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대리점주 사망 사건 이후 택배노조를 매도하고 비난하는 악의적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

사건을 침소봉대하거나 중요한 맥락을 제거하고 지엽적 사실만 떼어낸 전형적인 왜곡 보도가 주를 이룬다. 이를 통해 택배노조가 ‘갑질’을 일삼고 있다는 프레임을 재생산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리점주의 부당한 해고에 항의하거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려는 노동자들의 항의 행동은 정당하다. 이를 두고 ‘노조 갑질’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완전히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관련 기사: 본지 384호 ‘택배 대리점주 사망 논란 : 택배노조와 노조원들을 방어해야 한다’)

우파 언론들은 대리점주가 원청에 종속된 ‘을’의 지위이지 사용자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진정한 ‘갑’인 원청의 대리점주 압박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노조 갑질’이 불쌍한 대리점주를 코너로 몰았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대리점주들이 형식적으로 택배기사들과 1대 1 위탁 계약을 맺고, 원청보다 권한이 적다고 해도 이들은 엄연한 사용자다. 이윤을 위해 택배 노동자들을 착취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원청과 대리점주들은 동일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대리점주는 자신의 택배 대리점을 소유하고 노동자들의 고용과 조건(임금 등)을 핵심적으로 통제하는 위치에 있다. 비록 원청보다 적게 이윤을 가져가지만 말이다. 그러므로 대리점주들이 원청에 대해서는 ‘을’일 수 있어도, 택배 노동자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노조가 ‘갑’의 위치에서 괴롭힌다고 보는 것은 현실을 완전히 거꾸로 세운 것이다.

최근 CJ택배대리점연합회는 택배노조에게 김포지회 조합원들을 전원, 즉각 제명하라고 요구했다. 또, 위원장을 포함한 집행부 총사퇴, 노조 규약에 집단 괴롭힘 등을 금지하는 내용 명문화 등도 요구했다. 이참에 노조를 무릎 꿇리고 기를 꺾으려는 심산인 것이다.

이런 공격에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 그래야 택배노조 조합원들이 비난 공세에 위축되지 않을 수 있고, 투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압력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지난 몇 주간 택배노조는 거의 홀로 비난 세례를 맞았다. 주요 노조와 좌파 정당·단체들은 이 문제에 침묵하거나 방어에 소극적이다. 그러나 택배 노동자들에 대한 비난 공세가 노동자 운동 전체를 위축시키기 위한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

한편, 얼마 전 〈조선일보〉는 택배노조의 한 간부가 일부 대리점주들로부터 돈을 받아 왔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택배노조는 ‘노조 간부가 대리점주들을 압박해 상납금을 받았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일부 대리점주들이 자발적으로 ‘대타 인건비’ 명목으로 3차례 돈을 모아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노동조합의 단체 행동을 ‘갑질’, ‘횡포’라고 비난하는 〈조선일보〉 같은 자들이 노조의 자주적·민주적 운영에 진지한 관심이 있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무엇보다 수백억 원을 뇌물로 갖다 바친 이재용 석방을 환영하고 나선 자들이 택배노조에 도덕성 잣대를 들이미는 것 자체가 위선이다.

물론, 사용자와 친사용자 언론들의 위선적인 비난에 단호히 선을 그으면서도, 노조가 자체적으로 돌아볼 점은 있다.

일부 대리점주들이 자발적으로 건넨 돈이라 해도, 노조 간부가 그 돈을 받은 것은 노동조합의 자주적 운영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이었다. 노조 간부가 사용자로부터 자주성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사용자가 어떤 형식으로든 노조 또는 노조 간부에게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돈을 지원하는 것은 대가를 바라기 때문이다. 사측에 유리한 양보나 최소한 순응을 바라는 것이다.

자주성

노조 운영에 필요한 비용은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 투쟁을 벌여 그 일부를 노조 기금이나 조합비로 충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동자들이 스스로 모금·자조해 노동조합을 지탱하는 것을 노동운동의 중요한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노동조합이 자주적이고 노동자들의 이해에 충실하게 운영될 수 있다. (그 점에서 적잖은 노조들이 정부나 사용자들로부터 시설·기금 지원을 받는 것을 성과나 관행처럼 여기는 것은 부적절하다.)

택배노조는 〈조선일보〉의 악의적 보도를 반박하며 “노조 부위원장이면서 상근 활동도 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워 대리점장들이 성의를 표한 것”이라고 용인하는 듯한 말을 했다.

물론 일부 대리점주들은 원하청 관계에서 대리점주들의 입장도 헤아려 주길 바라며 노조에 우호적인 듯한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 투쟁이 강력하면 더욱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돈을 받는 것은 거부해야 한다. 노골적인 뇌물이 아니더라도, 이를 용인하면 사측에 대한 비판적·투쟁적 태도를 시나브로 무디게 만들고, 노조의 건강성을 갉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택배노조는 최근의 비난에 맞서면서 자체적으로 ‘노조활동을 신중하게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럴 때 각 사안의 성격을 적절하게 규정하고 경중을 잘 판단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노조 간부가 사용자에게 돈을 지원받은 것은 노동자 투쟁의 원칙에 비춰 봤을 때 부적절한 행동이다.

반면, 택배 대리점주 사망 사건에서 쟁점이 됐던 일부 조합원들의 언사 문제는 고작해 봐야 전술적 미숙함에 불과했다. 따라서 해당 조합원을 징계하거나 관련 내용의 규약 개정 등을 추진하는 것은 과도하고 투쟁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