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로 세계 식품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등 주요 곡물 생산 국가들이 극심한 가뭄을 겪으면서 곡물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8월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밀을 비롯한 미국의 주요 작물 63퍼센트가 흉작 환경에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의 6퍼센트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최근 미국 서부에서는 가뭄과 폭염, 산불이 발생하고, 동부에서는 기록적인 폭우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다. 러시아와 브라질에서도 가뭄으로 밀·옥수수 생산량이 각각 1000만 톤 이상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서만 밀 가격은 12퍼센트, 옥수수 가격은 11퍼센트가 올랐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년 전과 비교하면, 밀·옥수수·대두 등 주요 곡물 가격은 약 50~60퍼센트 정도 폭등한 것이다.

곡물은 다른 식품의 원재료로도 이용된다. 곡물 가격 상승은 곡물을 사료로 사용하는 고기·우유 등 축산식품의 가격도 끌어올린다.

한국에서도 최근 라면·과자·우유 등이 연쇄적으로 가격이 올라, 서민의 삶을 더욱 팍팍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폭염으로 채소·과일 가격도 대폭 올랐다. 특히 올여름 더위와 열대야로 속이 물러 버리는 일이 급증해 수박 가격이 최고 3배에 이를 정도로 올랐고, 서민들은 맘 편히 수박을 먹기도 힘들었다.

서울시내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이미진

기후 재앙

기상 이변과 함께 전염병들이 창궐하고 있는 것도 식량 생산에 타격을 준다. 한국에서는 조류독감 때문에 닭을 대거 살처분했다. 이에 따라 달걀 가격이 급등해 수개월째 내릴 생각을 안 한다.

한국 정부는 낙농가들을 압박해 우유 가격을 동결시키려고만 했지, 그 전 단계인 사료 가격 안정에는 재정을 투입하지 않았다. 결국 낙농가들을 설득하지 못해서 우유 가격, 사료 가격이 모두 오른 상태다. 서민의 삶에 큰 영향을 주는 생필품인데 말이다.

기후 위기로 앞으로 가뭄, 홍수, 폭염 등이 더욱 자주 발생할 것이고, 동식물이 먹이를 얻지 못해 기존의 서식지에서 살지 못하는 일도 벌어질 것이다. 예상할 수 없는 기후 변화가 발생할 때마다 식품 가격이 급등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기후 위기에 따른 식량 생산의 위기는 특히 가난한 나라들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다. 이 나라들은 사회기반시설이 부족해 기후 위기에 따른 타격이 훨씬 클 뿐 아니라, 다른 식품을 구입할 돈도 없는 사람들이 많아 수많은 사람들이 영양실조 혹은 기아로 고통받을 것이다.

예컨대 최근 아프리카 동부 연안의 마다가스카르 섬에서는 40년 만에 극심한 가뭄으로 1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기아로 고통받고 있다.

이윤 체제

그러나 자연의 변덕만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이윤을 위해 운영되는 체제가 핵심 문제이다. 기후 변화도 이윤을 위한 맹목적 경쟁과 생산이 낳은 결과다.

자본주의에서 식량은 전반적으로 과잉 생산되고 있다. 현재 식량 생산량만으로도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매일 3500칼로리씩 공급할 수 있다.

기후 위기로 때때로 일부 지역에 이상 기후가 발생하고 이는 곡물 수확에 악영향을 미치지만, 기후 변화만으로 빈곤과 굶주림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

거대 다국적 식품회사들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가격이 오를 식량들을 비축하려고 골몰한다. 이 때문에 산처럼 쌓여 ‘남아도는’ 식량들이 배고픈 사람들에게 무료로 배분되는 대신 폐기된다.

식량 가격은 국제시장을 통해서 결정되고, 따라서 경제 위기 시기에는 투기꾼들이 식품에 투자하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기기도 한다.

가난한 나라 사람들은 빚을 갚기 위해 국내 소비용 식량 생산을 줄이고, 수출용 농업에 종사해야 했다. 그래서 세계 식량 산업에 더욱 의존하게 됐고, 국제 시장의 생산량과 가격 변동에 더 속박됐다. 세계 식량 가격 상승에 따른 굶주림의 위험에도 더 크게 노출됐다.

한편, 수천만 명의 기아를 해결할 수 있는 막대한 식량이 엉뚱한 곳에 쓰이기도 한다.

세계 최대 옥수수 생산 국가인 미국에서는 전체 옥수수의 60퍼센트가량이 에탄올을 만드는 데 이용된다(2005년에는 14퍼센트). 친환경 사업을 발전시킨다면서 미국 정부가 휘발유·경유 등에 옥수수·대두로 만든 바이오연료를 의무적으로 혼합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석유 가격이 오르고 있어서 바이오연료에 대한 소비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이처럼 이윤 체제는 낭비적이고 비효율적이다. 기후 재앙의 확산에 따른 식량 위기에 대처하려면 이윤을 위해 작동하는 식량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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