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공군의 치누크 헬기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영국군을 탈출시키고 있다 ⓒ출처 Defence Images(플리커)

미국의 점령은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에게 도움이 됐나?

그렇지 않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여성을 탈레반의 압제에서 “구원”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는 것은 신화에 불과하다.

탈레반 정권이 잔혹하고 여성의 권리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은 사실이지만, 정작 1996년 이전까지 탈레반에 자금을 지원한 것은 미국이었다.

여성의 권리는 미국의 침공에 도움이 될 때만 쟁점이 됐다.

그리고 미국이 점령기에 세웠던 부패한 정권들 아래서, 20년 동안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에게 현실은 전쟁·빈곤·기아뿐이었다.

아프가니스탄 사람들(과 그 가족들)을 폭격하고 고문하는 것은 여성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여성들을 죽여서 구원하겠다는 것이 제국주의자들의 논리였다. 공습으로 인한 사망자의 약 70퍼센트가 여성과 어린이였다.

이제 자유주의자들은 여성에게 주어진 모든 성취가 퇴보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성취는 부패와 거짓말의 수렁에 빠져 있다.

미국이 만든 개발 계획 중 하나로 ‘촉진’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4억 2000만 달러를 들여 아프가니스탄 여성 7만 5000명에게 직업 훈련과 일자리를 제공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2016년에 이 프로그램을 감사했을 때, 그 돈이 어디로 갔는지는 추적할 수 없었다. 여성들의 일자리와 기회는 여전히 부족했는데,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물질적 삶과 조건을 바꾸는 일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여성들은 바로 최근 정부하에서 여전히 간통죄로 태형이나 금고형을 받아야 했다.

카불 공항에 남겨진 여성들은 서방이 그들의 권리에 얼마나 관심이 없었는지를 보여 주는 증거다.

서구의 페미니스트가 아프가니스탄 여성을 해방시킬 수 있을까?

무슬림 여성들이 특정 유형의 서구 페미니즘이 생각하는 이미지대로 살기를 바라는 것은 해방이 아니다.

첫째, 해방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해방은 천대받는 사람들이 스스로 쟁취하는 것이다. 성차별과 이를 만들어내는 체제를 타도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래로부터의 투쟁뿐이다.

둘째, 해방은 자기가 더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한테서 무엇을 할지 지시받는 것이 아니다.

할리우드 배우에서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몇몇 서구 백인 여성들은 무슬림 여성들에게 억압받지 않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견해는 유복한 서구 여성들이 전쟁을 지지할 수 있게 한다.

미국의 전 대통령 영부인 로라 부시는 2001년에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을 해방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국에서는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부인 체리 블레어가 똑같은 말을 했다.

그리고 둘 다 여성의 히잡 착용을 반대하는 발언을 했다.

그들 식의 페미니즘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지지하지 않았다.

이는 또한 2001년 전쟁을 정당화하는 데 동원된 이슬람 혐오 사상과도 관련이 있다. 히잡을 쓴 모든 여성은 모든 무슬림 남성에 의해 억압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이런 주장들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1977년에 설립된 아프가니스탄 여성혁명협회 같은 단체들은 이슬람 근본주의와 미국의 침공 모두를 비난했다.

하지만 일부 페미니스트들은 여전히 군사 개입만이 [아프가니스탄 여성 인권이] 전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의 참상을 초래한 것이 바로 그 군사 개입이었는데도 말이다.

서방 군대의 공습과 점령은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키지 못할 것이다. 이는 제국주의적 개입을 지속하기 위한 핑계일 뿐이다.

카불의 현 상황은 누구의 책임인가?

수많은 사람들이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기 위해 카불 공항으로 몰려가고 있다. 절망에 빠진 사람들, 비행기 안에서 출산하는 여성들의 모습은 참혹하다.

그러나 이런 혼란과 공포는 서방의 개입과 엄격한 통제가 낳은 또 하나의 살인적 결과이다.

철군 시한인 8월 31일까지 대피가 완료돼야 한다.

