돌렸고, 미군과 타협하지 않고 싸우던 탈레반이 다시 세력을 키울 수 있었다. 그러나 제국주의 점령군에 대한 반발과 생계 때문에 일부가 탈레반에 합류한 것이지, 탈레반의 통치를 적극 지지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제국주의의 점령 유지를 위해 영향력을 적극 행사한 권력자들과, 수십 년간의 내전과 침략에 지쳐 생계를 위해 취업한 평범한 아프가니스탄인들을 구별해야 한다.

백악관과 다우닝가 10번지 등에서 총을 쏘라고 명령한 자들과 상명하복 위계 속에서 그 명령을 이행한 사람들을 구별해야 하듯이 말이다.

또한 미국 제국주의에 반대한다고 탈레반 정권을 지지할 수는 없다. 이 또한 구별해야 한다.

사실 미국이나 한국을 위해 일한 아프가니스탄인들을 꼼꼼히 구별하지 않고 모두 제국주의 부역자 취급하는 논리는, 노동계급을 억압하는 수단인 자본주의 국가와 군대에서 일하는 하급 공무원과 사병을 모두 노동계급의 적이라고 보는 것과 다름없다.

또한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됐다 폭탄 공격으로 사망한 윤장호 하사(당시 병장)도 한국 정부의 파병이 낳은 희생자로 볼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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