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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비정규직 2600명, 자회사 거부하고 파업 지속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8월 25일부터 파업하고 통제센터를 점거하고 있다.

사측은 불법파견 논란을 회피하기 위해 자회사를 만들어 비정규직을 고용하려고 했다.(관련 기사: 본지 383호 ‘자회사 강요와 강제 업체변경 중단하라’) 그러면서 불법파견 소송을 포기하고 임금 등 노동조건에 대한 차별 해소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요구했다.

그러나 적잖은 노동자들은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장기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이루는 게 낫다고 본다. 자회사 전환은 사측의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고, 확약서를 쓰고 나면 정규직 전환은 포기하는 게 되기 때문이다. 당진 공장의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젊기도 하다.

그래서 당진제철소의 자회사 대상자 5300여 명 중 2600여 명이 자회사 지원을 거부하고 투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측의 자회사 전환은 계획대로 순탄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9월 1일 사측은 지원자들을 중심으로 자회사를 출범했다.

거부한 노동자들은 사내하청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회사를 출범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하는 공정 전반을 재배치했다. 하청업체 15곳을 폐업하고, 노동자 1200여 명을 다른 업체와 공정으로 강제 이전하겠다고 통보했다.

노동자들이 점거 중인 통제센터 앞 농성장

한 노동자는 울분을 토했다. “우리 업체는 몇 명씩 쪼개서 이상한 데로 뿔뿔이 흩어 놓았습니다. 회사는 우리가 단결하는 것을 막으려고 합니다.”

강제 전적

냉연 부문에서 일하는 또 다른 노동자는 말했다. “회사는 우리 동의 없이 마음대로 전환배치 시켰습니다. 갑작스럽고 일도 새롭게 배워야 합니다. 냉연은 불법파견 판결이 가장 잘 나올 곳으로 기대되는데, 그래서 사측이 우리를 다른 곳으로 배치한 것 같습니다.”

사측은 경찰에게 통제센터에 대한 시설보호도 요청했다. 그리고 노조와 간부 10명에 대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이 이를 수용하면 노조는 하루 1000만 원, 간부 1인당 하루 100만 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민주당이 도지사인 충청남도와 마찬가지로 민주당이 시장인 당진시는 노동자들의 점거농성 해제를 압박했다. 당진시는 노동자들의 집회가 방역법 위반이라며 두 차례 경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고용 보장, 강제 전적 중단과 교섭, 자회사 추가 채용 중단 등을 요구하며 파업과 농성을 지속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앞으로도 회사는 업체 폐업과 전환배치를 반복하면서 우리가 자회사로 가도록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고용 보장을 확실히 받아야 합니다.”

통제센터 농성장 안에는 노동자 수십 명이 문을 걸어 잠그고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그 바깥에선 파업 노동자들이 밤낮으로 농성하며 지키고 있다. 한 노동자가 말했다. “노동자들이 돌아가며 상시적으로 400~500명이 농성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자발적으로 천막 농성장을 수십 개 차렸습니다.”

농성장의 환경은 나쁘다. 고로에서 나오는 쇳가루 먼지가 심해 가만히 있으면 온 몸에 쇳가루가 앉을 정도다. 소음도 심하다. 열악한 조건에서도 노동자들은 규율 있게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사측은 파업 효과를 무력화하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체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정규직과 외주업체 노동자들을 장시간 노동에 내몰고, 정년퇴직자와 대체인력을 모집해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숙련도가 낮은 인력이 투입되면서 곳곳에서 안전사고가 벌어지고 생산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고 한다. 보수 언론들은 철강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길길이 날뛰고 있다.

정규직 노조(현대제철지회)가 대체인력 거부 지침을 내리고 연대해야 한다. 정규직 활동가들이 집행부에 이를 압박하면서 기층에서 연대를 조직하는 구실을 해야 한다.

농성장 입구에 노동자들의 요구가 빼곡하게 붙어 있다
농성장에 붙은 손자보들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차린 농성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