사람들이 몰려들고 총격전이 벌어지면서 민간인과 경비대가 사망했다. 필사적으로 도망치려는 평범한 사람들은 적합한 서류가 없으면 거리로 내몰린다. 대사관들은 이중 국적자나 영국 국적자에게 공항으로 가서 비행기를 잡아 타라고 말하고 있다.

자격을 뒷받침할 서류를 갖고 공항에 가려는 사람들은 먼저 탈레반 검문소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이들 중 많은 수는 서방 병사들에 막혀서 비행기에 오를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외국 군대를 도왔거나 탈레반 정권하에서 목숨이 위험한 수많은 사람들이 버려질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이 탈출하지 못하도록 면전에 고함을 지르고 경고 사격을 하는 미군 병사들은 울타리 반대편에서 질서를 강요하는 탈레반보다 나을 것이 없다. 이 문제에서 역시 서방의 간섭은 모순된 메시지를 주면서 평범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생명은 뒷전이다.

탈레반 반대 시위에 참가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카불뿐 아니라 아사다바드·잘랄라바드·칸다하르에서도 소규모 탈레반 반대 시위가 있었다.

몇몇 시위는 참가자 대부분이 시민적 권리와 여성의 권리를 요구하는 젊은이들이었다.

그들은 탄압에 직면해 있다. 지난 20년간의 점령에 비교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말이다.

또 다른 시위에는 아프가니스탄 중부 산악지대의 소수 부족인 하자라족 사람들이 참여했다.

그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장 가난한 축에 속하며, 이제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동맹국들은 탈레반을 약화시키고 자신들의 오래된 점령 협조자들이 설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시위든 이용하려 들 것이 분명하다.

북부동맹의 깃발이 20년 만에 처음으로 판지시르 지방에서 게양됐다.

북부동맹은 2001년 미국이 탈레반을 패퇴시키는 데 이용한 핵심 세력이었다.

북부동맹의 주요 지도자 중에는 부패한 아프가니스탄 정부하에서 부통령을 지낸 암룰라 살레가 있다.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이 도망치자 살레는 자신을 “합법적 임시 대통령”이라고 선언했다.

그의 옆에는 북부동맹의 전 지도자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아들인 아흐마드 마수드가 있다.

마수드는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탈레반과 싸우기 위한 서방의 지원을 촉구했다. 마수드는 프랑스를 지목해 군사적 지원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부동맹은 2001년보다 훨씬 약하다. 호전적인 말들은 빈 수레가 요란한 것일 수 있다.

서방 점령군은 가능한 한 오래 주둔해야 하는가?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은 미국 대통령 바이든에게 8월 31일로 예정된 아프가니스탄 철군 시한을 연장해 달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번 주 초까지만 해도 카불에 영국군 1000명이 주둔하고 있었다.

‘그래도 해법은 미국·영국의 군사력 투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테러와의 전쟁” 20년의 사고방식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테러와의 전쟁”은 이윤을 불리고 제국주의 권력을 공고히 한다는 진정한 동기를 인도주의적 개입이라는 수사로 은폐하며 시작됐다.

침략자들이 폭격, 침공, 잔학 행위를 저질러 여성과 소수 부족에 득이 되는 시혜적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말이었다.

그러자 한때 좌파였던 일부가 이 신화를 받아들였다. 이들은 1991년 이라크 침공 때 처음 생겨났고, 1999년 발칸 전쟁 때는 그 숫자가 늘어났다.

몇몇은 아프가니스탄 침공 지지 편에 섰다. 이들은 이라크와 리비아 침공도 지지했다. 자유주의자와 한때 좌파였던 인사들은 수십 년에 걸친 제국주의적 유린 행위에 대단히 중요한 방어막을 제공했다.

그러나 약속한 삶의 변화는 결코 오지 않았고, 대신 대량 학살과 고문이 있었을 뿐이다. 그렇게 떠들어 댄 테러 진압조차 실패했다.

파괴된 이라크의 잔해에서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가 등장했다.

군대 잔류가 아니라, 모든 난민이 자신이 선택한 국가로 올 수 있는 자유를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영국에 오고 싶어 하는 모든 난민을 환영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제국주의 전쟁과 군사 개입에 대한 반대를 곱절로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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