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이주민들은 코로나19 감염에 더 취약한 조건에 놓여 있다. 최근 통계에서도 이 점이 드러난다.

정부 발표를 보면, 주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중 외국인 비율이 꾸준히 늘어 9월에 15퍼센트에 이르렀다. 지난해 11월부터 누적 확진자 중 외국인은 10퍼센트를 차지한다.

한국 전체 인구에서 이주민이 3.8퍼센트인 것에 비춰 보면 내국인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감염된 것이다.

이전에도 집단감염이 발생해 외국인 확진자 비율이 일시적으로 높아진 적은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4차 대유행과 함께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어 우려된다.

외국인 신규 확진자 규모 자체가 크게 늘었다. 주간 단위 총계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올해 7월 400명을 넘더니 8월에는 주간 1300명을 넘어섰다. 지난주(9월 5~11일, 내외국인 총계 12078명)에는 1800명을 넘었다. 급격히 는 것이다.

더 문제인 것은 외국인의 백신 접종률이 낮다는 것이다. 20퍼센트(9월 12일 〈이투데이〉 보도)로 전체 접종률보다 훨씬 낮다. 미등록 이주민은 5.7퍼센트(9월 10일 경기도 뉴스포털 ‘백신이 희망입니다!’)로 더 낮다. 이주민의 평균연령이 내국인보다 낮기 때문에 접종 시작 시기가 평균적으로 늦었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큰 차이다.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2021 세계 노동절 이주노동자 기자회견’ ⓒ조승진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열악한 주거·노동 환경 등의 탓이 크다. 열악한 생활 환경은 이주민을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하게 하는 원인이다. 상당수 이주노동자들은 ‘3밀’(밀집·밀접·밀폐)을 피할 수 없는 공장과 기숙사에서 집단 생활을 해야 한다.

이주노동자 약 1200명을 대상으로 한 《2018 이주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주거환경 실태조사》(이주와 인권연구소)를 보면, 평균 2.4명이 침실을 함께 쓰고, 한 방에 4명 이상 거주하는 비율도 14.7퍼센트였다. 응답자 30퍼센트 이상이 실내 욕실이 없고, 비좁고, 화장실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햇볕과 바람이 통하는 창문이 없다는 응답도 9퍼센트였다.

이주민은 백신 접종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방접종 사전예약 웹사이트는 한국어로만 운영되고 있어 이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이주노동자의 경우 사용자의 동의 없이 접종하러 가기 어려울 뿐더러, 대부분 저임금인 상황에서 접종 후 유급 휴가가 보장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그런데 정부는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이주민 대부분을 제외했다.

단속추방

미등록 이주민이 단속추방에 대한 두려움으로 백신 접종을 꺼릴 가능성도 크다. 올해 7월 기준으로 이주민 197만 명 중 39만 명이 미등록자다.

정부도 이를 의식해 검사와 예방접종 시 불이익이 없을 것이라고 거듭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단속추방 중심의 정책을 펴온 탓에 미등록 이주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단속을 완전히 중단하지도 않았다. 지난해 8~11월에 1294명을 단속했다고 발표했다. 또 올해 8월에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던 미등록 이주민들이 보건소 앞에서 법무부 단속반에 붙잡혀 강제 출국당할 뻔했다.

외국인의 백신 접종률이 매우 낮은 것은 이런 점들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방역 점검

이주민 신규 확진자가 늘어나자 결국 정부도 대책을 내놓았다. 주로 방역수칙 홍보 강화, 백신 접종 독려, 이주민 밀집지역이나 사업장에 대한 방역 점검 등이다.

물론 필요한 일들이지만, 미흡하다. 주거·노동 환경과 백신 접종의 어려움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이주민의 방역 취약성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예컨대 정부는 1회 접종만으로 완료되는 얀센 백신을 이용하면 미등록 이주민의 접종률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단속에 대한 불안을 떨치게 할 조처는 병행하지 않는다.

정부도 이런 점들을 모르지 않는다. 지난해 4월 당시 총리 정세균은 싱가포르의 이주노동자 거주시설에서 집단감염이 급속히 확산하자 이렇게 말했다. “밀폐된 생활 공간과 방역 물품 부족 등 일단 감염이 발생하면 쉽게 확산되는 여건 때문으로 우리의 경우도 [싱가포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정부는 주거 실태 “현황 점검”만 했을 뿐 실질적인 개선책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캄보디아 여성 농업 이주노동자 속헹 씨가 한파 속 기숙사에서 사망한 사건이 벌어졌다.

정부는 그제서야 이주노동자를 고용한 농가 500개소의 주거 시설 개보수·설치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을 발표했다. 그러나 현재 고용허가제로 이주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만 농가 등을 포함해 5만 7213개 회사다. 턱없이 부족한 지원인 것이다.

정부의 팬데믹 대처는 노동자·서민에 고통을 전가하는 방식이다. 거리두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직장과 출퇴근 대중교통은 방치하고 검사와 확진자 동선 추적과 망신주기와 압박에 의지해 왔다. 공공병원과 의료인력 확충, 과밀학급 해소와 교사·돌봄 인력 확대 등은 하지 않는다. 지금도 백신에 기대 이윤 활동을 위해 섣불리 방역 완화를 시도하다가 역풍을 맞았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주민들의 실질적인 조건은 개선하지 않으면서 개인 방역 수칙과 검사, 백신 접종만 (그것도 부실하게) 독려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조건 없이 합법화하고, 고용주가 이주노동자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 시설을 저렴하게 제공하도록 하는 등 실질적인 조처를 취해야 한다. 이주민에 대한 배제가 아니라 포용이 사회 전체의 안전에도 유리함이 나날이 입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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