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의료원 8일차 파업 집회:
“정규직을 늘리고 조건을 개선하라”
〈노동자 연대〉 구독
파업 8일차를 맞는 고려대의료원
고대의료원 사측은 임금 인상, 인력 충원 등 노동자들의 간절한 조건 개선 요구를 계속 외면하고 있다. 임금을 올리면 병원 시설에 투자할 돈이 없다며 버티고 있다.
10년 넘게 퇴직자 자리를 채워 주지 않아 남은 노동자들이 그 몫까지 해 오느라 휴일마저 반납하며 일해 왔는데 말이다.
사측이 인력 충원과 임금을 올려줄 돈이 없는 것도 아니다. “파업 기간 동안 병원이 입은 손실액을 계산해 보면, 우리 요구를 들어주고도 남는다. 2020년에만 1000억 원의 수익을 남겼다.
이제는 도저히 못 참겠다며 10년 만에 파업에 나서자, 사측은 노동자들이 병원을 망치고 있다는 식의 태도다. 이런 태도는 노동자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이번 파업은 고대의료원 사측이 급속히 성장하고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면서 노동자들의 열악한 조건은 안중에도 없는 병원측에 대한 강한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노동자들은 병원 측이 새 건물을 짓고 시설을 확충하는 데는 아낌없이 돈을 투자하면서 노동자들에겐 희생과 헌신만 강요하는 것에 넌더리를 내고 있다.
“
“그동안 내가 부족하고 경험이 없어서 힘든 것이라고 생각하며 조금만 더 해보자, 나아질 날이 올 거라는 희망을 갖고 일해 왔다.
고대의료원 세 곳의 간호사들이 처음으로 함께 파업하고 있는데, 그만큼 불만이 쌓여 왔다.
다른 노동자들도 인력 부족으로 엄청난 격무에 시달리는 현실을 토로했다.
“나는 임상병리사다. 신경쇠약, 불안장애, 원형탈모, 불면증, 우울증, 스트레스성 고혈압. 이 병명들은 제 주변의 진단검사의학과 선생들이 받은 진단명들이다. 작년 말까지 안산병원 외래 채혈실은 5명이 일했다. 800병상이 넘는 병원에서 말이다. 그나마 나를 제외하고 4명은 비정규직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검사실 자동화가 급격히 갖춰졌다. 검사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마련된 것인데, 똑같은 인력으로 더 많은 업무량을 처리하기 하도록 해 우리는 업무가 더 가중됐다.”
노동자들은 고대의료원이 지난 10여 년 동안 비정규직을 급격히 늘려온 것을 폭로하며 비정규직 정규직화도 요구했다.
“2012년 계약직으로 입사한 후 언젠가 될지도 모르는 정규직이 되기 위해 10여 년간 계약직 생활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정규직이 될 수 있었다. 아파도 아픈 티를 낼 수 없었고 정당한 휴가지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현실, 일은 똑같이 했지만 각종 상여금과 임금 차이로 임금은 더 벌어졌고 매년 재계약 기간 때마다 불안과 걱정이 앞섰다. 정말 죽을 힘을 다해 정규직이 된 나마저도 고대의료원에 맞서 투쟁을 하고 있다. 나와 같은 설움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이번 파업으로 노력하고 있으니
“보호요원 전원 정규직이었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신관을 짓고 또 본관을 리모델링하면서 부족한 보호요원은 계약직으로 늘렸다. 또, 정규직 퇴직자 자리도 모두 계약직으로 채워졌다.
“지금 나이트 근무 2명이 한다. 한 명은 응급실을 맡고, 다른 한 명은 1000병상이 넘는 병동을 혼자서 맡아서 근무한다. 주간에는 이송업무를 다 소화하지 못해 병동 간호사들이 같이 하고 있다. 이송업무를 전적으로 보호요원들이 할 수 있다면 간호사들은 간호 업무에 충실할 수 있을 거다. 제발 정규직화로, 정규직 인력 충원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집회 내내 노동자들은 그동안 쌓인 엄청난 불만을 쏟아 냈고, 파업 열기도 꽤 높았다.
파업에 함께 돌입했던 한양대병원 노동자들이 전날 성과를 낸 것도 노동자들에게는 파업을 지속할 자극이 됐다.
9월 7일 한양대병원 노동자 1300여 명이 병원 안에서 집회를 여는 등 파업 대열이 늘어나자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했다. 임금 총액 2.2퍼센트 인상, 인력 충원 46명
파업이 지속되며 병원 업무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고, 노동자들의 투지도 높다.
고대의료원 노동자들의 파업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