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낙태권을 둘러싼 격렬한 싸움이 계속돼 왔다. 최근 몇몇 우파들이 낙태권을 맹공격하고 있다. 낙태권 쟁취를 위한 저항의 역사를 살펴보고, 낙태에 대한 우파들의 견해가 왜 복잡한지 분석한다.


현재 미국에서는 여성의 몸을 전장으로 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미국 여성들은 재생산 권리에 대한 가장 대대적인 공격을 한창 받고 있다.

지난 9월 1일 텍사스주에서 임신 6주 이후 낙태를 사실상 금지하는 법안이 발효됐다. 임신 6주면 많은 여성들이 임신 사실을 아직 인지하지 못하는 시기다.

다음 달에는 공화당이 앉힌 법관이 다수인 연방 대법원이 임신 15주 이후 낙태를 금지하는 미시시피주의 법률이 위헌인지를 다룰 예정이다.

낙태권을 인정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힐 수도 있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은 산모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를 제외한 모든 낙태를 금지하는 텍사스주의 법이 위헌이라고 판결한 주요 판례였다.

텍사스주가 이번 법안을 도입하기 전부터 이미 30개 주가 [특정 시점 이후의] 낙태를 무조건 금지했고 16개 주는 특정 경우만을 제외하고 낙태를 금지했다.

2019년에는 앨라배마주에서 낙태 전면 금지 시도가 있었다. 미주리주, 루이지애나주, 조지아주, 켄터키주, 오하이오주 등에서는 ‘심장박동법안’[태아의 심장박동이 감지되는 시점인 6주부터 낙태 금지]을 도입했다. 그러나 이 법들은 사법부 차원에서 효력이 중지되거나 폐기됐다.

다음달부터 연방대법원은 이런 법들과 여성들의 합법적인 낙태 시술 이용 권리가 향후 어떻게 될지를 다루게 되는 것이다.

골수 우익들은 이런 법들이 도입된 이래로 ‘로 대 웨이드’ 판례를 공격하고 약화시키려 해 왔다. 그러나 우파는 분열돼 있다.

일부는 재생산 권리가 파기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합법적인

하지만 많은 미국인들이 낙태 합법화를 지지한다는 사실이 그들을 난감하게 한다.

그래서 일부 우파는 낙태 클리닉을 폐쇄하는 등 이용 가능한 의료 서비스를 없애는 방식으로 낙태권을 점진적으로 훼손하는 것이 더 나은 전략이라고 본다.

우파 정치인들은 낙태권, 트랜스젠더 권리, 인종차별과 같은 문제에서 ‘문화 전쟁’ 전략을 편다. 그렇게 해서 계급 전체를 분열시키고 자신들이 설정한 의제로 노동계급 사람들의 지지를 결집시키려 한다.

도널드 트럼프는 낙태를 지원하는 국제 기구에 연방정부 자금 지원을 중단하는 정책(‘재갈 물리기’ 정책)을 확대했고 비영리 단체인 플랜드페어런트후드[가족계획연맹]를 공격했다.

트럼프는 지지율이 가장 낮았던 취임 1년차 때 낙태 반대 집회에서 연설해 핵심 지지층을 선동했다.

미국 우파가 언제나 표를 노리고 낙태권을 공격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낙태는 1960년대 평등권 운동 등의 투쟁으로 쟁취한 성과에 대한 백래시[사회·정치적 변화로 영향력이 줄어든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반발하는 현상]가 일고 나서야 비로소 당파적 쟁점이 됐다.

1970년대 이전에는 많은 공화당원들이 낙태 합법화를 지지했다. 여성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은 개인의 권리와 국가 개입 최소화를 주장하는 그들의 신념에 부합했다.

그들은 가난한 여성과 그 자녀들을 지원하는 데 정부 재원을 쓰는 것보다 낙태권을 선호했다.

낙태 권리를 싸워서 쟁취했던 것처럼 우파에 의해 뒤집힌 권리도 싸워서 되찾을 수 있다. 2016년 미국 연방 대법원 앞에서 열린 낙태권 시위 ⓒ출처 JordanUhl(플리커)

미국의 양대 정당이 낙태를 바라보는 관점은 1972년 선거 때 처음으로 중대한 변화를 보였다.

재선에 도전한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은 우익 가톨릭 신자들과 전통적 가치를 선호하는 보수주의자들로 구성된 새로운 집단의 지지를 얻으려 했다. 또,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가져가던 남부 주들의 표를 확보하려 했다. 이를 위해 닉슨은 낙태 반대 입장을 취했다. 이 전략은 톡톡한 효과를 냈다.

닉슨은 민주당 표의 36퍼센트를 가져왔다. 대선에서 일반적으로 생기는 이탈표의 비중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닉슨은 또한 가톨릭 유권자 다수의 지지를 확보한 최초의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됐다.

연방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내린 지 3년 뒤, 공화당은 낙태를 금지하는 헌법 개정을 추진했다.

이는 대선과 총선을 모두 노리고 다시 한 번 가톨릭 유권자들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시도였다.

‘로 대 웨이드’ 판결 4년 후, 대부분의 낙태에 대한 연방 자금 지원을 금지하는 하이드 수정안이 통과했다.

공화당이 낙태권 공격으로 승승장구하는 동안 민주당은 낙태 합법화를 지지한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이는 오로지 아래로부터의 압력 때문이었다.

