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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에서 저항에 부딪힌 부시

지난 몇 주 동안 대통령 재임 중 최악의 시간을 보낸 조지 W 부시는 지난 주말 라틴아메리카를 방문했다.

하지만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 나간다고 대접받을까? 11월 6일치 〈뉴욕타임스〉는 부시의 아르헨티나 방문의 ‘성과’를 이렇게 요약했다.

“일부 라틴아메리카 지도자들의 냉대,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합의 도출 실패, 베네수엘라의 좌파 대통령인 우고 차베스의 신랄한 비난.”

IMF를 비판해 최근 총선에서 승리한 아르헨티나 대통령 키르히너는 제4차 미주지역정상회담 개막 연설에서 ‘반미’ 발언을 했다. “미국의 정책은 고통과 빈곤뿐 아니라,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구조적 불안정성을 심화시킨 거대한 사회적 비극을 초대했습니다.”

한 부시 보좌관은 아르헨티나 일간지 〈끌라린〉에게 “키르히너 대통령이 너무 노골적으로 말해서 솔직히 굉장히 놀랬다” 하고 말했다.

하지만 언론이 가장 주목한 것은 베네수엘라 대통령 우고 차베스의 행보였다. 그는 정상회담 기간에 반부시 시위에 참가했다.
차베스는 “모두 삽을 가져왔습니까? 우리는 오늘 미주자유무역지대를 묻을 것입니다. 마르 델 쁠라따는 미주자유무역지대의 무덤이 될 것입니다” 하고 말해 커다란 환호를 받았다.

부시는 기자들에게 차베스를 개인적으로 대면하게 되면 “정중하게 대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둘이 대면할 기회는 없었다. 대신 세계 최강대국 대통령이 입만 열면 자신을 비판하는 제3세계 국가의 지도자를 피해 다니는 기이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결국 정상회담은 완전한 실패로 끝났고, 라틴아메리카 주요 경제들의 반발로 미주자유무역지대 협상은 향후 일정도 정하지 못하고 끝났다.

회담이 실패한 주요 이유 중 하나는 미국 자본주의와 라틴아메리카의 주요 자본주의 간 이해관계의 대립이었다.

그러나 이들 지도자들은 전례 없이 급진적 미사여구를 사용했다. 그들이 이런 말을 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를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대중의 정서였다.

라틴아메리카는 신자유주의 개혁이 시작된 최초의 장소이며, 특히 2001년 공황을 겪은 아르헨티나는 최대의 피해자 중 하나였다.

사람들은 이런 정책 뒤에 미국 정부의 압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미국이 라틴아메리카의 우익 쿠데타와 군사독재 정권들을 지원한 역사를 잊지 않았고, 부시의 이라크 침략과 점령은 이런 분노를 더 크게 만들었다.

부시 방문 전에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면 부시는 역대 미국 대통령 중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인기가 없는 대통령이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부시 방문 전부터 반부시 정서가 고조돼 왔다. 지난 9월에는 방문 발표만 했을 뿐인데 무려 2만 명이나 부시 반대 시위를 벌였고, 어떤 사람은 부시 방문을 금지하는 법원 명령을 받으려고 했다.

시위 2주 전에는 저명한 축구선수 마라도나가 자신이 진행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들에게 “부시의 방문은 우리 모두에 대한 모욕”이라면서 부시에 반대하는 시위에 동참하라고 호소했다.

10월 31일∼11월 4일까지는 민중포럼이 열렸고, 5일에는 4∼5만 명이 참가한 대규모 반부시 시위가 열렸다.

고무적인 것은 조직 노동자들의 참가였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교사노조, 아르헨티나 공무원노조와 아르헨티나노동자연맹이 부분 파업을 조직하고 지역에서 반부시 시위를 벌였다.

부시의 다음 방문지인 브라질도 마찬가지였다. 방문 전에 이미 브라질리아 미군 대사관 앞에서 6천여 명이 방문 반대 시위를 벌였고, 부시가 가는 곳마다 반대 시위대가 따라 다녔다.

라틴아메리카 순방을 시작하기 전에 부시 보좌관들은 해외 순방이 부시의 실추된 위상을 만회해 줄 기회가 되기를 원했다. 하지만 라틴아메리카 대중의 투쟁으로 부시의 정치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이제는 한국에서 그 위기를 더 심화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