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첫 지역 투표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대전·세종·충남북에서 과반 지지를 얻어 대세론을 유지했다.
이재명 지사는 54.72퍼센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28.19퍼센트를 얻었다(이하 존칭 생략). 나머지 후보들은 모두 10퍼센트도 못 얻었다.
이낙연은 김대중계로 전남에서 국회의원을 한 뒤, 전남도지사를 지냈다. 주류 정치인으로 별 개성이 없는 인물인데, 문재인 정부에서 역대 최장수 국무총리를 하면서 친문 진영의 지지로 대선 후보의 자리까지 왔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낙연 후임 국무총리를 지낸 정세균도 친문 진영의 지지를 나눠 받고 있다. 전북 전주 출신이자 쌍용그룹 상무 출신인 정세균은 김대중계로 정계에 입문해 노무현 정부에서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냈다.
이들은 이재명을 위험한 포퓰리스트 취급하며 사생활 네거티브로 일관해 왔다.
아마 반(反)이재명 친문 주류는 결선 투표에서 반(反)이재명 연합으로 역전하는 그림을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1차에 싱겁게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 경선 첫 투표 결과는 친문 성향 당원 상당수가 이재명을 지지한다는 뜻이다. 대세를 보며 일부 친문 정치인들도 이재명에게 줄을 서기 시작했다.
문재인의 개혁 배신에 환멸을 느끼고 있지만 개혁 염원이 사라진 건 아니다 ⓒ출처 이재명캠프

개혁 염원

당선 가능성이 결정적 요인이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 배신으로 실망과 환멸이 커 정권 교체 지지 여론이 과반을 이룬다. 이 상황에서 이재명은 몇 달째 윤석열과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다.
‘본선 경쟁력’이 떨어지는 당내 후보들의 네거티브 공격은 이재명 지지율에 영향을 못 미친 것이다.(윤석열도 비슷하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첫째, 이재명이 문재인 정부와 경쟁 후보들보다 더 개혁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주류 담론은 오늘날 포퓰리즘을 ‘복지 퍼주기’나 ‘중우 정치’와 동일시한다(‘대중영합주의’라 부르는 이유). 포퓰리스트 정치인은 자유민주주의에 해가 되는 무책임한 인물로 취급된다.
주류가 포퓰리즘을 위험하게 여기는 것은 그것이 기득권·특권층에 반대하는 서민층의 국민적 연합을 주장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분법’은 자유주의 정치 질서가 지향하는 다원주의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계급투쟁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이재명이 노동운동에 기반이 있고, ‘억강부약’ 같은 말을 하니 위험하게 여기는 것이다.
그러니 민주노동당·진보신당 출신 박용진이 이재명을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한 것은 자기 과거에 대한 세탁이기도 하다. 그는 김종인의 발탁으로 민주당에서 국회의원이 될 수 있었다.
이낙연은 물론이고 정세균, 추미애 등은 (그것이 효과적이든 아니든) 이재명의 기본 시리즈(기본소득, 기본대출, 기본주택) 같은 미리 준비된 개혁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이재명의 성평등 공약은 미흡하긴 하지만 노동계급 여성의 처지 개선에 주목했다.
윤석열마저 ‘원가주택’ 공약을 말할 정도의 위기 상황에서, 이재명의 약속은 매우 온건한 개혁들이다. 하지만 그중 일부는 이재명이 성남시와 경기도에서 공약을 하고 실행한 것들이다. 그러니 문재인의 개혁 배신을 감싸는 ‘말만 개혁’ 인사들과 달리 보이는 것이다.
둘째로, 친문 주류에게 대놓고 갈굼을 당했던 점도 지금은 유리한 요인이다. 친문은 그동안 온갖 지엽말단적인 사생활을 트집 잡아 비난 공세를 벌여 왔다.
최근 변호사비 소송비 문제로 화제가 된 선거법 위반(사생활) 소송도 당내 친문이 시작한 것이었다. 그 주역은 현 행정안전부 장관 전해철이다. 이재명도 윤석열처럼 그 처까지 비난 공세에 시달렸다.
그런 점에서 대중은 부차적인 것들과 중요한 정치적 판단의 쟁점들을 구분하고 있는 셈이다.

좌파적 포퓰리즘 전략

셋째 요인은 온건 좌파 정당들의 부진이다. 이들은 지난 4년 동안 촛불 연합(박근혜 탄핵에 찬성한 모든 세력을 개혁 연합의 대상으로 삼자는 주장)을 기대하며 문재인 정부(개혁파)와 협력해 개혁을 쟁취하겠다는 포퓰리즘 전략을 펼쳐 왔다.
가령 장하성·김상조를 편들며 김동연 등 경제관료를 비난하기, 조국 등을 편들며 윤석열과 검찰 비난하기 등. 심지어 공수처 설치는 급진좌파 일부도 지지했다. 그 공수처의 첫 1호 수사, 기소 요구가 조희연 교육감의 해직교사 복직 문제인 걸 보면, 그것은 심각한 오판이었다.
정부·여당과의 비판적 협력 전략이 실패한 것이 정의당의 리더십 위기와 전반적인 존재감 약화를 불러 온 요인이다. 위로부터 선사하는 개혁을 중시할수록 당선 가능성 같은 가치가 중시돼 좌파는 주변화되기 마련이다. 위기를 자초한 면이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진작부터 노동운동·사회운동에도 좌파 포퓰리즘적 기반을 둬 왔고, 문재인보다 더 좌파적인 개혁가를 자처하며, ‘당선 가능한’ 이재명에게 진보 개혁 염원이 수동적으로 투영된 것이다.
그럼에도 이재명은 그 오른쪽에 민주당의 지배계급적 기반을 갖고 집권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재명에 대한 환상을 경계해야 한다.
최근 민주노총 집행부와 한상균·양경규·김재하 씨 등 전직 고위 임원들이 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에 참가하는 민주노총 전 위원장들을 공개 비판했다.
한정된 조건에서 그에게 비판적으로 투표할 수는 있지만(심지어 조직적으로), 선거 캠프에 뛰어드는 것은 다른 것이다. 선거 캠프 참여는 강령과 전략으로 지지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투쟁성을 키우는 것이고, 그러려면 정치적·조직적으로 독립적이어야 한다.
그 점에서 좌파 정당들의 약점만이 아니라 민주노총 자신의 실천도 돌아봐야 한다.
민주노총 김명환 집행부는 문재인 임기의 대부분 동안 문재인 정부와의 사회적 대화에 기대를 걸었다. 민주노총 고위 지도부들은 이를 본질적으로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다가 무리수를 둔 김명환 집행부가 반발에 부딪혀 중도 사퇴했다.
문재인 4년차에, 투쟁을 강조한 양경수 민주노총 집행부가 들어섰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양경수 위원장을 최근 구속해 버렸다. 문재인은 김명환 전 위원장도 국회 앞 집회를 이유로 구속했었다. 임기 중에 민주노총 위원장을 두 명 구속한 정권은 문재인이 처음이다.
결국 이재명의 강세는 진보 개혁 염원이 문재인 정부가 야기한 환멸에도 불구하고 아직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것이 윤석열이 국민의힘에 입당하자 지지율 상승세가 멈추고 최근 국민의힘이 자중지란을 겪는 배경의 일부다.
개혁 염원이 더한층의 급진화로 발전하려면 정치적 대안도 필요하고, 더 큰 투쟁들도 많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