민주당은 피임과 의료 서비스 이용의 권리 등 여성의 재생산 권리와 관련된 더 많은 쟁점을 다루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 대통령 빌 클린턴과 현 대통령 조 바이든 같은 가톨릭 민주당원들은 낙태에 대한 입장이 명확하지 않았다. 클린턴은 1992년 선거 운동 당시 자신의 낙태 정책을 “안전하고 합법적이며 드물게”라는 슬로건으로 요약했다. 힐러리 클린턴도 2008년 대선 후보 예비 경선에서 이런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낙태권 지지와 반트럼프 정서의 물결이 자신의 백악관 입성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힐러리 클린턴은 하이드 수정안 폐지를 주장했다.

낙태권은 정치인들이 그저 위에서 내린 하사품인 적이 없었다. 낙태권은 항상 운동의 압력에 밀려 도입됐다.

낙태권 운동은 1960년대에 코네티컷주에서 제리 산토로가 불법 낙태 시술로 사망한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당시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 흑인 평등권 운동, 스톤월 항쟁이 변화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1960~1970년대의 ‘프로 초이스’[선택권 옹호] 운동은 개혁 입법을 성취하고 낙태권 운동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이끌어 냈다.

그후 우파 정부들조차 다시 저항에 직면하지 않으려면 양보해야 한다고 느꼈다.

현재 반동 세력이 뒤집고 있는 권리들은 거리와 직장에서 수년간 싸워서 쟁취한 것이다. 이런 역사는 여성의 몸에 대한 통제권이 싸워서 되찾을 수 있는 것임을 보여 준다.

여성들은 낙태 시술을 받을 수 없는 여성들을 위한 단체를 설립했다.

낙태 제한에 반대하고 낙태를 지원하기 위해 ‘프로초이스아메리카’가 1969년에 결성됐고, 이 단체는 1973년에 ‘미국낙태권행동연맹’이 됐다.

이들은 여성들이 불법 낙태 시술을 받은 경험을 직접 얘기하는 ‘낙태 증언 대회’ 같은 정치적 행사를 열었다.

전미여성기구(NOW) 등의 페미니스트 단체들은 체제 내 투쟁을 통해, ‘로 대 웨이드’ 판결 이전에 17개 주에서 특정한 경우에 낙태가 허용되게 하는 데 일조했다.

공화당과 민주당 둘 다 낙태 문제를 이용해 더 많은 표를 얻으려 했다.

대안

민주당은 아래로부터의 운동에 올라타 스스로를 진보적 대안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민주당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이 시스템에서 여성들이 빈곤으로 내몰려 낙태와 재생산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게 하는 데 일조했다. 민주당은 급진적 운동을 포섭해서 자신의 구미에 맞게 만들고 표밭으로 삼았다.

우파에게 낙태는 항상 사용자들의 요구와 여러 사회 부문의 대중적 지지 사이를 오락가락하게 하는 첨예한 쟁점이 될 것이다.

지배계급은 여성들로 하여금 다음 세대 노동력을 돌보게 할 필요성과, 그들의 노동력을 동원할 필요성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

기업주들은 많은 인력이 육아로 인해 일터를 떠나는 것보다 낙태가 쉬워지는 것을 선호할 수 있다.

페이스북과 구글 등 몇몇 미국 기업들은 직원들이 임신을 미루고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난자 냉동 비용을 지불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용자들이 핵가족 제도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다음 세대 노동력을 기르는 부담을 피하려고 여전히 핵가족 제도를 지지한다.

그리고 우파들도 이를 지지한다. 보수주의자들은 전통적 가족 제도를 사회 안정과 통제력을 유지하는 제도로 여긴다.

그러나 미국에서 낙태권 지지는 광범하고 대중적이다.

올해 5월 갤럽여론조사에서는 32퍼센트가 어떤 상황에서도 낙태가 허용돼야 한다고 답했다.

지난 25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그리고 48퍼센트는 낙태가 특정 상황에서 허용돼야 한다고 답했다. 19퍼센트만이 낙태를 무조건 반대했다.

그러나 오늘날 핵가족 모델이 많은 사람들의 실제 삶과 일치하지 않음에도 그것을 강화하는 것은 지배자들에게 필수적이다. 가족은 여전히 필수적인 경제적·이데올로기적 구실을 한다.

한 연구는 팬데믹 이전에 세계 자본주의에서 여성의 무급 노동이 제공하는 가치를 연간 3조 달러로 추산했다.(이조차도 과소평가일 수 있다.)

그리고 우파가 ‘가족 가치’를 강화하는 한 가지 방법이 바로 낙태권을 짓밟는 것이다.

모순들이 있지만 지배계급은 여성이 자신의 삶과 몸을 온전히 통제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생명을 존중하는 사람들이 전혀 아니다.

그들은 노동계급 여성들이 위험하게 낙태 시술을 받다가 죽든 말든, 이민자 자녀들이 더 나은 삶을 살려고 몸부림치다 죽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다.

자본주의는 항상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도입한 성과들을 되돌릴 방법을 찾으려 할 것이다.

자본주의의 경제적·정치적 필요가 낙태에 대한 사람들의 견해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투쟁 또한 사람들의 견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진정한 여성 해방을 쟁취하고, 무료로 낙태 시술을 받을 권리를 항구적으로 보장하는 길은 착취와 억압에 기반을 둔 체제에 맞서 싸우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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